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웹진 아로리에서 발췌한 의대 새내기의 면접 후기입니다.
제가 몇 번에 걸쳐 포스팅한 의대면접의 실상을 보여주는 한 모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가공이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하시고 읽으셔야 합니다. 합격하고나면 괜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맘이 든다는 것이 저와 같이 작업을 한 의대 새내기가 해 준 말입니다. 그리고 그 말이 제 경험 상 유의미함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파란색 볼드체로 표시한 부분은 제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거나 공유하고 싶은 내용입니다.
1. 새내기 의예과 K○○
‘사람이 극한의 상황에 놓이면 자신의 바닥을 드러내게 되어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는 MMI 면접에 가장 알맞은 말인 것 같습니다. 5개의 방을 60분간 돌아다니며 면접을 보는 의예과 일반전형 면접은 피로도가 아주 높습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제시문과 예상치 못한 질문 속에서 결국 학생들은 ‘바닥’을 드러내게 되어있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대처하는 지를 평가하는 것이 MMI 면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면접에 대비하기 위해 기출문제를 활용하였습니다. 서울대학교를 포함한 여러 학교에서 MMI 면접을 수차례 진행해왔습니다. 굳이 서울대학교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MMI 제시문은 많았고, 제가 구할 수 있는 기출문항들을 전부 분석해본 뒤에 면접에 임했습니다. 비록 같은 문제가 나오지는 않더라도, 면접에 어떤 문제가 나오고, 제가 어떤 방식으로 답변할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다중미니면접의 문항들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애당초 질문들의 대다수가 수학처럼 엄밀하지 않고, 두루뭉술한 가치판단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제시문의 문제 상황을 바라보고, 이를 하나라도 더 논리적으로 제시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문제들을 분석했습니다.
대망의 면접 날, 저는 마지막 조에 배정되었고 3시간 동안 대기했습니다. 긴장한 상태에서 오랜 시간 대기하다보니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가 되어 면접에 임하게 됐습니다.
면접장에 처음 도착했을 때 바라본 그 광경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데, 좌우 각각 5개씩 10개의 방이 있는 복도에서 먼저 면접을 보고 있던 친구들이 제시문을 읽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이 면접이 제가 생각했던 면접과는 아주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정신이 멍해졌습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조금씩 실수를 하기도 하고, 4번째 방 제시문을 읽으며 물을 마시다가 옷에 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망했나?’라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지만, 지나간 과거를 어찌할 수 없기에 남은 방에서 앞의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생각으로 다음 방에 들어갔고, 최선을 다해 저의 생각을 면접관님들께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60분 동안 제 모든 것을 쏟아내고 면접장을 나왔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학교생활 중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이 면접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3년 동안 빠짐없이 참가한 토론대회는 면접에서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질문에 순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었고. 동아리에서 진행했던 여러 가지 탐구활동과 동아리 부장으로서 경험했던 갈등 관리 사례들은 제가 질문에 답변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예시가 되었습니다.
2. 새내기 의예과 K○○
면접 대비는 어쩌면 공부보다 더 많은 고민과 걱정이었습니다. 서울대 의예과 일반전형의 경우 다중미니면접(MMI)으로 면접만 60분 동안 보고 면접 내용 역시 일반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학교 선생님 중에서도 면접만큼은 서울에서 학원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렇지만 학교 선생님들과 선배, 그리고 교육청 선생님들 덕분에 충분히 혼자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여름방학과 학기 중, 수능 이후 학교에서 하는 모든 모의면접에 참여하였습니다. 선생님들께서도 서울대 일반면접과 동일한 형식의 문제를 만들 수는 없지만, 최대한 기출을 이용하여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고 제가 대답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하셨고, 실제로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다중미니면접은 다양한 종류의 상황 이외에도 생활기록부와 자소서에 관한 방도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면접 대비를 위한 모의 면접 역시 매우 꼼꼼히 해주셨습니다. 저 역시도 제 생활기록부와 자소서를 읽으며 제 나름대로 예상 질문을 뽑고 대답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부모님이 면접관 역할을 해주시기도 했고, 선생님들께 부탁을 드리면 공강시간을 기꺼이 제게 내어 주셨습니다.
특히 3년간 작성한 보고서와 제출했던 수행평가 기록지, 독서감상문, 분석보고서 등을 모두 출력해서 다시 읽고 복기했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맘에 드는 부분은 촬영해두곤 하는 데 이러한 습관이 책의 내용을 떠올리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교육청 진로진학담당 선생님들께서도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제가 교육청 모의면접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면접관님께서 공식적인 모의면접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전화로 약속을 잡으면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다고 하셨고 실제로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을 많이 지적해주셔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항상 그렇듯 매일매일 최선을 다했더니 어느새 면접날이 다가왔습니다. 면접날 아침, 버스를 타고 서울대학교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잠겨있던 문이 열렸습니다. 딱 맞는 시간에 도착해서 엄마와 포옹을 나누고 들어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대기였습니다.
전 마지막 조여서 3시간가량을 대기했어야 했는데 그 시간을 걱정과 불안, 초조로 보내다가 나중에서야 긴장을 조금 풀게 되었습니다. 실제 면접에서 꼬리질문의 경우 질문이 정해져 있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학생부나 자소서 어디에도 쓰여 있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도 제가 대답한 내용이 있다면 거기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그때의 대답은 준비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생각을 답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평소 의학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기준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과 점검을 해 두어야 어떠한 질문이나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갑자기 꾸며낸 대답이 아닌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피력할 수 있습니다.
MMI의 특징은 무엇보다 방이 여러 개라는 점입니다. 당연한 말 같지만, 5개의 방은 각각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저에겐 두 번째 방이지만, 그 방의 면접관들은 저를 처음 만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분들은 저의 이전 면접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전 방의 면접을 빨리 잊고 매번 새로운 마음으로 자신 있게 대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면접을 보고 나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망했다, 못했다’일 것입니다. 실제로 저도 끝나자마자 한숨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아쉬움은 항상 남을 수밖에 없으므로 결과를 걱정하기보다는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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