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의사인 친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현재 과고 2학년 재학 중인 둘째 아이를 의대 보내려 한다는 겁니다. 재수까지 감수하고 보내려 한다고 했습니다.
제수씨와 당사자인 조카도 의대진학에 적극적이라고 합니다. 제수씨는 현재 직원 60여명되는 병원을 운영 중인데 둘째인 아들에게 그 병원을 물려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제가 친구에게 "왜 갸를 의대로 보내려고 하는데?"라고 물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내가 의사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로 살았것나?"였습니다.
다시 제가 물었습니다. "너는 지금 니 삶에 만족하나?"
친구가 다시 대답하였습니다. "응. 마누라 빼고 다 만족한다"
공교롭게도 출근하여서 한 학부모님과 상담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자녀를 의대보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영재고 진학을 준비 중인데, 일반고로 진학하는 것이 나을지 영재고로 진학하는 것이 나을지에 대해 질문하셨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대부분 학부모님의 질문은 이렇습니다.
"의대 가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의대 가려면 일반고가 낫나요, 특목고가 낫나요?"
심지어 이런 질문도 흔합니다. "의대가려면 물리2를 꼭 공부해야 하나요?" "의대 가려면 꼭 생물을 수능 봐야 하나요?"
제가 포스팅한 내용 중에 의대 관련된 내용이 제법 많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오늘 상담한 학부모님과의 대화 내용 중 몇 가지를 적어 봅니다. 어머니께서 자녀에 대한 정보를 제게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알고 싶은 것만 질문하셔서 제 마음이 조금 불편하였고, 그 어머니도 제가 속 시원한 답을 주지 않고 많은 질문을 하여 맘이 불편하셨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1. 자녀분이 영재고 진학 준비를 한다고 하셨는데 진행되는 학습 성과는 만족할만한가요?
<- 의대 진학을 위해 영재고나 나을지 일반고가 나을지를 고민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자녀의 역량이 영재고를 갈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드렸던 질문입니다.
오가는 대화를 종합하여 영재고 진학을 위한 역량은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그 분의 자녀가 다니는 학원은 CMS나 새움FIT정도로 짐작되었습니다.
지금 다니는 학원에서의 학습성과가 중간정도라면 영재고 감은 아니라는 것이 경험칙입니다.
그리고 물리1을 학습하지 않은 상태에서 물리2를 공부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보아 예비 중2인 지금 고등과학까지 선행이 되지 않아 학원의 프로그램에 맞춰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요구를 하는 학원에 대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리1은 총론적인 내용이 대부분이고, 물리2의 경우 그 심화로서의 성격이 강한데, 총론 없이 각론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2. 학생이 매우 성실한 편인가요? 그리고 지금 내신은 완벽할만큼 받고 있나요?
<- 일반고로 진학할 경우 교과전형으로 힘을 싣기 위해서는 내신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어서 그렇게 질문하였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도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처음 든 생각이어서 그렇게 질문하였던 것 같습니다. 일반고에서 특기자전형이나 논술전형으로 의대가기는 확률이 낮습니다.
3. 일반고로 진학을 하기 위한 제대로 된 준비를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만, 어머님 생각은 어떤지요?
일반고로 진학할 경우 일반고등학교 자연계열과 과학중점학교 간에도 조금의 차이가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고등과학 중 물리1, 화학1을 준비하면 될 것 같았습니다.
물론 상담자에 따라 제시하는 해법이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물리1, 화학1을 제대로 준비하려면 10개월 정도가 소요되고, 수2까지 급하게 진행하였다는 수학을 제대로 정비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중3 여름방학까지 빠듯해 보였습니다.
고등 과학의 경우 1과목을 잘 학습해두면 2과목을 진행하는 데 크게 무리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학은 선행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재고, 과고를 진학하여 내신을 잘 받을만한지, 아니면 1학년 1학기 내신 정도를 보고 정시로 돌릴 경우 학생의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이 그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중요합니다.
일반고의 경우 내신확보가 수월하다는 것은 영재고, 과고와 비교하여 절대적으로는 그렇다지만, 극상층인 의대가기를 원하는 학생을 놓고 본다면 그리 수월한 편이 아닙니다. 그리고 심리적으로 여지를 주고 한 발 물러 선 경험을 가진 학생이 일반고 진학하면 내가 내신을 쓸어 담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희망사항입니다.
학생의 학습스타일과 성격, 학습능력을 일차적으로 고려한 후 수시, 정시, 그리고 수시에서도 어떤 수시전형에 무게를 많이 두어 학교생활을 영위할 것인가에 대한 종합적인 고찰이 필요합니다.
그 어머니와의 상담은 1시간이 채 되지 못하여 제가 일방적으로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수준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분은 이런 답을 원하셨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 이렇게 하십시오. 그러면 무조건 의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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