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에서 나름 유명한 영어학원 설명회에 다녀왔습니다. 학원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아래 적은 내용 중 비판적인 내용이 일부 포함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비판이라는 것이 이 학원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내용 1.
특목/자사고의 경우 자소서 기재 사항과 분량이 줄어 특목/자사고 진학의 장점은 줄어들고 내신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앞으로 특목/자사고가 불리한 점이 커질 것이다.
사실 자소서의 기재 사항이 줄고 글자 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각 학교에서 다양한 형태로 운용이 가능할 것이고, 실제 전문가들 중에는 이러한 변화가 오히려 특목/자사고 출신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 시점에서의 극단적인 단정은 이르다는 소견입니다.
내용 2.
지나친 단정과 일반화의 오류라고 여겨지는 부분이 많았고 이 부분이 제게는 상당히 불쾌하게 다가왔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 선택에 있어 외대 부고는 어휘의 비중이 크니 어휘가 약한 학생은 외대 부고 가면 안 되고, 은광여고는 조건을 제시한 영작문제에서 학교 시험이 변별력을 가지니 문법이 약한 학생은 은광여고 가면 큰일 난다는 식의 논리는 억지스럽다고 여겨졌습니다.
내용 3.
고등학교 내신시험 또는 수능시험을 위해 그 설명회장에서 제시한 영단어의 수는 6,000단어 이상이었습니다. 이렇게나 많은 단어가 사실 필요치 않다는 것이 저의 경험칙이고 중론입니다. 수능시험에서 어려운 단어나 잘 쓰이지 않는 단어가 간혹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부연 설명으로 그 단어의 의미를 알 수 있도록 하거나 그 단어가 포함된 구, 절 또는 문장의 전후를 따져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 그 어려운 단어 하나를 몰라서 문제를 틀리도록 하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교육부에서 제시한 단어는 초, 중,고 합하여 3,000단어 정도입니다.
내용 4.
대치동 설명회에서 예시하거나 통계자료를 보여줄 때 너무 작위적이고 조작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오늘 설명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내신 문제가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제시한 지문은 유독 어려운 것만을 발췌하였다는 생각이 들고, 실제 그 시험을 치르는 학생은 교과서나 부교재에서 그 지문을 다루었을 가능성이 많은데 그 부분에 대한 언급 없이 어려운 지문과 단어를 학부모님들에게 바로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게 아닌가 하고 여겼습니다.
결국 강남지역 각 고등학교에서 진행되는 시험에는 어휘의 비중이 커졌다는 사실과, 문법과 그 문법을 바탕으로 한 정교한 독해가 필요하고 그를 위한 강좌가 준비되어 있다는 너무나 일반적인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그러나 강남, 서초, 송파지역 주요 고등학교들의 시험을 분석하고 자료로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은 그 학원의 오랜 시간 동안의 노력을 반증하는 것이고 그러한 노력들이 쌓아고 쌓여 오늘의 명성을 가져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치동아재는 직업 특성상 많은 설명회를 참관합니다. 각 학원의 프로그램을 학습하기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교육 이슈에 대한 각 원장님들의 접근법과 해석법을 학습하기 위함입니다.
저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을 꺼집어내어 말씀하시거나,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더 많은 것을 알려주어 저 자신의 한계를 넓혀주는 설명회를 대하면, 판 발품과 시간이 아깝지 않습니다.
대치동에서 진행되는 설명회는 각 학원별로 목적, 성격, 방법이 다르지만 공통된 특징 또한 있습니다. 제가 다년간 느껴온 가장 큰 특징 세 가지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대치동 설명회는 학부모의 막연한 두려움을 구체화시키고, 구체화시킨 두려움을 극대화한 다음, 그에 대한 해법은 설명회 주최자 뿐임을 강조합니다.
둘째, 대치동 설명회는 학부모의 주관적인 희망에 편승하여 현재 어떤 상황이든 설명회 주최자를 통하여 그것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 대상자는 나이가 어릴수록, 급박하고 궁박한 상황에 처할수록 이에 포섭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셋째, 대치동 설명회는 대부분의 경우 설명회 안내를 위한 내용과 실제 설명회에서 다루어지는 내용 사이의 갭이 크다는 것입니다. 안내 문자를 보고 참석한 설명회에서 "당했다"라고 느낀 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사실 설명회를 준비한다는 것은 많은 시간과 엄청난 스트레스를 각오하지 않으면 힘든 일입니다. 저 역시 많은 설명회를 기획하고 또 직접 진행하곤 했지만 설명회 전날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극심합니다.
그러나 더 나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또 이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 예측 가능한 또는 불가능한 시기에 발생하는 각 이슈들을 분석하고 이들을 학원의 정체성과 이념에 맞게 가공하는 일, 이 힘든 작업이 아이들의 학습과 진학에 더 나은 가이드나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설명회를 준비하는 것은 보람된 작업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슈들을 선점하기 위해 지나치게 설익은 내용으로 설명회를 진행한다든지, 프로그램의 차별화를 위해 실현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은 것들을 남발하는 등의 행태는 지양되어야 할 것으로 여깁니다. 앞으로 많은 대치동 설명회를 참석하고 이에 대한 소견을 적어 보고자 합니다.
이는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자 스스로의 진화를 위한 노력임과 동시에, 학부모님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같이 고민하는 장을 소개해 드리고자 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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