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포스팅에서 저의 개인사를 언급할 때 다루었던 내용입니다.
저의 어머니께서 어린 저에게 너무 가혹하셨다. 어머니에게는 희망이 없었던 당시 상황을 견디는 유일한 탈출로, 또는 쉼터가 제가 공부 잘하는 것 뿐이었던 것 같다고 말 한 적이 있습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기. 잠 4시간 이하로 자기.. 등등을 요구하셨던 몇몇 에피소드를 이야기 한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상황과 노력을 이해하면서도 정말 행복하지 못했던 중고등학교 시절을 갖게 되었다는 그런 푸념....
“옴마, 그때 도대체 내한테 와그랬습니꺼?”
“몰라, 그때는 그래야 되는 거 같았다”
“그라모 지금은 손자, 손녀한테는 와 안그라는데?”
“몰라. 건강하게만 커모 되는 거 아니가?”
몇 년 전 어머니랑 이러면서 웃고 말았습니다. 서로에 대한 감정의 응어리는 풀지 못한 체...
얼마 전 tvN의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라는 프로그램에서 당시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살인범이 된 전교 1등 아들'의 이야기가 방송됐습니다.
2011년 11월 23일,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주인공이 안방에서 자고 있던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동기와 지금의 심경을 밝힌 내용입니다.
----- 동기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던 주인공이 어머니의 공부에 대한 압박, 그리고 그 압박에 이어진 심한 체벌때문에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내용은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지금도 형태와 정도가 다르게 여러 곳에서 발현되어지는 것을 여러 차례 저도 직접 목도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어린 학생에 대한 가혹한 학대에 버금가는(?) 수준을 수용하여야 존속할 수 있는 학원을, 대치동 한 복판에서 여러 해 운영 해 본 경험자로서, 위 사건이 마냥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이끄는 대다수의 학부모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을 주인공의 어머니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었으니,
그것은 ‘결핍’입니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학창 시절 늘 전교 1등을 하던 수재였으나 딸을 대학에 진학시킬 생각이 없었던 아버지 때문에 스스로 돈을 벌고 대학에 갔다고 합니다. 그녀는 졸업 후 일본 유학을 가서 주인공의 아버지를 만나 공부를 포기하고 결혼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남편의 외도로 별거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네가 성공해서 아버지 없이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아버지는 네 인생에 없다는 걸 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버지에 대해 속상함이 커질수록 나에게 간절하게 푸시를 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간절했던 것 같다"고 주인공은 그때를 떠올렸습니다. 결핍입니다.
몇 년 전까지 제가 보고 겪었던 학부모님들의 결핍에 대해서 구체적인 언급은 않겠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분석과 판단이어서 잘못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주제로 돌아가서...
주인공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이미 토익 875점을 맞았다고 합니다. 그는 "공부와 관련해서 기억나는 첫 번째는 초등학교 4학년, 쉬는 날 기준으로 11시간 정도 공부했다. 재밌었다. 공부하는 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그러나 중학교 올라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어머니에게 혼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중학교 1학년 때 첫 시험에서 전교 2등을 해서 기뻤다. 어머니께 기쁘게 소식을 전했는데 혼나며 맞았다. 전교 2등으로 만족했다고. 올라갈 생각을 해야지 하면서. 약간은 억울했지만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시험에서 1등을 했는데 또 혼났다. 전국에 학교가 몇 갠 줄 아느냐고 전국 1등을 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체벌은 회초리, 대걸레봉, 심지어 야구배트로 맞았다고 합니다.
놀라운 몇몇 이야기를 추가로 나열해 보겠습니다.
주인공은 중학교 2학년 경, 어머니가 자신이 태어날 때 20년 교육 플랜을 짜둔 것을 알고 적잖이 놀랐다고 합니다. '트루먼 쇼' 주인공처럼 섬찟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주인공은 "어머니가 '준비하라'고 하면 바지를 갈아입었다고 합니다. 맞을 때 입는 바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맞다가 피가 나면 바지를 갈아 입어야 하니까 감당이 안 됐다. 맞자고 하면 그거 입었다. 빨지도 않고 계속 입고 맞았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하는데... 이 지점에서 한계가 왔습니다. 더 이상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혼나는 게 길어지니 시간 낭비라고 시간을 재서 맞아야 한다는 엄마의 논리가 있었다. 40분에 한 번씩 정산하듯 맞았다".
고등학교 진학 후 성적은 계속 떨어졌고 주인공은 성적표를 위조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사건 당일 주인공은 거실 책상에서 공부하려고 앉다가 달력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고 합니다. 곧 학부모 입시 상담이어서 어머니가 학교에 가서 상담을 하면 성적 위조를 들켜서 자신이 맞아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부엌에 가서 칼을 들고 안방으로 들어가 어머니를 죽였다고 합니다.
지금 주인공이 말하는 어머니에 대한 소회는 이렇습니다.
"어머니는 자기 기준에서 최고의 사랑을 준거다. 모든 인생을 갈아 넣어서 저를 키웠다"
"어머니께서 힘들어하며 저에게 압박을 할 때 인제야 조금씩 해석이 되는 것들이 있다. 어머니가 점점 더 불안해지고 두려워졌다는 것"
그는 어머니를 용서 한 것일까요?
이 주제는 오랜 세월동안 저를 괴롭혀 온 숙제이기도 했습니다.
견디기 힘들 정도의 집착과, 자신이 믿는 사랑의 방식으로 제 삶의 19년을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히 관장하셨던 제 어머니에 대한 애증을 지금도 온전히 받아 들이지 못하는 못난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하게 만듭니다.
초4 정도의 아이들에게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중2가 될 때까지 수학의 경우 고등 수학 과정 거의 전부를 몇 번 심화학습,
과학의 경우 특히 물리와 화학의 경우 대학 1학년 수준까지 마쳐야 하는 소위 대치동식영재고 진학 프로그램을 소화하게 만드는 부모님들은 위 주인공의 경우와 같은 이런 참담한 사건의 원인과 결말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또 그들은 상식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가능하다고 여기고 푸시하는 것일까... 싶습니다. 한 두 달 공부시켜보면 충분히 알 수 있을 텐데요.
좋은 부모되기도 참 힘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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