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생 제 어릴 적 어머니
어린 저를 쉼 없이 옥죄며 채찍질을 해서 키우셨습니다. 어린 저는 잠 한 번 푹 자보는 것이 소원이었고, 친구들과 반나절 놀아보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지금 어머니,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말을 잊은 채 침묵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저를 일주일이라도 보지 않으면, 탈이 나서라도 아들 얼굴을 한 번 이상은 보아야 합니다.
원망하는 맘이 생기다가도, 벗어나지 못하는 덫에 걸린 것 같은 괴로움이 들다가도 고맙고 불쌍합니다.
그렇게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 저를 키운 것은 당신이 아는 최선이었고, 세월을 이기지 못하여 망가진 몸과 마음을 건사하며 지내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요.
돌이켜보면 저를 키우느라 많이도 힘드셨을 것입니다. 제가 부모가 되어 자식 둘을 키우다 보니 매일매일 알게 됩니다.
일탈하지 않았지만 고분고분하지 않았습니다.
눈썹을 미는 행동도, 속절없이 밥을 굶어 자해를 하는 행동도, 눈에는 독기를 가득 품고 이를 바득바득 갈며 웅얼거리던 행동도 참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제 아이들은 참 착합니다.
첫째 딸아이와 둘째인 아들놈, 둘 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속상한 일이 있고, 가슴 졸이는 일이 있습니다. 힘들 때마다 어릴 적 저의 이런저런 행동으로 어머니, 아버지 속을 썩인데 대한 역보상을 감당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제가 감당할 몫은 힘이 들더라도 흔쾌히 감당하지만, 낭패스러움이나 몹쓸 잔상이 아이들에게 옮겨가지 않기를 기도할 따름입니다.
어머니를 위해 좀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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