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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소식/대입

선생님, 죄송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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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 개인의 지극히 주관적인 소견을 적은 글입니다. 사교육에서 20년 이상을 보낸 사람의 경험에 터 잡은 내용이어서 다소 편파적일 수 있습니다. 읽으시면서 공감하지 못하시거나 혹은 분노하실 수 있습니다. 한 개인의 소견일 뿐입니다. 

얼마 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교육부가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과 관련하여 수능과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수능 심화수학신설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2028대입제도 개편 시안에 대한 개선방향을 담은 17개 시도 교육청 의견과 요구사항을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에 전달했습니다.

그 요구사항들은 시도교육청 대입 담당자와 선생님 등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것으로 사실상 현장의 의견을 담은 셈입니다. 공교육 종사자들, 특히 일반고 선생님들의 의견은 아래와 같습니다.

 

그들은 선택과목 간 유불리 완화와 공통과목의 내신 5등급제 도입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선택교과마저 내신 상대평가를 진행하면 고교학점제 취지가 훼손되며, 공교육이 대입이나 수능에 종속되는 등 공교육 위기에 대한 대안이 부족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내신 5등급제 대비 수능 9등급제는 수능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하여 수능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특히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 중심의 수능은 학교 교육과정을 수능 과목 체계에 종속시킬 가능성이 높다면서 고교학점제 안착 등을 위해 절대평가를 강조했다고 합니다.

더불어 심화수학의 신설 역시 수험생의 학습 부담이 가중되고 사교육이 증가하는 등의 각계 우려가 있다며 신중 검토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선생님들, 특히 일반고 선생님들이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제 도입을 강조한 이유는 성적 경쟁 없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학습 선택권을 보장하고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수능과 내신 모든 영역에 절대평가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수능 영향력이 강화되면 수능 준비에 유리한 자사고, 특목고, 우수 일반고로의 쏠림 현상 증가할 수 있으며, 교육과정, 수업, 평가의 연속된 교육활동을 고려할 때, 수능의 평가방식은 고등학교 교육과정 운영과 연동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교육 현장의 의견을 관통하는 하나의 큰 주제는 분명해 보입니다.

자신들은 특목고나 자사고와 경쟁할 수 없고 사교육과도 경쟁할 수 없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에 대한 우월한 지배권은 유지하고 싶다, 오히려 강화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제 해석이 과도한가요?

 

수능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한사코 반대하고 자신들의 영향력이 작용하는 시험전형이 옳다고만 이야기하는지 저는 그들의 속내가 짐작됩니다.

 

의사와 판사가 한 사람의 생명(물리적 생명과 정치적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그만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졌고, 대체재가 없고, 그들의 권위에 사회적 합의가 얹혀 졌다는 것으로 말미암았을 것입니다.

제 딸의 인생의 커다란 부분이, 제 아들의 인생의 커다란 부분이 학교 선생님들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저는 싫습니다. 그들에게 그 정도의 권한과 권위를 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또 그들은 사교육을 비판과 척결의 대상으로만 보지, 사교육보다 더 나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방학, 휴가 다 찾아 쓰고, 틈만 나면 재량휴일 만들어 놀고... 고작 한 반 30명도 안되는 인원을 관리하면서 그에 수반된 행정업무를 한다는 핑계로 어떤 추가적인 노력도 않으려 하고...

 

교과와 관련해서, 자신 담당 교과의 시중 문제집을 수준별로 모두 감당할 수 있는 선생님은 얼마나 될까요?

학생이나 학부모와의 상담은 일 년에 한 번만 하면 된다는 선생님들이 많지요?

또 담당 학생이 연예인 누구를 좋아하는지, 앞으로 무엇이 되고 싶은지, 어떤 특기를 갖고 있는지... 등등을 알고 교감을 공유하는 선생님이 얼마나 될까요?

