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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겨울, 서울대 정문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서 계신 아버지에게 MBC 기자 한 분이 다가왔다고 합니다. 취재를 하고 싶다고 했답니다. 당시 40대 후반이었던 아버지는 "그렇지 않아도 심난한데, 다른 분들이랑 인터뷰하라"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나중에 가족들끼리 이야기할 때 "TV에도 한 번 나오고, 인터뷰 하시지 그랬냐?"라고 여쭈었더니, 기자분이 종이에 아버지께서 해야 할 말을 다 적어와서, 그것을 숙지한 다음, 그대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화가 났었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재수한 그 해 치른 학력고사는, 먼저 대학을 지원하고, 그 대학에 가서 시험을 치렀습니다.
아! 참고로 저는 그 대학을 두 번이나 떨어졌습니다.
오늘 아침, 운동을 위해 지나치던 상계고등학교는 서울지역 수능 제14지구였고, 교문 앞에 많은 학부모님들이 33년 전 제 아버지와 같은 표정으로 서 계셨습니다.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가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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