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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이 의대를 버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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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전국에서 의대 합격생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학교가 어딘지 아시나요?

상산고를 말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고, 휘문고를 말씀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구요... 그러나 정답은 서울대입니다.

서울대생 가운데 재수나 반수(半修)를 해서 의대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그만큼 많다는 우스갯소리이지만 최근 대학에 불고 있는 의대 쏠림현상을 단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2022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서 자퇴한 학생이 1,874명으로 전년 대비 40% 늘었다고 합니다. 이들 대학의 입학 정원이 대략 12,000여 명 정도이니, 6명 중 1명 정도가 힘들게 합격한 대학을 버리는 셈입니다.

이들 자퇴생의 75%는 자연계열이라고 합니다. 이들의 대부분은 수능을 다시 쳐서 의약 계열에 지원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유명 입시기관에서 내놓은 2023학년도 자연계열 정시지원 분석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이공계열 최상위학과인 컴퓨터공학부는 국어·수학·탐구 표준점수 기준으로 407점에서 합격선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국 39개 의대 가운데 이보다 합격선이 높은 곳이 17개 대에 달했고, 단국대(천안), 동아대, 전남대 등 7개 대학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와 점수가 같았습니다.

 

서울대 자연계열 일반학과의 평균 합격선은 399.2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의대 최하위권인 제주대, 조선대(401)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지방 의대의 합격선이 서울대 주요 학과를 넘어서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중반부터입니다. 그 전까지는 연세대나 고려대의 이공계열의 점수가 지방 의대보다 높았습니다. 저의 고등학교 시절만 생각하여도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의대 쏠림현상은 과학·기술 인재를 키울 목적으로 설립된 과학고, 영재고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학교는 의학 계열 대학에 진학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쓴 학생만 입학시키고, 서약을 어기고 의대에 진학하면 장학금·교육비 환수, 대입 추천서 제외 등의 불이익을 준다지만, 2023학년도 입시에서 영재고인 서울과학고는 3학년 정원의 32%41명이, 경기과학고는 19%24명이 의대에 지원했다고 합니다.

 

의대에 목을 매는 이유는 의대 졸업 후 누릴 수 있는 직업적 안정성과 고소득, 사회적 선호 등의 들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의사의 평균 연봉은 23,070만 원이라고 합니다. 대기업 평균 연봉 7,000만 원의 3배가 넘습니다. 개원의의 경우는 더 높아서 평균 3억 원에 육박한다고 하니, 의대에 입학만 하면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 셈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의대 쏠림' 현상의 후폭풍으로 가장 먼저 떠 올릴 수 있는 것은, 상위권 대학에서 많은 학생들의 자퇴로 공백이 생길 것이고, 그렇게 되면 중위권 대학 학생들이 편입을 위해 재수나 반수를 하게 될 것이고, 다시 지방대 학생들의 재수나 반수를 자극하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국가적으로도 큰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시 주제로 돌아가서

이런 의대 쏠림현상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의대생들이 의대를 버리는 현상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가 가진 자료가 1~3년 정도 경과된 자료이기 때문에 철 지났다라고 여기실 수도 있지만, 지금도 그 현상은 계속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유의미성을 잃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39개 의대에서 2020학년도 자퇴 학생은 123명이라고 조사되었습니다. 의대 중 2020학년 자퇴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단국대입니다. 재적인원 40명 중 6명이 자퇴하여 15%의 자퇴율을 기록했습니다. 이어 대구가톨릭대가 재적인원 45명 중 5명 자퇴, 건양대가 재적인원 56명 중 6명 자퇴하여 가장 많습니다.

반면 서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부산대의 4개교에서는 자퇴생이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자퇴인원이 1명으로 나타난 곳은 가천대, 가톨릭대, 계명대, 동아대, 연세대, 연세대(미래), 울산대, 인제대 8개교입니다. ‘인 서울상위대학을 비롯하여, 소위 대학 타이틀이 높다고 여겨지는 대학일수록 자퇴율이 낮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모 입시전문 기관에서 전국 39개 의과대학의 대학알리미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20202022) 의대 지역별 중도 탈락자는 총 561명으로, 비수도권이 74.2%(416), 서울권은 20.7%(116), 수도권은 5.2%(29)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3년간 의대 중도 탈락자가 가장 많은 대학은 전남대 35명이였으며, 조선대 32, 한양대 32, 원광대 29, 연세대(원주의과대학) 28명이었습니다. 탈락자가 많은 상위 5개 대학 중 4개 대학이 비수도권 소재 의대입니다.

 

의대에서의 자퇴는 상위권 의대로의 재도전을 의미한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의대 진학을 도전하는 수험생들은 성적이 극상이고 대입 경쟁력이 탁월하다 보니 근소한 차이로 합격선이 갈립니다. 의대 지망 수험생들은 일단 들어갈 수 있는 대학에 입학한 뒤, 한 번 더 대입을 치르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지방 소재 의대에 입학한 학생들의 경우 대입 재도전에 대한 의지가 높은 편입니다. 점수에 맞춰 일단 진학하기는 하지만, 웬만하면 다시 대입을 치르는 것입니다.

같은 의대라 하더라도, 대학간 수험생의 선호도 차이가 큰 것입니다.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들 대부분은 페이닥터보다는 개업의를 더 선호하고, 개업의가 되려면 본인의 학력을 보여야 하니, 대학간 격차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각 대학병원의 병상 수가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현재는 학벌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참 욕심(?)은 끝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