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현 중2부터 적용되는 2028학년도대학입시 개편안이 공개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핵심 두 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내신이 9등급에서 5등급 평가로 바뀌어서 1등급이 현재 상위 4%에서 10%로 늘어납니다.
2. 수능은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를 통합사회, 통합과학으로 바꿔서 선택과목 없이 시험을 보도록 할 방침입니다.
이에 대한 의미를 가능한 쉽게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도입된 지 20년 된 내신 9등급 체제를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병기하는 전 학년 5등급 체제로 바꾸는 이유는 1학년 때 내신 경쟁이 과열되는 걸 막고, 학생 수가 적은 학교에서 학생 수 부족으로 1등급을 배출하기 어려운 점을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내신이 현행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변화하면서 수시전형 중 특히 교과전형 경우 그 운영은 힘들어 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1등급의 비율이 대폭 늘어난 만큼 의학계열과 최상위권 대학 모집에서 내신만으로 수험생의 우열을 가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이들 대학에서는 이전보다 더 높은 수능 최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결과 수시 교과전형이지만 교과성적보다 수능성적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역설이 생기게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역설을 해소하기 위하여 교과전형에서 학생부의 정성평가 확대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습니다. 대학이 학생부 교과 위주 선발의 어려움을 이유로 현재 진로 선택 과목에 집중돼 있는 세특을 통한 ‘교과 정성 평가’를 전 과목으로 확대해 적용할 것이라고 전망됩니다.
수학능력시험의 경우, 2028학년도 수능부터 제2외국어 외 모든 과목을 선택 과목 없이 '통합과목'으로 운영합니다.
기존에 17과목 가운데 최대 두 과목을 택했던 탐구 영역에서는 표준점수가 높거나 많은 학생이 몰리는 과목을 선택하는 부작용이 있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통합과목'으로 운영되면, 학생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학습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사실상 '문·이과'구분이 없어져, 이과 쏠림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정시의 변별력이 줄어들게 되는 결과가 노정되는데...
변별력이 줄어든 수능으로 대입 자격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여기기 때문에 정시에서 내신 반영을 할 개연성이 커지게 될 것입니다.
특히 통합과목으로 바뀌는 탐구영역의 경우 수능에서의 변별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탐구영역이 통합과목으로 바뀌면서 반영비율은 줄어들고, 줄어든 탐구 반영비율은 서울대의 교과 정성평가처럼 학생부로 채우게 될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고민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이 고민을 해결하는 노력 전에 교사추천제와 자소서 폐지를 잠깐 언급하고자 합니다.
보통 대입 서류라고 하면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요. 1. 학생 생활기록부 2. 대입 자기소개서 3. 교사 추천서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물론 이 세 가지의 경중을 고려해보았을 때는 학생 생활기록부, 대입 자기소개서, 교사 추천서의 순서입니다만, 학종이라는 것이 언제나 '정성평가'에 해당하기 때문에 어떤 한 항목이 절대적이다라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교사 추천서라는 서류 역시 대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서류이고, 그렇기에 지금까지 학생들은 교사 추천서도 깊게 염두에 두고 입시를 준비했던 것입니다.
교사추천서란 말 그대로 한 학생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교사 한 명이 대학에게 해당 학생을 추천하는 글을 작성하는 것입니다.
교사 추천서는 학생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교사가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서류로서, 교사가 학생의 학업 역량과 인성에 대해 평가하고, 1000자 이내로 자유롭게 기술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항목 당 200자 이내로까지 짧게 작성해야하는 학생생활기록부보다 훨씬 더 구체적으로 학생에 대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지원자 중 우수한 옥석을 가려내야하는 대학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중요한 보조자료입니다.
그러나 사실 학생들에게 나쁜 말, 부정적인 평가를 교사 추천서에 담아낼 학교 선생님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만약 있다 할지라도, 학생들은 자신을 좋게 평가하는 선생님을 찾아갈 것입니다.
따라서 교사 추천서에는 모두 좋은 말만 적혀있으므로 그리 큰 평가 요소가 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또 교사 추천서는 운(運)의 요소가 작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학생은 3년 내내 담임선생님으로 이상한(?) 선생님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에 반해 어떤 학생은 3년 동안 정말 친절하고 좋은 평가를 받는 선생님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즉, 어디 학교인지에 따라, 그리고 어떤 반인지에 따라 교사 추천서의 퀄리티는 차이가 나기 마련이며, 대학에서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많은 주요 대학에서 교사 추천서를 요구했습니다. 2021학년도에 교사 추천서를 요구한 주요 대학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대학교 지역균형선발전형, 서울대학교 일반전형, 연세대학교 활동우수형, 연세대학교 국제형, 중앙대학교 다빈치형인재, 중앙대학교 탐구형 인재, 가톨릭대학교 학교장추천(의예과).
2022학년도부터 교사추천서는 폐지되었습니다.
또 올해부터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자기소개서 제출이 전면 폐지됩니다. 즉 생기부와 면접만으로 지원자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작년까지 서류평가항목이었던 동아리활동, 개인봉사활동 실적, 수상 경력 등이 반영되지 않아, 내신성적과 세특, 교내활동(창의적 체험활동)의 영향력이 커지는 셈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문제 상황이 여기서 도출됩니다.
상황은 정성평가가 확대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에도 대학이 학생을 정성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현저히 줄었다는 것입니다.
현재 대입에서는 자소서와 교사추천서를 운영할 수 없다는 점, 즉, 정규교육과정 외 비교과 활동에 해당되는 자율동아리, 개인봉사활동, 독서활동, 수상경력 역시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고, 평가의 전 과정에 고교 정보가 모두 블라인드 처리되기 때문에 대학 측이 고교의 교육환경과 정보 등을 확인할 수도 없어 정성평가의 손발이 잘린 격이 되는 셈입니다.
따라서 현재 대입의 매인스트림이라고 여겨지는 학종이 우수한 학생 선발을 위한 변별력있는 매카니즘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실제 2023학년 서울소재 주요 대학의 학종에서 내신 합격선은 서류 평가의 축소와 함께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최종 등록자 내신 70%컷 기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학종 합격선은 2022학년 2.3등급에서 2023학년 2.28등급으로 상승했습니다. 인문계열은 2.41등급에서 2.38등급으로, 자연계열은 2.2등급에서 2.18등급으로 상승했습니다.
특히 의대 역시 2022학년 1.48등급에서 2023학년 1.43등급으로 상승했습니다.
또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비판받고 있는 서류 블라인드 평가도 문제점이 분명합니다.
서류 블라인드 평가는 학종에서 서류심사를 할 때 이름은 물론 주민번호 출신고교명 등 학생의 모든 개인정보를 가린 채 평가하는 방식으로, 2021학년 대입에서 처음 도입되었습니다.
취지는 학종 운영과정에서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고 일반고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고교별 학업환경 차이를 확인할 자료가 사라지면서, 수시 체제가 약화된 일반고가 오히려 불이익을 얻는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대 2023수시 수시최초 일반고 합격자 가운데 일반고 출신은 49.2%로 작년보다 줄었습니다. 반면 특목고나 자사고, 영재고 등 출신은 과고를 제외하고 모두 늘었습니다. 특히 영재학교의 증가폭이 컸습니다.
특히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의 교육환경 확인이 더 중요해지게 됩니다.
여러 과목이 열리기 어려운 환경인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 것인지 등 고교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학생의 배경을 고려한 공정한 평가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많은 문제점을 노정한 2028학년도 대학입시 개편안이 어떻게 점차 보완되어 갈지 지켜볼 수밖에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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