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에 ‘특목고를 포기하면 10년이 행복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포스팅하였습니다. 서울 소재 외고에 진학하였다가 2학년 때 일반고로 전학을 한 경험을 가진 주부님의 글을 기반으로 포스팅한 것입니다.
오늘은 그와 정반대의 입장에 서있는, 올해 서울대 진학하게 된 영재고(대전과학고등학교) 출신 학생의 글을 기반으로 포스팅을 하고자 합니다.
아래 글 또한 조금의 각색을 거친 글이라는 것, 또 글쓴이의 편견이 배제되지 않은 글이라는 점을 꼭 염두에 두고 읽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 아 래 -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영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입학하게 되는 학생입니다. 길지 않은 글이지만 영재고 준비하면서 불안해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글을 올리니, 혹시 다른 분들의 경험이나 준비했던 내용과 다르더라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막상 영재고에 와보니... 영재고는 일반 학교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많은 혜택이 있는 학교였습니다. 훌륭한 선생님들과 값비싼 기자재들..(입학 당시 학교를 둘러보신 저희 아빠의 말씀에 의하면 SKY 공대 대학원 연구실 못지않은 시설이다... 라고 감탄하시더군요),머리도 좋고 인성도 훌륭한 친구들과 같이 연구하고 밤새 놀기도 하고 관심 분야에 대해 늦은 밤까지 토론하던 잊지 못할 경험은 평생 소중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
물론 타 학교들보다 더 치열한 공부를 해야 하고 일부 ‘넘사벽 친구’들과 경쟁하면서 깊은 좌절도 경험하고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일부 학생은 중학교 때까지 너무 공부만 해왔기에 영재고라는 목표 달성 후 공부에 아예 손을 놓거나 소수는 일반고나 자사고로 전학 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생활을 즐기며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끝까지 서로 격려하고 도와주며 끈끈한 우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희 학교의 경우, 한 학년의 45~50% 학생이 서울대를 입학하더군요. 하위 10% 친구들도 한양대, 성대 입학합니다. 고3때는 서울대를 제외한 카이스트, 연세대, 고려대, 성대에서 자신들의 대학에 지원해달라고 입학사정관이 직접 영재고를 찾아와 러브콜을 합니다. 대단한 행운이지요...
저는 목동(서울시 양천구)에 거주하면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목동은 특목고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많은 동네라서 저도 중학생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영재고 과고를 가고 싶다는 꿈을 꾸었으나 남들에 비해 매우 늦은 시기인 중1부터 본격적인 영재고 준비를 돌입했었습니다.
저는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고 이 분야 관련 책읽기를 좋아하던 학생일 뿐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과학고, 영재고의 꿈도 없었고 제가 좋아하는 수학을 배우기 위해 수학, 과학(실험중심), 영어학원만 다니던 학생이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졸업할 당시에 겨우 수학은 중등과정 선행 밖에 안 되어 있었습니다. 초6 겨울방학에 목동의 유명한 수학 과학 학원 상담을 하면서 과고나 영재고 목표로 공부하고 싶다고 했었으나 목동의 전문학원인 ***, ****에서 모두 ‘일반적인 영재고 준비생들보다 너무 준비과정이 늦어서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해서 저와 어머니께 깊은 좌절감을 맛보게 했었습니다.
