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치동아재의 프라이빗_노트/대치동아재 이야기

학습장애를 가진 아이

728x90

저는 올 2월 공식적으로 은퇴를 했습니다.

뭐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내와 상의하여 그간 운영하던 학원을 모두 정리하고, 정리하지 못한 집 부근에 있는 조그만 학원 하나를 소일거리 삼아 운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8년만에 수업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원생 수에 마음 졸이지 않고, 강사와 학부모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오로지 아이들만 바라보고 아이들 가르치는 재미에 오롯이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20년 이상 학원 생활을 할 때 경험하지 못한 나날들입니다. 

욕심을 버리니 이런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믿기지 않습니다. 

 

아내가 싸 준 도시락을 들고 매일매일 학원에 나가 수업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맞이하고, 열심히 수업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편안히 쉬는 매일매일 이런 생활이 좋습니다. 

 

한 달 전, 문제가 생겼습니다. 

한 아이가 새로 등원하게 되어 첫 수업을 진행하는데, 그 아이의 행동이 이상한 겁니다.

5~10초 간격으로 짧은 소리를 지르거나, 책상을 탁탁 치거나, 계속 중얼대는 것입니다. 한두 번 주의를 주다가 그래서는 상황이 수습될 것 같지 않아 교실 밖으로 내보내고 상담실장님에게 아이를 잠시 맡겼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통화를 하고, 그 아이는 학원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우니 데리고 가주십사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는 아이에게 주의를 주겠다거나, 그게 여의치 않으면 개인 수업이라도 해 달라고 요청하셨지만 저는 거절하였고 결국 그 아이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내내 마음이 불편하였고, 그 아이가 생각이 났습니다. 내 행동이 최선이었을까?

 

사실 예전에 나름 고액의 과외 수업를 한 적이 있었는데, 담당하였던 학생은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었습니다. 국내 굴지 기업의 이사님 아들이었는데 자폐증에 우울증을 가진 아이였습니다. 수업하다가 갑자기 우는 일이 다반사였고, 더 심한 경우에는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때 그 아이를 잘 대하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하였고, 그 상황을 버티며 꽤 오랜 시간을 수업하였습니다. 결국 그 아이는 국내 대학을 진학하지 못하고 중국으로 유학을 갔지만 2년 가까이 수업을 했던 것 같습니다. 

 

최근 내 학원으로 공부하겠다고 들어 온 아이를 돌려보낸 이유가 결국 돈이 아니었나? 하는 자문을 해 봅니다.

앞서 말한 고등학생의 경우, 별도의 노력과 감정적으로 힘듦을 견디게 할 만한 금전적 보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부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잘난 체하고 고상한 척하고, 온갖 명분으로 포장하여도 자신에 대한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공교롭게도 최근 두 명의 아이를 새로 맡게 되었는데 그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 명은 약간의 틱장애가 있는 아이고, 한 명은 조금 느린 아이입니다. 각 아이만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고 개인 수업으로 진행 중입니다. 내 양심을 좀 편하게 하고자 함입니다만 이런 일련의 상황이 제게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듯합니다. 

 

사람일은 알 수 없으니까요

 

'대치동아재의 프라이빗_노트 > 대치동아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꾸고 싶습니다_2  (0) 2022.07.06
꿈꾸고 싶습니다_1  (0) 2022.07.05
멘사의 위용  (0) 2021.03.16
신언서판(身言書判)  (0) 2021.03.09
운명이나 팔자를 믿으시나요?  (0) 2021.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