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꽤나 괜찮다고 여겨지는 플레이어들이 수학학원을 론칭하자는 제안을 합니다. 그들은 대치동에서 수년간 수학강사로서 시간을 보냈고 자신의 수업에 대해 다들 자신 있어하는 분들입니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인연이 있었던 분들이 우연치않게 비슷한 시기에 저에게 제안을 해 온 것입니다. 많은 고민이 듭니다.
1. 그들이 우수한 자원임에는 틀림없지만 하나의 색깔로 어우르기가 어려운 강사들이다
2. 대치동에서 수학이라는 과목으로 새로운 학원을 론칭하여 성공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3. 플레이어들 외 인적 물적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4. 시기적으로 오프라인 수업이 위축된 상황이다
다양한 컨셉과 쟁쟁한 강사진으로 무장된 수많은 학원들이 대치동에서 목숨 걸고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전쟁 중입니다. 어떻게 해야 이 격전지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이길 수 있을까요?
3년을 뒤로 미뤘던 숙제를 하는 기분입니다. 먼저 시장조사를 한 것을 바탕으로 고민합니다.
과정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학년별로 할 것인가, 무학년제로 할 것인가? 수강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시간표는 어떻게 구성할까? 각 시간대별 강의 진행은 어떻게 갈 것인가?
강사의 개인별 플레이로는 이 시장에서 장기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철저히 기획된 접근이 아니라면 승산이 없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각 강사들을 개별적으로 미팅한 결과 더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조금도 자신에게 손해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기본입장입니다. 예상은 했지만 그럴 것 같으면 스스로 공부방을 내던지, 강의실을 임대해서 수업을 하지 왜 제게 찾아와서 큰 숙제를 주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ㅎㅎ
경쟁력 있는 전략에 터 잡아, 하나의 팀으로, 팀플레이를 통한 장기적으로 큰 파이를 갖겠다는 것이 아니라, 당장 내가 무슨 강좌를 열고 싶다는 것, 학원에서 이렇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 나를 이렇게 홍보해 달라는 것... 투성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가지고 온 강의계획서 등은 제 기준으로는 경쟁력이 없습니다.
- 숙제 검사를 철저히 하겠습니다.
- 기본 개념 중심으로 완벽하게 이해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겠습니다.
- 보충을 통하여 수업에 뒤쳐지지 않게 하겠습니다.
- 상담을 주기적으로 실시하여 상호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게 하겠습니다.
이들의 강의계획서나 자신의 장점에 대해 추가 내용을 요구했습니다.
숙제는 얼마나 내 줄 것인가? 몇 문제? 검사는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 숙제를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만 볼 것인지, 하지 않은 학생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숙제에서 틀린 문제는 몇 문제를 풀어 줄 건지, 풀어주지 못한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이해 위주로 한다면 문제풀이 시간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보충 시간확보가 쉽지 않은데 보충은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 보충의 내용은 학생이 모르는 것인지, 숙제 검사인지, 질문을 받는 것인지? 시간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상담은 언제하겠다는 건지? 학생이나 부모님들의 요구사항이 상충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내용으로 상담을 하겠다는 건지? 상담에 대한 피드백은 어떻게 언제 하겠다는 건지?
난감해하시는 강사분들의 얼굴을 애써 무시하고 다음 미팅을 다음 주 초로 잡았습니다.
많은 학원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우선 제가 밑그림을 그릴 것입니다. 그 후 미팅을 진행할 것입니다. 거기서 각자의 의견을 수렴한 후 각자의 역할과 포지션을 정할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이는 강사만 포섭할 예정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투자를 할 이유가 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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