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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아재의 프라이빗_노트/대치동아재 이야기

보기 드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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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면접필독서 : https://kmong.com/gig/394176

 

지난주 금요일 상담이 있었습니다. 중3 아이를 대상으로 진행한 상담인데요...

입학 테스트를 보고자 학원을 방문한 아이였습니다. 

정말 보기 드문 진한 주황색 상하의를 입고, 팔에는 문신 스티커를 잔뜩 붙이고 나타난 것입니다. 첫인상은 유별났습니다. 

'어, 이놈 뭐지?'

저와 그 아이의 일부 대화 내용을 옮겨 보겠습니다.

"너 지금까지 학원을 다닌 적도 없다면서 갑자기 학원에는 왜 다니려고 하니?"

"혼자 공부하다보니 아쉬운 점이 좀 있어서요"

"뭐가 아쉬운데? 본격적인 이야기 나누기 전에 너 현재 상황을 좀 알고 싶은데... 최근 학교 시험 2회분 국영수 성적을 먼저 좀 알려 줄래?"

"학교 시험은 거의 100점 받는데요"

"그래? 아쉬운 점이란 게 어떤 건지 구체적으로 좀 이야기해 줄래?"

"제가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수학 공부를 좀 하고 들어가려고 1년 전부터 헌자 동영상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지금 제대로 하는 건지도 알고 싶고..."

"그거야 네가 학습한 부분에 대해 테스트지를 구해서 테스트를 보면 되잖아. 그런 적은 있어?"

"예, 고등학교 모의고사를 구해서 몇 번 풀어 봤는데, 수학과 영어는 1등급 나오고, 국어의 경우 1,2등급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내가 뭘 도와줄까?"

"제가 수학 상/하를 현우진샘 기본 강좌 강의를 듣고, 쎈 문제집을 푸는데, C단계에서 몇몇 문제가 안 풀리더라고요. "

"그럼 그런 문제를 학원 수업을 통해 해소하고 싶다는 거니?"

"아니요. 왜 제가 그런 문제를 못푸는지 원인을 좀 알고 싶습니다. 기본 개념을 알고 웬만한 문제를 풀어내는데, 몇몇 문제들은 왜 스스로 풀 수 없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위 대화 내용을 보고 이상한 점을 찾으셨나요? 

연습이 부족해서 그렇지..라든가, 심화 문제를 자꾸 풀고 실력이 쌓여야지 시작단계에서 뭐 그런 생각을 해...라든가, 그런 상황을 없애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거지...라든가, 많은 답을 할 수 있다고 여기실지 모르지만 그것이 그 아이가 원하는 답이 아닐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아이는 근원적인 문제의식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이런 아이를 강사 생활 20여년동안 몇 명 경험하였고, 그 아이들은 결국 공부로서는 정점을 찍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이 뛰어난 아이, 자신감과 자부심이 강한 아이, 기교나 방법을 찾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며 부단히 노력하는 아이입니다.

특히 주변에 그런 사례를 거의 접하고 있지 않은 환경에서, 스스로 고민하여 방법을 찾고 실행을 하는 보기 드문 아이입니다. 

그 아이와의 상담은 2시간 동안 진행되었고 결국 저는 그 아이에게 반하였습니다.  

참고로 그 아이는 그날 학교에서 체육대회를 마치고 주황색 반 단체복을 입은 상태로 학원으로 바로 온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그 학교 학생들 중 한 명을 빼고는 체육대회를 핑계로 전부 결석하였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성공하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