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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소식/대입

중2 학부모님 보세요_내신 5등급제의 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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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 대입개편안에 따르면 고등학교 내신성적을 모든 학년에 절대평가를 도입하고, 상대평가를 병기하되, 상대평가 9등급을 5등급제로 바꾼다고 합니다.

 

이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학생은 반응하는 것이 현명할까요?

 

우선 상대평가를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꿈으로써 내신성적 1등급 비율은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9등급제에서 1등급은 상위 4%였지만, 이제 상위 10%까지 1등급을 받기 때문에 2.5배 확대된 것입니다.

2등급도 이전에는 누적 비율은 상위 11%까지였는데, 개편안에 따라 누적 비율 상위 34%까지 확대되어서 2등급의 비율도 3배 이상 늘어나게 된 셈입니다. 한 학교의 3분의 1 이상의 학생들이 상대평가 내신성적을 2등급 이상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내신성적의 동점자가 많아지게 되고, 동점자가 많다는 뜻은 변별력이 없어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대입 선발을 위한 자료로서의 의미가 약해진다는 것입니다.

 

한편, 이번 개편안은 고1~3까지 모든 학년의 내신 성적을 절대평가로도 산출해서 상대평가 5등급과 동시에 표기하도록 했는데, 아시다시피 절대평가는 90점 이상이면 A, 80점 이상은 B... 이렇게 5단계로 성적을 표기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절대평가로 성적을 산출한다면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 등에 의해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시험문제를 쉽게 출제할 것이고, 따라서 A 학점을 받는 학생들이 많아지게 됩니다. 사실 서울 소재 많은 고등학교 학업성취도를 보자면 (과목에 따라 차이도 큽니다만) 한 학교에서 A등급자가 적게는 10%대에서 많게는 50%가 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문제는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왔는데 내신성적 절대평가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주로 상대평가의 폐해를 지적합니다.

상대평가는 학생 간 배타적 경쟁심을 조장하여 조화롭고 협력적인 시민사회의 형성을 해친다거나, 상대평가를 하게 되면 학생이 적성이나 진로를 고려해서 과목을 선택하기보다는 성적을 받기 좋은 과목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또 상위 4%1등급이 나오는 9등급 상대평가에서는 수강생이 적은 과목의 경우 1등급이 한 명도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합니다.

 

그러나 사실 내신성적 산출을 상대평가로 할 것인가, 절대평가로 할 것인가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내신성적을 대학 입학전형의 중요한 자료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절대평가로 성적을 산출하면서 대입 전형 자료로 사용할 때는 이런  문제가 또 생깁니다. 한 학교에서 A등급을 받은 학생이 11%이고, 또 다른 학교에서는 A등급을 받은 학생이 35%일 때 이 두 학생의 A 학점이 동일한 학력 수준을 의미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우리나라가 왜 내신성적을 대입의 중요한 자료로 반영하는가?'로 넘어가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학력고사 체제가 등장한 이후 40년 이상 내신성적을 대입에 반영해왔고, 또 그럴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공감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내신성적을 반영함으로써 학생들이 학교에서의 수업과 생활의 충실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이는 고교 운영의 정상화에 기여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지역 균형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지역 불균형이 심하고 교육 자원도 서울과 수도권 및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는 조건에서, 전국적인 수능 시험 성적분포만을 따지면 지방의 일반고 학생들의 경쟁력은 취약하기 때문에 전국적인 시험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한다면 지역 불균형은 더 심각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이유입니다.

내신성적을 일정하게 반영하는 것은 지방에 있는 일반고 학생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지역 균형에 기여하고 고교서열화를 완화하는 효과도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상대평가로 성적을 산출한다고 하더라도 강남구 소재 휘문고 1등급 학생의 학업능력과, 경남 창원시 소재 창신고등학교의 1등급 학생의 학업능력이 동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학교 간에 학력 격차가 큰 상황에서 창신고 전교 1등 학생이 휘문고에 간다면 전교 10등이 안 될 수도 있는 것이 현실 아닌가요?(참고로 '창신고'는 저의 모교입니다.)

 

당연히 서로 다른 학교의 두 학생의 학력 수준은 다를 수 있지만 내신성적 상대평가 점수는 학력 수준을 비교하는 것보다는 학생이 어느 정도 충실한 학교생활을 했으며, 함께 공부한 친구들과 비교할 때 어떤 위치에 있느냐를 평가하는 데 의미를 가집니다.

즉 상대평가로 산출된 내신성적은 '기본적인 학업능력'을 갖춘 정도와 '학교생활의 충실도', 그리고 그와 관련하여 '함께 공부한 학생들과 비교한 상대적 위치'를 보여준다는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때문에 내신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한다거나, 내신성적이 합격과 불합격에서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대입제도를 만든다면 이것은 또 다른 공정성 논란을 낳을 것이고 사회적 합의를 형성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이미 내신성적 중심의 학생부 교과 중심 전형 모집 비율은 전국 평균 44%가 넘습니다.

 

다만 현재의 내신성적 중심 전형은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주요 대학들의 경우 그 모집 비율이 대단히 낮거나 아예 모집인원이 없다는 것입니다.

서울대 2024학년도 수시전형 모집요강

 

2024학년도 성균관대학교 수시전형모집요강

 

둘째, 이들 소위 주요 대학들은 '내신성적 중심 전형'을 시행할 때 조차 다른 서류나 면접 등을 추가해서 결국 '내신성적이 최우선의 자료'가 되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개편안은 내신성적을 대입 전형 자료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도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제시하였는데, 제 생각에 그 주된 목적은 표면적으로 내신성적을 대입 전형자료로 사용하되, 실질적으로는 영향력이나 변별력은 의미없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개편안이 내신성적의 영향력과 변별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고교 서열 체제를 유지 강화하는 쪽으로 기울 것 같은 우려가 듭니다.

 

이미 이번 정부에서는 외고와 국제고 및 자사고를 존치하는 것으로 결정해서 기존의 고교 서열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습니다. 그런데 내신성적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5등급 상대평가를 통해 내신성적의 영향력 약화시키는 것은 고교 서열 체제를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수한 학생들이 명문고에 진학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명문고에 진학하면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하는데 그 커다란 걸림돌 중의 하나가 내신 9등급 상대평가였습니다.

9등급 상대평가로 성적을 산출하면서 내신 반영 비율까지 높아진다면 특목고와 자사고는 기피 대상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반대라면......

 

결국 이 개편안의 내신성적 전환 방식은 '고교 서열 체제'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목적이 크다고 봅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내신5등급제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법을 이야기 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