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군 복무를 공군 장교로 마쳤습니다. 공군사관후보생 91기 출신입니다. 제 청춘의 절정기였습니다. 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고, 많은 좋은 추억을 갖게 된 시절입니다.
남자들이 하는 가장 재미있는(?) 군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전투기 파일럿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28년 전 제 동기 중에서도 붉은 마후라를 맨 멋진 전투기 파일럿이 되고자 하는 친구가 몇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희망처럼 될 수 없었습니다.
전투기 파일럿이 요구하는 많은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전투기 파일럿은 유능한 인재를 공군사관학교에서 선발하고, 그 이후에도 성적과 체력이 최상급인 극소수만이 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투기 파일럿이 된 이후에도 그들이 감당해야하는 훈련과 노력을 직접 목도한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들의 뼈를 깍는 노력과 국가에 대한 숭고한 희생으로 대한민국의 영공을 방위하는 것에 대한 감사도...
그러나
많은 전투기 파일럿들이 국내외 민간항공사로 빠져나갑니다. 그 어려운 선발과정과 교육과정을 견디고, 기량의 절정기에서 민간항공사를 그들이 택하는 이유가 뭘까요?
아마 짐작하시는대로 일 것입니다.
요즘은 TV를 틀면 트롯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넘칩니다. 그중 '트롯전국체전'이란 프로그램을 식사 중 채널을 돌리던 중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이소나'씨
무형문화재 제 57호, 경기 민요 전수자... 심지어 대통령 취임식에서 공연도 하신 분이랍니다.
물론 이전에도 국악과 판소리를 공부하셨던 많은 사람들이 트롯가수가 되겠다고 TV에 출연한 경우를 많이 봐 왔지만, 그리고 이에 대해 '뭔가 아쉽다'라는 생각이 들곤 하였지만, '이소나'씨의 등장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기량의 절정기에서 민간항공사로 직을 옮기는 공군 조종사들이 떠올렸습니다.
트롯가수가 되겠다며 국악과 판소리를 두고 나선 이들과 민간 항공사로 직을 옮기는 그들을 비난하거나 무슨 낙인을 찍고자 함이 아닙니다.
감히 그럴만한 자신도 아닙니다.
다만... 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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