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들놈이 현재 고1인데, 현 고1이 대학 진학하게 되는 2022학년부터 학생부가 간소화됩니다. 이에 대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 해 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수시지원 학생들의 인적, 학적사항, 부모정보, 특기사항 삭제
2. 대입제공 수상경력이 한 학기 당 1개(총6개)로 제한
3. 자격증 및 인증취득 미제공
4. 방과 후 학교활동 내용 미기재
5. 봉사활동 특기사항 미기재
6. 소논문 미기재
7. 자율동아리 학년 당 한 개로 기재 개수 제한
8. 진로선택과목 석차등급 미산출
9. 교사 추천서 폐지 등
그 중, 교사 추천서의 폐지가 과고나 영재고의 의대진학을 부추기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미 2019대입에서 영재학교 의대진학자가 역대 최고치인 61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최근 파악되었고, 재수생들의 정시 진입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의대진학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2022학년부터 도입되는 학종 간소화 조치로 교사 추천서가 폐지됨에 따라, 최근 의대 입시에서 뒤늦게 확대된 학종이 과고나 영재고의 의대진학을 확대시킬 기폭제가 될 여지가 있습니다.
최근 의대 학종은 2017학년 17.2%에서 2018학년 26.3%, 2019학년 27.7%, 2020학년 30.1%로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습니다. 문제는 확장 일로에 있는 학종에서 교사 추천서를 필수로 요구하지 않는 의대의 비중이 절반이상을 넘기면서 과고나 영재고 학생들의 접근성이 함께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과고나 영재고 학생들의 의대진학 창구로 지목되어온 특기자 전형이 감소되었지만, 최근 드러난 2019대입에서 영재고 의대진학 역대 최고라는 결과에 영재고 학교 당국도 당황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최대 규모로 확대된 의대정원이라는 환경아래, 교사 추천서를 요구하지 않은 의대의 학종전형이 과고나 영재고 학생들의 의대진학에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분석입니다.
교사 추천서가 없는 학종은 2020 입시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추천서가 전면 폐지되는 2022입시 이후 더욱 확대될 전망입니다. 이 점이 당장 올해 진행되는 2020 과고나 영재고 입시부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과고나 영재고의 의대진학 채널이 되는 전형은 그 구조를 보면, 정시 37.4%(1096명) 학종27.2% (812명) 교과 24.6% (721명) 논술 8.6%(253명) 특기자 1.5% (45명)순으로 이뤄졌습니다(2019학년도 기준).
과고나 영재고 학생들의 의대진학자들이 접근 가능한 전형은 정시, 논술, 학종, 특기자의 4개전형입니다.
정시는 개인차원에서 재수를 감당하는 상황이어서 학교 측이 진학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 교과는 과고나 영재고 학생들의 입장에서 유리한 전형이 아니라는 점에서 배제하고 나면 학종, 논술, 특기자 3개 전형이 접근가능합니다.
지속적으로 축소되어온 특기자가 문호가 좁은 점을 감안하면 논술과 학종이 실질적인 채널로 지목됩니다. 그러나 의대 논술이 경쟁률이 높은 데다, 이과 재수생들이 유일한 수시 접근 전형임을 감안하면 과고나 영재고 학생이라도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학종이 최대 채널로 부각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의대에서 추천서를 요구하지 않을 경우, 고등학교 차원에서 학생의 의대지원 여부를 사전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집니다. 즉 추천서 없는 학종의 증가는 학부모와 학생이 학교와 씨름할 필요없이 쉽게 지원할 수 있는 전형 자체가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게 됩니다. 실제 2019 의대 학종에서 추천서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60% 이상으로 파악됐습니다. 2019의대 입시에서 학종은 27.7%로 도입된 이후 최대 규모로 파악됩니다. 이 가운데 62.6%가 추천서를 요구하지 않거나 선택사항으로 두고 있어 사실상 제출 없이도 합격이 가능합니다.
그동안 과고나 영재고는 의대진학 방지의 자구책으로 특기자는 물론 학종에서 의대 추천서 작성을 거부하거나, 추천서 요청 시 학생의 미지원을 권고 해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올해 의대 입시와 2022 의대 입시입니다. 추천서 없는 학종이 과고나 영재고의 최대 의대진학 채널로 부상한 가운데 2020입시는 학종이 더욱 확대됩니다.
2020 의대 학종은 2019 대비 2.4% 상승한 30.1%의 비중입니다. 2017학년 17.2%과 비교하면 2배가량 상승한 수치입니다. 추천서를 요구하지 않는 비중도 62.9%로 전년대비 0.3% 증가합니다. 그동안 교육부와 고교차원의 노력이 전무했던 것은 아닙니다. 2017년 교육부의 조치로 과고나 영재고 모집요강에는 의학계열 진학에 부적합한 학교, 추천서 작성거부, 장학금과 지원금 회수 방안 등이 명시됐었습니다.
의학계열 진학을 하지 않겠단 서약서 작성 등도 병행해서 이뤄졌습니다. 일반고 대비 막대한 재정지원이 이뤄지는 고교에서 설립취지에 어긋난 진학실태가 지속되면서 마련된 조치였습니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 같은 조치는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강제성이 없는 조치들인 진학에 부적합한 학교 명시나, 서약서 작성 등은 애당초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고, 장학금이나 지원금의 회수 방안 역시 받은 금액을 반환하고 의대로 진학하는 경우 해결책이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추천서 작성 거부는 그나마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이제 변화하는 의대의 전형 방식으로 인해 거의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한과영의 경우 졸업학력 미부여 방안을 시행하여 의대 진학을 도모한 학생들의 마음을 돌리고 있습니다. 졸업 자격이 주어지지 않으면 이미 의대에 합격한 경우라 하더라도 고교 졸업학력을 취득하지 못해 결국 합격이 취소되므로, 최근 5년 동안 전국 8개 영재학교 중 유일하게 한과영에서만 의대 진학자가 단 1명도 나오지 않은 것은 이러한 ‘강경책’의 효과 때문이라는 평가입니다.
이러한 의대의 전형 방법 변화에는 의대 교수님들의 ‘이기심’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의대 입시구조 결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의대 교수님들이 우수학교란 명목으로 과고나 영재고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지원자격 제한 방침이 권고가 아니라 의무화되지 않고서는 지금처럼 과고나 영재고 출신들에게 지원자격을 부여하는 구조가 이어질 것은 명약관화해 보입니다.
그리고 과고나 영재고 학생의 의대진학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한 설립취지 훼손 때문만이 아닙니다. 현재 과고나 영재고에는 국민 세금을 통한 예산지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과영이 과기부 주관으로 연간 150억가량, 서울과고의 경우 24억, 세과영의 경우 20억원, 대구과고 36억, 인과영의 경우 30억에서 40억, 광주과고의 경우 40억 수준의 엄청난 예산지원이 이루어집니다.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과고나 영재고에서, 좋은 교육여건에 더해 장학금 등 혜택을 전부 누린 다음 의대를 택하는 것은 ‘이기심’의 발로란 지적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물론 당사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어제도 저는 영재고 재학생 학부모님으로부터 의대진학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하였습니다. 제가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은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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