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영화를 떠 올리게 하는 날들입니다. 거리가 한산합니다. 사람이 사람과의 만남을 두려워하고 서로의 접촉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합니다. 오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써 얼굴을 가립니다. 식당도 가지 않고 커피숍도 가지 않습니다.
요즘 대치동 학원가도 다르지 않습니다. 골목마다 길거리마다 넘쳐나는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의 라이딩 차량 행렬은 온데간데 없고 ‘스산하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만 합니다.
학원가에서 겨울방학에 누릴 수 있는 모든 특수(학원의 경우 강좌를 통한 수입, 학생의 경우 부족한 공부나 준비하는 공부를 할 시간과 상황 확보)가 다 사라진 듯합니다. 짐작하시다시피 '코로나19' 때문입니다.
폭풍전야 전시 상황(戰時 狀況) 같습니다. 교육청에서는 휴원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고, 학부모님들의 우려 또한 너무 크고, 학원의 입장에서도 학생들의 건강과 안위가 가장 큰 고려사항인 이유로 자벌적으로 또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휴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학원 입장에서 휴원 결정이 쉬운 것이 아닙니다. 짐작하시다시피 임대료와 강사료(비율제와 시간제 강사 제외)는 지금의 상황과 상관없이 지출되어야하기 떄문입니다.
다원교육이나 세정학원, 시대인재 학원 같은 대치동 내 많은 관(館)을 가진 대형 학원의 경우 한 달 임대료만 억대 이상 지출이 되니 힘들 것이고, 그달 벌어 그달 쓰기 바쁜 소규모 학원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몇 주만 지속되어도 폐업 위기에 몰리기 십상입니다.
위에 언급한 정도 규모의 학원은 아니지만 대치동 대로변에서 월 기천만원의 임대료와 강사료를 부담해야하는 저 역시 지금 상황이 견디기 어렵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휴원을 결정한 여러 이유가 있지만, 내심 두려운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희생양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교육청, 검찰/경찰, 소방서, 학부모님들의 여론... 이 모두가 첫 번째 희생양이 생기기를 기다리는 상황같이 느껴집니다. 첫 번째 희생양이 되는 학원은 재기불능, 회생불능의 상태가 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입니다.
학부모님들의 여론 또한 우려됩니다. ‘왜 그 학원은 휴원을 안 해?’ ‘그 학원 미친 거 아냐? 그러다 애들이 코로나 걸리면 책임질 거야?’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애들 건강은 안중에 없나봐’라며 휴원하지 않는 학원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까지 쏟아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휴원하지 않는 학원은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가 향후 그 학원의 운영과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학원의 상황은 그러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상황으로 눈을 돌려보면 이 시점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학부모님은 이번 코로나 사태를 주의 깊게 지켜보며 개학 전까지 아이들을 가정에서 어떻게 지도할지 고민하셔야 합니다. 개학이 연기됐다고 마냥 놀면 안 됩니다. 다음 학기 교과서부터 꼭 읽어보고, 인강이라도 시청하면서 다음 학기를 준비하여야 합니다.
개학이 연기되어 수업일수가 줄어도 학습량은 줄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업 진도는 더 빨라지고, 시험 준비 기간은 더 줄어들 것입니다.
앞으로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개학이 더 연기될 수도 있습니다. 길어진 방학은 그 방학을 보낸 방식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량 차이가 극적으로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 차이는 고학년 학생일수록 더 커질 것이며, 이후 지금의 시간들을 보충해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지금 화상으로 진행하는 수업을 고려하기까지 합니다. 이 상황은 학원에게 부담이 되는 상황이지만, 학생과 학부모님에게 역시 부담이 될 상황이라고 여겨집니다. 코로나의 위협을 차단하고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고민하다 급기야 화상회의 시스템을 응용한 수업을 진행할 생각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선생님이 컴퓨터 화면에 방을 개설하고 학생들은 입장을 합니다. 서로를 마주 볼 수 있고 질문과 응답도 가능합니다. 일견 괜찮은 방안일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다음 주에는 선생님들과 회의를 갖고 이 방안에 대해 논의를 할 생각입니다.
버티기에는 하루하루가 길고, 난국(亂國)을 헤쳐 나갈 묘수(妙手)를 찾기에는 하루하루가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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