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를 이어 합니다.
저와 저의 부모님은 서로에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제 경험과는 별개로 이런 상황을 좀 더 일반화시키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좀 더 공감을 더 갖도록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해로운' 가정 환경을 조성하는 극성이고 권위적인 부모님들, 이들이 주는 상처는 아이들의 성장, 독립성, 가족 관계 발달을 방해하며, 아이들의 마음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들의 교육 방식과 교훈을 전달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아이를 행복하도록 하는 교육방식에는 정답이 없지만, 사랑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모든 부모님들이 압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랑”을 이해하는 방식에서 비롯됩니다. 예를 들어 '내 아이를 위험으로부터 지킨다'는 명목으로 내내 방 안에 가둬놓는 것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이가 부모님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행동하거나 말할 때마다 야단치는 것이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정당화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이러한 교육방식은 학대적이며 해롭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해, 불안정, 증오심의 추억이 있는 유년기의 기억은 뇌리에 영원히 남으며, 이는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런 부모님들에게서 자라는 환경을 ‘해롭다’라고 규정한다면, 해로운 가정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영원히 남는 상처가 어떤 것인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아이는 매일 압박감 속에서 시달린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모든 행동, 단어, 결정들이 분석되고 때로는 그로 인해 혼이 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속적인 불안감 속에서 살다가 결국에는 스트레스와 걱정의 구렁이로 빠지게 됩니다.
또 이런 아이들은 대개 감정의 혼란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늘 관찰하고 잔소리를 하는 극성 엄마들의 손아귀로부터 해방되기를 원하는 한편, 동시에 그러한 부모들의 영향 아래에서 받을 수 있는 안전함을 떠난다는 생각을 두려워하는 딜레마를 겪는다는 것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좀 더 전문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코르티솔, 아드레날린, 노르에피네프린 수치가 높다고 합니다. 이 호르몬 및 신경 전달 물질들은 해마, 편도체와 전두엽의 구조에 작은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데 이는 문제 해결 능력과 같은 작동 기억에 결함을 초래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해마는 정서와 기억에 연관이 있고, 전두 피질은 의사 결정과 직결되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의 극심한 스트레스는 불안전한 정서로 이어지고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는 겁니다.
또 학대적인 교육은 아이들에게 격정적이고 사나운 정서를 느끼도록 만든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극성인 엄마는 대개 애증적인 관계를 발생시키며, 동시에 필요성, 두려움, 증오, 사랑의 감정이 계속 뒤섞인 복잡한 정서를 유발한다고 합니다.
가장 부정적이고 강렬한 감정은 두려움과 분노입니다. 이 감정들은 학대적인 부모 아래에서 흔히 목격되는데, 흥미로운 점은 아이들의 뇌 안에서 부정적인 기억들이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입니다.
두려움과 분노는 편도체라는 작고, 주요한 기관에 집중되는데, 이것은 변연계의 일부이며, 측두엽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한다고 합니다. 편도체는 정서적 경험들을 저장하고, 흔히 말하는 공포 조건화(fear conditioning)를 맡고 있어, 이 때문에 어린 시절에 시달렸던 불편함, 두려움, 분노의 감정을 유발하는 사건들은 한 평생 우리를 쫓아다닌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의 경우 이러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가끔 TV에서 오은영박사님이 진행하는 ‘금쪽같은 내새끼’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무서움과 전율을 느낀 적이 많습니다.
괴이하고 납득할 수 없는 아이 행동들의 모든 원인은 부모때문이고, 그 해법 또한 부모님이라는 것이 제가 파악한 빤한(?) 결론입니다.
저도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입니다. 저는 나름 최선을 다하였지만,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저의 부모님들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제가 한 어떤 행동은 아이에게 공포로, 서운함으로, 안타까움으로 다가갔을 것입니다(제가 제 부모님으로부터 느낀 것처럼).
“난 안그래!”라고 자위하지 마십시오. 어떤 부모도 그러한 가능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아이가 부모에게 위협이 되는 순간은 신체적으로 부모와 대적이 될만하지만,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경우에 일어난다는 것을 저는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거의 전부가 부모님들 탓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슬기롭게 극복하고 넘어가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가 생기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여겨집니다.
저는 매일매일 조심하고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아이들을 대하려고 노력합니다. 여느 부모님들처럼...
나의 욕심이 아이를 힘들게 하지 않을까? 이런 나의 소극적이고 조심스런 태도로 응당 부모라면 해야 할 아이를 가르치고 이끌어주어야 하는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부모 노릇... 참 어렵습니다.
제 부모님들도 그 어려운 시간을 보내셨겠지요? 지금의 저처럼,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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