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강사 시절, 자퇴한 고등학생을 맡아 과외수업을 한 경험이 3번 있었습니다. 검정고시 대비를 해 주었고, 이후 1년 반 정도 수능 준비를 해 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검정고시의 수준이 너무 약하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이 기억나고, 셋 중 한 명은 소위 명문대에 진학하기도 하였지만, 그 길이 쉬운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초기 내신 경쟁에서 밀린 고1 학생들이 대입을 위한 전략으로 검정고시를 택하면서 고등학교를 자퇴하는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을 최근 접하게 되었습니다.
수시전형에서조차 교과전형이 확대된 상황에 더하여, 학종까지 정량화가 가속화되면서 내신을 조기에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올해부터 학종에서 자소서, 수상기록, 자율동아리, 개인봉사활동 등 비교과 영역이 대폭 축소되면서 내신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게 되면 한 번 삐끗한 내신성적을 만회하기 더욱 힘들어진 대입구조상 고등학생들의 ‘자퇴 러시’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생깁니다.
이러한 전략적 ‘자퇴 러시’는 특히 사교육이 활발한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많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서울에서 일반고 1학년의 학업중단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강남구 3.39%, 서초구 3.07%, 송파구 2.71%입니다. 소위 강남 3구라고 하는 바로 그 지역입니다.
그 중 특히 강남구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학업중단율이 4.13%로 100명 중 평균 4명이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정시로 대학을 진학하는 방안을 택하였습니다.
이들은 1학년 1학기만 끝나도 수시를 통한 최상위권 진학이 가능한지 알 수 있으며, 초반에 밀린 내신성적은 아무리 나머지 학기 동안 좋은 성적을 받아도 극복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전략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수시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면 자퇴 후 재수학원에서 2년 동안 정시 준비에만 올인하는 선택을 한다는 것입니다.
학교알리미를 통해 분석한 전국 일반고 1학년의 학업중단자는 최근 3년 사이 60.5%가 늘었으며, 검정고시 출신 대학 신입생 규모는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최상위 대학으로 꼽히는 소위 SKY 신입생 중 검정고시 출신은 2018학년 80명에서 2023학년 155명으로 6년 사이 두 배가량 늘었다고 합니다.
다시 상위 15개 대학(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로 범위를 넓히면 검정고시 출신은 더욱 두드러지게 증가하여 2018학년 406명에서 2023학년 55,829명으로 가히 엄청나게 증가하였습니다.
이러한 자퇴 후 검정고시를 거쳐 정시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고자하는 전략이 계속 호응을 얻는 이유를 앞서 잠시 밝힌 내용에 더하여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정시 확대를 바탕으로 하는 현 대입 체제에서 검정고시가 수요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검정고시와 그 후 최소 2년을 대입 준비에 드는 기간으로 여길 때, 정시 비율이 매년 늘어나는 현재 상황이라면 충분히 대입전략의 하나로 고려해볼 만한 것입니다.
특히 내신경쟁이 치열한 교육특구의 경우, 저학년에서 내신이 밀린다면 곧바로 사교육을 통해 확대될 정시를 준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수시 최대 전형인 학종에서 비교과 영역이 계속 축소되고 교과전형 역시 정시 확대와 함께 늘어나면서, 사실상 내신 불이익을 만회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학생들이 공교육을 포기하는 상황이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실제 수시에서 내신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대학별 최종 등록자 70%컷 합격선 공개 대학을 기준으로 합격선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23학년 교과전형과 학종의 내신 합격선이 전년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정성평가 중심인 학종에서도 합격선이 상승한 것을 두고 공정성 강화방안 이후 평가자료가 간소화된 학종이 정량평가화되어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3. 올해는 학종 평가에서 자소서, 수상기록, 독서기록, 자율동아리, 개인봉사활동 등이 전면 폐지되면서 내신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러나 웬만한 의지와 정신력없이는 스스로와의 싸음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검정고시 출신자들에 대한 일부 편견도 역시 건너야 할 장애물이 될 것입니다. 제가 그런 편견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입니다. ‘너무 전략적으로 구는 것 아닌가? 그리고 리셋을 가벼이 여기면 안좋은데....’
개인적으로 저는 리셋 증후군을 무척이나 경계하는 편입니다.
리셋 증후군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켰을 때 시스템을 초기화 상태로 되돌리는 일을 뜻하는 ‘리셋(reset)’과 증후군을 뜻하는 ‘신드롬(syndrome)’의 합성어이다. 컴퓨터를 초기화시키듯 현실세계에서도 잘못되거나 실수한 부분이 있으면 얼마든지 리셋이 가능할 것으로 착각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주로 컴퓨터에 친숙한 세대에서 나타나며, 일부는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용어는 1990년 일본에서 처음 생겨났고, 1997년 5월 일본 고베시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토막살인 사건의 범인인 중학생(14세)이 컴퓨터 게임광이었음이 밝혀지면서 널리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말부터 경찰백서에 이 용어가 등장하였는데 현재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 수사대는 리셋증후군을 인터넷중독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리셋증후군의 대표적 특징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리셋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나 인간관계를 쉽게 버리고 다시 시작하려는 사회 부적응 현상을 보인다. 심할 경우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그것이 범죄행위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절도나 폭행 심지어 살인을 저질러도 그것을 단지 게임의 일종으로 여기고, 자신의 죄책감을 리셋하면 자신의 행위도 없던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리셋 증후군 [reset syndrome, -症候群]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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