그들이 주장하는 성적 경쟁 없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학습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공염불에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분야와 영역을 막론하고 경쟁이 없는 상황이 존재하기라도 한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은 맘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같은 대상을 원한다고 한다면 그들은 어떤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학업에 대한 부담이 가중된다고 말씀하시는 것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학생은 학업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군인은 국방에 대한 부담을 가져야하고, 가장은 가장으로서 부담을 갖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요? 부담 없이 노력이 경주될 리 없고 발전이 있을 수 있을까요?

 

그들의 변명(저는 변명이라고 확신합니다)은 두어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 학교는 입시학원이 아니라는 것과, 행정업무가 많아서 자기 발전을 위한 시간이나 담당 교과과목에 대한 연구를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지 모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들은 대부분 퇴근 시간에 퇴근하고, 방학, 휴가 다 찾아 쓰고, 틈만 나면 재량휴일 만들어 놀고(?)... 고작 한 반 30명도 안되는 인원을 관리하면서 그에 수반된 행정업무를 한다는 핑계로 힘들다고만 합니다.

 

선생님들이 말하는 공교육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먼저 공교육과 사교육의 목표를 네 가지씩 열거해서 차이점과 유사점을 대조비교해 보겠습니다.

1. 공교육의 목표

 

평등한 기회 제공

공교육은 모든 학생에게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여 사회적 차별을 최소화하고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교육을 목표로 합니다.

 

기초 학문 및 기술 습득

주로 학문적인 기초를 중시하며,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여 기본적인 교육 목표를 달성합니다.

 

사회화 및 시민성 강화

공교육은 학생들을 사회적으로 적응하게 하고, 시민의식을 키우며, 다양한 가치 및 문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데 주력합니다.

 

교육의 평가와 통제

공교육은 국가 또는 지역의 교육 기준과 평가 방식에 따라 교육을 제공하며, 학생들의 학업 성취를 측정하고 통제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2. 사교육의 목표

 

개인 맞춤형 교육

사교육은 학생의 개별적인 수준과 요구에 맞추어 교육을 제공하여 학습 경험을 최적화하고 학생의 강점을 발휘하는 데 주력합니다.

 

고급 학문과 전문 기술 강화

주로 학문적인 전문성을 강화하고, 학생들이 특정 분야나 과목에서 깊이 있는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학문 외 활동 및 역량 개발

사교육은 학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예술, 스포츠, 리더십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생의 역량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경쟁력 강화와 대학 진학 지원

주로 학업 성취를 향상시키고 대학 진학을 지원하여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공교육은 다양한 가치와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공교육 주체들의 지금보다 더 나은, 더 많은 노력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공교육의 가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평등과 차별 없는 교육 기회 제공

공교육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어떤 경제적, 사회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도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여 차별을 줄이고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교육을 추구합니다.

 

2. 인성 교육과 윤리적 가치 전달

공교육은 학생들에게 인성 교육을 통해 윤리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합니다. 학생들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도덕적으로 성숙해지고,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가지도록 유도합니다.

 

3.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 강화

공교육체계는 학생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4. 글로벌 시각과 국제 경쟁력 강화

글로벌 시대에 발맞추어 학생들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어 교육과 국제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합니다. 국제적인 시각을 갖추고 다문화적인 환경에서 협력하는 능력을 강조합니다.

 

5. 기술과 미래 직업에 대한 대비

미래의 사회 및 산업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공교육은 최신 기술 및 직업 교육에 주목합니다. 학생들에게 현실적이고 산업적으로 유용한 기술과 지식을 제공하여 미래의 일자리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합니다.

 

6. 사회 참여와 시민의식 강화

학교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사회 참여와 시민의식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시됩니다. 공익활동, 지역사회 참여 등을 통해 학생들이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이런 역할에 대해 공교육이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지위를 갖기 위해서는 공교육 구성원들의 대오각성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숭고한 가치 뒤에 숨어서 기생하려는 선생님은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