같이 한 번 고민해 보시지요
2023학년도 서울대학교 신입학생 수시모집 일반전형 면접 및 구술고사입니다.
[인문학]
※ 제시문을 읽고 문제에 답하시오.
(가) 생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면 알수록 많은 환경정책이 부적절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얼핏 봐서는 상관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동식물에게 유난히 큰 영향력을 미치는 종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는 친환경을 표방하는 많은 농장과 그곳의 관리체계가 빈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점점 더 깨닫게 되었다. 그들 농장은 많은 생물의 서식처인 나무와 관목과 죽은 나무를 잃음으로써, 물리적 구조뿐 아니라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종들의 관계 또한 상실했다. 그런 공간에는 생명의 거미줄이 거의 몇 줄 남아 있지 않다.
(나)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플라스틱 빨대는 일회용품 중에서 대표적인 퇴출 대상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하는 정책은 빨대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요구와 충돌한다. 빨대의 기본 형태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입구 부분이 휘어지는 플라스틱 주름 빨대는 환자들을 돕기 위해 처음 발명되었다.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친환경 빨대로 제공되는 종이 빨대, 쌀 빨대, 옥수수 전분 빨대 같은 것들은 플라스틱처럼 부드럽게 휘어지지 않아 불편하고, 뜨거운 음료에서는 쉽게 분해되므로 사용이 쉽지 않다. 플라스틱 주름 빨대를 굽은 금속 빨대 등으로 대체하는 것 역시 신체 기능이 저하된 사람들에게는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주름 빨대를 비롯해 현대에 대량 생산되는 빨대는 부드럽고 얇은 플라스틱으로 제조되므로, 신체를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다) 너희 인간들은 코로나 때문에 한 명만 죽어도 호들갑을 떨면서, 우리 동물은 수천만 마리 땅에 묻고 손을 탁탁 털더라! 자기 새끼는 끔찍이 아끼면서 남의 새끼는 끔찍하게 죽이더라! 우리의 모성애를 무시하는 당신들은 그 고매한 자식 사랑으로 무얼 했는가. 미래의 하늘에 탄소를 뿜고 미래의 땅에 분뇨 폐수 살처분 시체를 버리고 미래의 숲을 마구 베고 미래의 바다를 플라스틱으로 채운 것 말고?
[문제 1] 환경정책을 수립할 때 유념해야 할 점에 대한 (가)와 (나)의 입장을 비교하시오.
[문제 2] (다)의 화자를 만났을 때, (가)와 (나)의 글쓴이가 자신의 입장을 각각 어떻게 변호할지 논하시오.
이에 대한 출제의도로서 서울대가 밝힌 내용은
[문제 1] 각각의 제시문에 대한 정확한 문해력과 두 제시문을 연결하여 사고하는 응용력을 평가함
[문제 2] 각각의 제시문에 드러난 글쓴이의 입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제3의 입장에 비추어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응용력과 융합적 사고력을 평가함
입니다.
저는 특히 제시문(다)를 읽고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여러 생각이 스치고 갑니다. 인간의 이기심, 비건(vegan), 자식사랑, 공동체의 가치 등등......
이 문제의 주제인 환경문제를 조금 벗어나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인간에게 가장 모욕적인 말 중 하나는 ‘비인간적’이라는 표현일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개, 바퀴벌레, 쥐 등으로 비유하면 그들은 이를 욕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는 인간과 동물을 우등과 열등, 지배와 피지배,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로 규정하고 동물을 하등한 존재로 인식한다는 사실이 기저에 깔린 탓일 것입니다.
조금만 더 확장해 보면 동물과 식물 사이에도 이런 구별에 따른 차별이 존재합니다. 소리를 내고 피를 흘리는 동물과 그렇지 많은 식물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는 판이합니다. 동물보호가들이 하는 무수한 주장들도, 식물의 입장에서보면 자가당착인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생명일텐데, 이분법적으로 구분을 하고, 이에 터잡아 모든 기준을 임의로 세우고, 그 기준에 입각하여 말하고 행동합니다. 식물도 아파하고, 슬퍼하고, 생명을 가진 생명체인데요...
심지어 같은 인간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로남불이 아니어도, 자기 가족과 자기 자식은 귀하고 다른 사람은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우리 곁에 무수히 많습니다.
해결책은 없습니다. 그보다 이게 해결해야 할 문제성이 있는 상황인지에 대한 평가도 합의도 없습니다.
문제가 된다하면 문제가 될 것이고 문제가 아니라면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다만 무엇이든, 어떤 상황이든 정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고 할 것입니다.
너무 큰 문제를 건드린 듯합니다.
황망히 글을 마칠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