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사를 믿지 못하는 환자 = 학원을 믿지 못하는 학생과 학부모
많은 의사를 친구로 두고 있지만, 업무와 관련해서 저는 의사를 믿지 못합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곧 죽을지도 모르는 것처럼 군다던지, 관련된 검사를 몇 가지씩, 그것도 여러번에 걸쳐 받으라던지... 이런 행태들이 싫습니다. 사람의 약점을 담보로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속이 들여다 보이는 것처럼 여겨지는 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심지어 포털 사이트를 검색해서 알게 된 섣부른 정보를 이용하여 스스로를 진단한 다음, 의사에게 요구를 할 경우도 많습니다. "*** 증상인 거 같은데 확인 해 보시고 2~3일분만 약을 처방해 주세요"
그리고 제 친구나 지인이 제가 겪는 것과 유사한 증상을 겪었다고 여겨지고, 그 친구나 지인의 진심어린(?) 충고까지 받는다면 더 강하게 의사를 압박하기도 합니다.
이게 맞을까요? 업무와 관련해서 저는 고스란히 제가 한 행동에 대한 반대급부를 감당해야만 합니다.
학원을 찾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경우, 어찌보면 지금의 상태를 불편해하고, 지금의 상태보다 더 나은 상태를 원하는 환지와 같은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그 전제를 수용한다면 학원장은 어찌보면 의사와 같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학생의 지금 상황을 진단하고, 더 나은 상태로 이행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점에서는 그렇습니다.
인과응보일까요? 앞서 제가 말한 저의 행동을 고스란히 그대로 되돌려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장의 말을 믿지 않을뿐더러 들으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학생에 대한 분석과 처방을 스스로 하고는 약을 내놓으라는 것 같은 상담을 자주 진행합니다. 이런 태도는 두 가지 점에서 위험성이 큽미다.
1] 자신의 자녀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와 진단을 할 수 있는 부모는 드물다는 점입니다.
이는 학부모의 직업과 학벌과 인격과는 별개의 영역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면서도 한결같은 레퍼토리. "제가 저의 아이를 잘 아는데요...", "제는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판단을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타입입니다."......
어머니가 청소년심리상담전문가(심리학 박사)이지만 고3 아들의 원망을 받고 심지어 아들에게서 구타를 당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고, 어머니가 초등학교 선생님이지만 어린 자녀의 마음이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병들어가는 것을 모르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2] 학생과 학부모님이 경험한 주변에서 성공한 경우의 수는 3을 넘기기가 힘듦니다. 소수에게서 학습된 내용을 진리라고 믿고 학원장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이웃집 아이가 영재고에 진학을 성공한 학부모님과 상담한 적이 있는데, 그 학부모님에게 이웃집 영재고 진학한 아이는 거의 신적인 존재였습니다. 저는 많은 해를 통해 백 명이 넘는 아이들을 영재고에 진학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과 보낸 시간들, 그 아이들의 울고 웃는 모습들을 지켜보고 같이 마음을 움직인 시간들, 그 아이들의 학부모님들의 안타까운 마음에 대한 공감과 지지 그리고 반박의 시간들을 합하면 제가 더 나은 통찰력과 직관력을 갖고,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진단을하고 처방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학부모님은 자신이 요구할 수 있는 것만 요구할 뿐 제 말을 들으려고 하질 않았습니다. 다른 학원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는 상담을 진행하는 사람의 눈과 마음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학원과 그 학원의 원장이 진심으로 오롯이 학생을 위한 맘으로 상담을 진행하는지, 아니면 어떻게든지 학원의 수강을 이끌어내기 위하여 학생에 대한 평가를 왜곡한다든지 심리적인 위하를 가하는 행동이 있는지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눈을 가지기 위한 간단한 팁을 드리겠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이어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방법입니다. 테스트 결과를 보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또는 학원에서 치르는 시험의 결과를 보면 학생이 그 과정에서 제대로'학'과 '습'을 행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학원 자체교재를 사용하는 학원의 경우는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학원 자체교재라는 것은 그 학원의 노하우가 응축된 우수한 교재일 수 있지만, 학원의 한계를 커버하고 학원의 제3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 상의 것일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그 학원에서 실시하는 테스트가 객관적이지 않을 경우도 있습니다.
담당 강사와 학원장이 어떤 말로 포장을 한다고 하더라도 진행되는 수업에 대한 테스트 결과가 중간 또는 그 이하에 해당한다면, 지금의 학습에 대한 재평가의 시간을 갖는 것이 맞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 과정을 중단하고 그 하위 과정으로 가든지, 기본을 다시 익히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어떻게든 버티어내면 된다', '상위 과정에 대한 학습이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시켜 줄 수 있다'... 등의 말은 맞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음을 저는 경험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다음에는 이와는 정반대의 모습를 보여주는, 그래서 바람직하지 못한 학부모님 행태에 대한 내용을 포스팅하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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