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시골 사는 친구와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제 고향을 '시골'이라고 칭하거나 듣는 것이 불편했는데, 서울 사람들은 서울 외의 지역을 모두 '시골'이라고 하더군요. 어느새 저도 제 고향을 '시골'이라고 칭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어머니 눈이 안 좋다. 허리도 안 좋아 병원 다닌다고 하신다. 어머니가 아프니까 아내와 다툴 일이 많아졌다. 네 어머니는 편안하시냐? 이런저런 안부를 묻다가 둘째 아들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제 친구의 둘째 놈는 제 아들놈과 마찬가지로 현재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경남과학고등학교를 다니는데 내신이 그다지 좋은 것 같지 않습니다. 지난여름부터 내신 포기하고 정시에 몰빵(?)한다고 합니다.
이번 겨울방학에는 대치동으로 유학을 보내야겠다고 합니다.
그러라고 했습니다.
부모로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안도가 있을 것이고, 조카놈으로서는 대치동 수업이 시골보다 낫다면 배워가는 것이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자신감이라도 챙겨서 갈 수 있겠지요.
조카 놈의 성향을 봐서 가장 궁합(?)이 잘 맞을만한 강사로 세팅하고, 조카 놈의 과목별 성적을 상담해서 가장 도움되는 학습 스케줄을 짜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방학기간 동안 기숙하라고 했습니다. 집사람의 양해도 구했습니다. 제수씨와 상의해 본다고 하더군요.
그 친구는 저와 중학교 1학년에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저보다 키가 머리 하나만큼 더 크고, 초등학교때 전교 싸움 1등이었고, 또 육상선수였다고 들었습니다. 첫 만남에서부터 엄청난 피지컬과 싸움실력으로 저를 압도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 친구는 중2때 자신의 꿈을 세웠고, 그때부터 공부에 매진하여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 친구가 세운 꿈은 의사, 더 구체적으로는 정신과 의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 친구는 자신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지천명을 넘긴 그 친구의 현재의 꿈은 정신과 의사를 그만두는 것이랍니다. 그 친구는 꿈을 두 번 세웠고, 한 번은 이루었고, 나머지 한 번은 좀 있으면 무조건 이루게 되겠지요. 부럽습니다.
친구의 두번째 꿈을 이루는 시기와 저의 은퇴를 비슷한 시기로 맞추어, 은퇴 후의 삶을 같이하자는 계획을 세우며 모처럼 신나는 수다를 떤 것 같습니다. 날이 추워지면 태국으로 가서 겨울을 나자, 제주도에서도 4년쯤 같이 살아보자..... 등등. 지금도 그 생각에 웃음이 깃듭니다.
천아. 우리 건강하게 잘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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