‘직장맘’이셨던 어머니께서는 제게 다른 엄마들보다 정보가 부족함에 대해 매우 미안해하셨고, 저 또한 잠깐이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엄마를 원망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상황이 제게 의지를 불태웠던 것 같습니다. 6학년 말부터 빠르게 수학 중등심화와 고등상하를 선행했고 KMO 준비와 물리, 화학 올림까지 몰입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에서 했던 사고력 수학이 KMO 준비나 영재고 시험 대비 문제 유형을 빠르게 습득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평소 읽었던 각종 수학, 과학책들은 타 친구들 대비 늦게 시작했음에도 단시간에 경시대회와 올림까지 도전하고 수상하게 한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학원을 통해 이론과 문제 유형을 암기해 온 친구들에 비해 책을 통해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고 개념을 확실히 이해해왔던 것이 저만의 무기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결국 저는 중등 KMO, 물올, 화올에서 만족할만한 상을 수상했고, 2015년 감사하게도 영재고 입학의 행운과 마침내 2019년 서울대 공대 조선해양공학과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울대, 카이스트, 연세대, 고려대 모두 합격하게 되면서 과거 3년, 6년을 뒤돌아보니 무엇보다도 제가 영재고를 준비했던 것이 정말 잘한 선택이었고, 비록 영재고나 과고를 합격하지 않았더라도 그 힘든 과정을 열심히 준비한 친구들은 모두 대입에서 모두 좋은 결과를 얻었기에
그 공부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만약 자녀분이 영재고를 준비 중이고 본인이 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부모님께서는 꼭 지원해주시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시길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영재고, 과고 친구들 똑같이 말하는 것이 과학 중 자신만의 무기과목을 만들어야 하고 이것이 입학 후 내신 관리에 큰 도움을 줬다는 것입니다.
영재고나 과고를 졸업한 친구들이나, 비록 아쉽게 합격은 못했지만 대입에서 좋은 실적을 거둔 대부분의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이 '중학교때 했던 공부의 힘이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혹시 자녀분이 예전의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즉' 수상을 못한다면 아무 의미 없는 것 아닐까', '헛공부, 시간낭비 하는 건 아닐까', '나중에 영재고, 과고 탈락하고 일반고 간다면 과연 이 공부가 도움이 될까' 등등에 대해 고민 중이라면, 아이의 수준이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전제하에 끝까지 도전해보라고 적극 권하고 싶네요.
정말 공부는 어딜 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신 아이가 잘 따라 가고 있는지 꼭 체크해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학원만 다니면서 공부했지만 솔직히 많이 힘들었었습니다. 제가 입학한 후에 친구들과 얘기해보니 주위의 영재고, 과고 또는 특목고 진학한 친고들 상당수가 수학, 과학 과외를 하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많이 보완했었더군요.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를 준비하거나 영재고 과고 입시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확실히 고난이도의 문제를 접하게 됩니다. 학원의 숙제 양도 어마어마하여 저의 경험을 돌아보았을 때, 빈 부분이 많았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숙제를 다 해오는 친구도 많지 않았구요.
너무 빠른 진도로 인해 모른 채 넘어가는 경우도 많았구요. 결국 이런 문제가 쌓이다보면 겅시 준비를 해놓고도 중간에 포기하는 친구들이 참 많았었습니다. 막판에는 자신감, 자존감으로 버텨야할 때가옵니다. 멘탈관리, 체력관리 필수입니다.
혹시 자녀분들 중에 이런 특목고를 준비하거나 올림 대비를 하고 있다면 아이들이 잘 소화하고 있는지, 빈 부분은 없는지 체크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넘쳐나는 공부 양으로 자신도 모르게 놓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을 것입니다.
이 부분을 얼마나 잘 메워주느냐가 입시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영재고 준비하는 학생들의 과외를 하면서, 물론 뛰어난 친구들도 있지만 때로는 아이의 실력이나 의지보다 부모님의 의지로 공부하는 듯한 학생들도 꽤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영재고 준비는 정말 힘든 공부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본인의 목표의식과 간절함이 꼭 필요합니다. 잘못할 경우 시험을 코앞에 두고 포기하는 경우도 많으니 아이의 상태를 꼼꼼히 살펴주시고 아이와 진솔한 대화 많이 가져주시길 당부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만약 그 의지가 강하다면 특히 수학은 빈 부분이 없는지 꼭 체크해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재고 시험에서도 그렇고 영재고 입학해도 수학은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이 물리, 화학, 생물 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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