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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뽀개기

'나는 신(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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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보았습니다.

여러번 밝혔다시피 저는 종교생활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솔직히 궁금합니다. 사회 규범에 부합하고, 상식적으로 이해 가능한 건전한 종교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제가 보았을 때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측면이 많은데, 사람들은 왜 심지어 사이비 종교에 빠지게 되는 것일까요? 더구나 거기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일들이 전혀 상식적이지도 않은데 말입니다.

왜 그럴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학력의 정도를 불문하고, 사회계층 상의 고하를 불문하고...... 도데체 왜?

 

공부를 좀 해 보았습니다.

사이비 종교에게는 특정한 성립 법칙이 있다고 합니다. 사이비 종교는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의 결핍 속에 파고들어 상대를 조종당하기 쉬운 상태로 만들어 조종하며, 이 행위의 반복을 통해 조종당하는 집단을 창조해 낸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특히 삶의 전환기를 노린다고 합니다. JMS도 그렇고 신천지 교회도 그러했습니다. 삶의 전환기에 맞닿은 대학 초년생이 특히 그들의 주요 타겟인 점이 이 이유 때문입니다. 부모님의 품을 벗어나는 시기,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관계에서 쌍방향성이 주어지는 시기, 인간관계에 많은 변화가 있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시기......

대학 신입생들은 어느 대학을 다니든 본질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지방에서 막 올라온 신입생의 경우, 의지할 곳이 없기도 하거니와 세상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많기 때문에 되레 쉬운 전도 대상이 된다고 합니다.

사이비 종교는 이와같은 대학에 막 진학한 신입생이나, 졸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 연인과 헤어졌거나, 삶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 삶의 전환점에 서 있는 이들에게 접근해 그들의 마음을 샀습니다.

JMS 정명석이 우리나라를 떠나 대만에 가서도 꼭 같은 방법으로 유사한 결과를 얻었었고, 미국을 비롯한 다른 여러 나라의 사이비 종교들 역시 거짓말처럼 흡사한 수법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들이 사용하는 좀 더 세부적인 방법론도 놀랄만큼 유사합니다. 사이비 종교는 인간의 인지를 완전히 차단하는 교묘한 수법으로 사람을 전도한다고 합니다. 예를들어 신천지에서는 전도 대상 1명에게 기성 신도 3명을 붙이고 이 4인 그룹이 3개월간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과정을 지나게 하는데 그들은 이를 '복음방 단계'라 불렀다고 합니다.

매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술도 마시고, 통화도 길게 하고 가까운 곳에 여행도 다니는 과정에서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고 합니다. 이 복음방 단계가 끝나면 7개월간 센터라는 곳에서 주4일제로 수업을 듣게 되고, 그 기간을 합하면 10개월쯤 된다고 합니다.

10개월간 활동한 곳에서, 한순간 모든 것을 끊고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은 드물겠죠? 이는 10개월간 만난 연인과 갑작스레 이별한 후 바로 괜찮아지는 사람이 드문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러한 혼란스러움을 안고 계속해서 신천지에 나오는 신입 신도에게, 신천지는 다음 지시를 내리게 되는데, 새로운 전도 대상 1명을 전도하기 위해 그의 곁에서 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을 숨기고 시간을 보내라는 지시랍니다.

이는 피해자로서의 혼란스러움을 가해자로서의 죄악감이 대체하는 행위라고 합니다. 이는 성범죄 피해를 입은 JMS 여성 신도들이 또 다른 여성들을 범죄 현장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수행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이비 종교 피해자들은 무의식적 방어기제의 일종인 해리(解離) 상태에 빠진다고 합니다. 이는 나는 신이다에 출연한 피해자들이 하나같이 "내가 그때는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모르겠다"고 증언하는데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떤 사이비 종교에서든지 그 사이비 종교의 교리의 내용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합니다. JMS와 신천지의 교리 '비유풀이'는 자체적인 완결성을 가졌기 때문에 의심을 가질 수도 논리와 일관성을 깰 수도 없다고 합니다.

완결된 세계관을 바탕으로 기반으로, 이후 외부의 적과 감정을 고양시키는 지도자를 제시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빠져 들 수밖에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합니다.

사이비 종교는 이토록 체계적인 심리 지배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자아 안정성에 자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그들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따라가면 버티기 어렵다고 합니다. 다만 건강하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 같은 과정을 따라가게 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사이비 종교는 경제적·심리적·정신적으로 취약한 이들을 노린다고 합니다.

사이비 종교의 수법은 어떻게 보면 대단히 과학적이지만 그것을 만든 이들은 정신의학을 공부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타인을 조종하는 방법을 체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사이비 종교만의 특성도 아니라 할 것입니다. 연인간의 데이트 폭력이나 소위 가스라이팅도 이와 대단히 유사한 지점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결국 사이비 종교란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의 고독과 결핍 속에 파고들어, 해리 상태를 조성해 상대를 조종하는 것입니다. 결국 가족, 연인, 친구 관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좀 더 집단적으로 행한 후, 이를 비즈니스 모델화해서 사악한 방식으로 활용한 반사회적 범죄인 것입니다.

 

대학신입생이 된 아들과 대학졸업반인 딸에 대한 걱정이 기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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