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탐Ⅱ는 난이도가 높고, 응시인원이 적어서 1등급을 획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기피하는 과목입니다. 이를 선택하는 학생은 별종으로 불린다고도 합니다. 상대평가 체제인 수능에서 응시인원이 적을수록 상위등급 인원수도 적어져 높은 등급을 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학과 교육전문가들은 과탐Ⅱ가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지만, 입시에서는 이런 이유로 기피되고 있습니다.
과탐Ⅱ 기피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이유 중 하나는 의대 선호현상을 들 수 있습니다. 의대정원을 2022학년부터 10년간 총 4,000명 확대하는 방안이 확정되면서 과탐Ⅱ 기피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과탐Ⅱ를 선택할 만한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대로 빠지게 될 경우, 굳이 의대 입시에서 활용도가 낮고 1등급을 받기도 힘든 과탐Ⅱ를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의대의 경우 수능 최저를 만족하고자 한다면 과탐Ⅱ를 응시한다는 것이 위험부담이 큽니다. 앞서 말씀드린 이유로 과탐Ⅱ에서 1등급을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의대를 희망하는 경우 반드시 서울대 의대에 진학하겠다는 목표가 아니라면, 서울대 의대를 포기하고 타 대학 의대에 진학할 목적으로 과탐Ⅱ 응시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대에서 Ⅱ과목 가산점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 의대 규모에 비하면 미미합니다. 의예에서 과탐Ⅱ가산점을 부여한 대학은 단국대, 동국대(경주), 동아대입니다. 단국대의 경우 의예/치의예에 한 해 과탐Ⅱ 백분위점수의 5%를 가산하고, 동국대(경주)는 의예과에서 과탐Ⅱ 표준점수의 5%를 가산합니다. 그리고 동아대의 경우 의예과에서 화학Ⅱ, 생명과학Ⅱ 중 하나 이상 반영할 경우 표준점수에 3점을 가산할 뿐입니다. 게다가 선호되는 의대도 아닙니다.
또, 약대의 학부 전환도 이런 상황을 심화시킵니다. 기존의 약대 입시는 2009년에 도입된 '2+4' 제도입니다. 약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다른 학부나 학과로 입학해 최소 2년간 기초교양교육을 거친 후, 약학대학으로 학사 편입해서4년의 전공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약대 학제개편 방안에 따라 대학들은 기존 '2+4년제'와 6년제 중 자유롭게 학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전국 37개 약대 중 부산대, 충남대, 강원대를 제외한 34개교가 2022학년 6년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34개 약대 기준 1,583명을 선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의대정원이 늘어나고 약대 정원마저 늘어나는 상황에서 서울대를 진학하려는 학생이 아니라면 누가 굳이 과탐Ⅱ를 선택할까...... 싶습니다.
대학이 과탐Ⅱ 응시를 권장하는 이유는 대학교육을 제대로 이수하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서울대는 2019년부터 고교 재학 중 물리Ⅱ를 이수하지 않고 학부에 입학한 신입생 대상으로 ‘물리의 기본’ 강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과탐Ⅱ과목이 필수자격인 서울대에서조차 물리가 아닌 과학 Ⅱ과목 선택자들의 학력저하가 문제라고 하니, 다른 대학은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려면 물리Ⅱ 개념을 익히는 것이 필수인데, 수능 물리Ⅱ를 선택한 학생 수는 4년제 대학 공학계열 정원인 89,000명의 10%도 되지 않습니다.
대안 중 하나로 의대가 과탐 선택에서 생물과 화학 과목을 필수로 지정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의학계열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이공계열로 진학할 학생들이 무분별하게 의대를 지원하는 것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공대는 물리Ⅱ를 필수로 지정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러나, 원서를 쓰는 순간까지 자신의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함정입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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