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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뽀개기/설명회뽀개기

초등수학 전문가의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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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자연계열 수학과를 졸업하신 재원이시고, 현재 수학전문학원을 운영 중인 모 학원 원장님께 초등수학 공부의 문제점에 대한 글을 부탁하였더니 이렇게 전해 주셨습니다. 내 아이는 어떠한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글이 길어서 2회로 나누어 포스팅하니 양해 바랍니다.)

 

"동영상에 익숙한 10대는 유튜브에서 노는 중, 검색도 포털 대신에 유튜브 선택"

지난 1월 모 신문에 실린 기사 입니다요즘 아이들은 디털 시대에서 자라난 최초의 세대로 분류돼 소위 'Z세대'라고 불립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생활의 경계가 불분명한 환경에서 교류하고 학습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들은 이미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영상'을 찾고 다루는데 자연스러워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제가 초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심각하게 여겨지는 점 중의 하나는 수학을 잘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 상당수가 독해능력이 떨어져서 라는 것입니다독서보다는 인터넷 검색과 게임에 익숙해 있는 영상 세대인 요즘의 아이들에게는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며, 이에 대한 심각성은 많은 교육종사자들에 의해 인지되어지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또 실행하는 단계에 와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아이들이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때, 글을 통해 개념과 원리 등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독해능력과 연관이 있습니다. 문제를 읽고 문제에서 기술하고 있는 조건과 출제자의 의도를 잘 이해하는 아이들이 학습 능력이 좋고, 학습능력이 좋은 학생들이 수학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공부도 잘 합니다.


독해능력은 초등학교 보다는 중학교에서, 중학교보다는 고등학교에서 학습능력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학년이 올라갈수록 배워야 할 글의 내용이 더 어려워지고 읽어야 할 글의 양도 더 많아지기 때문에 갈수록 높은 수준의 독해능력이 필요해집니다초등학교, 중학교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가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중하위권으로 추락하고 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독해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습득해야 할 내용들을 이해를 통한 것이 아니라 지식의 암기와 유형별 문제풀이 방법에만 익숙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흔히 부모님들은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이유를 기초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합니다. 초등학교 때 또는 중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기초가 부족해서 고등학교 공부를 쫓아가기 어렵다고 합니다그런데 기초는 배경 지식의 부족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대다수의 경우에 기초는 독해능력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독해능력이 부족한 학생이 학습에 필요한 배경지식을 갖추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해 열심히 공부해도 노력만큼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수학과 독해능력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문제를 읽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해 하는 학생들 중에 그 문제의 의미가 무엇인지 해석해 주면 스스로 문제를 풀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분수문제에서 

", 을 두 사람이 각자 가지고 있는 책을 세어 보았더니 을이 갑보다 124권 더 가지고 있다을이 가지고 있는 책에 비해 갑이 가지고 있는 책은  7분의 3밖에 안된다고 할 때, 갑이 가지고 있는 책이 몇 권인지 구하여라"라는 문제를 풀지 못하는 학생들은 "갑은 을의 7분의 3을 가지고 있으므로 을의 7분의 4124권이다." 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서 입니다.다음은 좀 더 긴 자문을 가진 문제를 보겠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위의 문제를 읽고 문제가 제시하는 조건 자체를 해석하지 못해서 손도 대지 못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지문이 길면 아예 읽는 것을 포기하기도 합니다.다음의 문제는 정수와 유리수에 관한 지문을 읽고 학생의 생일을 유추하는 중1 서술형 기출문제입니다. 한번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수리논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제시문의 독해입니다. 주어진 문제를 읽고 제시문에서 주어진 데로 생각하고 그 문제에 합당한 수학공식을 떠올리고 공식의 유도 과정에 근거해서 답을 작성해야 합니다답이 맞아야 하지만, 그 답이 나오는 과정을 제시문에서 준 문제의 조건을 토대로 순차적으로 논리화해서 작성해야 합니다.


학습능력이 좋은 아이가 되게 하려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과 문제를 풀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한데, 그 힘의 원천은 바로 독해력입니다. 꾸준한 독서를 통해 아이의 배경지식과 독해능력을 습득시켜서 아이의 학습 능력이 향상되도록 돕는다면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지만 별로 향상이 없던 아이의 성적이 올라가는 성취감과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심화 학습의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수학을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지금 배우는 내용의 개념을 잘 이해하고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해서 어려운 문제에도 도전해보면서 응용력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배우는 내용을 더 깊이 있게 확장하여 이해하고, 높은 수준의 사고력이 필요한 문제를 다루어 보는 것이 심화 학습입니다.


심화 학습의 중요성은 단원 및 학년별로 연계성이 높은 수학 과목의 특징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수학은 지금 배우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다음 학기의 학습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없습니다. 수학은 위계적인 학문이기 때문입니다많은 시간을 들여서 수학 공부를 했는데 이게 사상누각이 되지 않게 하려면 다음 학기 내용을 배우기 전 준비학습으로서 이전 학기에 배운 내용을 점검해보고 부족한 단원을 다시 한 번 익히는 심화 복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음 그림은 교과서 지도서에 실린 단원의 지도 계통입니다.


예컨대 초등 5학년의 약수와 배수 단원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심화 문제를 풀 수 있으면 중1의 소인수분해를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초5 약수와 배수 단원 심화문제입니다.

1번 등은 5초 동안 켜졌다 1초 동안 꺼지고, 2번 등은 8초 동안 켜졌다 2초 동안 꺼집니다. 2개의 등이 자정에 동시에 켜졌다면, 오전 130분을 지나 처음으로 2개의 등이 동시에 켜지는 시각은 오전 몇 시 몇 분 몇 초입니까? [출처 : 디딤돌 최상위초등수학]

다음은 동일 유형의 중1 문제입니다[출처 : 일품 수학]


다음은 학생들이 좀 더 생각을 하도록 난이도를 높인 문제입니다[출처 : 일품 수학 최고난도 문제]

초등 5학년 과정의 약수와 배수를 공부할 때 지금 배우는 내용이 중학교에서는 어떻게 나오는지 연계해서 중학교 개념까지 염두에 두고 심화 학습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그다음 내용의 학습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이처럼 현재 배우는 개념이나 공식을 사용해서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는 경험을 하는 아이들은 고난도 문제를 풀었다는 뿌듯한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수학을 더 좋아하게 됩니다.

최근 초등수학교육에 관한 상담을 하면서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유형 문제집에 나와 있는 개념 정리를 대충 훑어보고 기본적인 공식을 암기한 후 유형 문제집으로 많은 문제를 풀면서 주로 유형을 익혀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수많은 문제들을 유형별로 반복해서 푸는 것은 수학을 양적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일정 기간 효과를 볼 수는 있으나 상위권으로 도약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렇게 공부한 학생들은 유형을 익힌 문제들은 능숙하게 해결하지만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에 부딪치면 아예 건너뛰거나, 잠시 고민하다 서슴없이 문제에 별표를 치고는 선생님께 질문을 합니다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의지는 없이 수동적으로 선생님의 설명을 듣거나 해답지를 꺼내서 해설을 읽으면서 마치 그 문제를 본인이 알고 이해한 것처럼 착각하고는 넘어갑니다.


이런 단편적인 암기나 유형별로 문제풀이를 익힌 얄팍한 지식으로는 사고력을 요하는 고등학교 수학 문제 특히 대부분 "종합적인 사고"를 해야 풀 수 있는 수능의 어려운 4점짜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심화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수능 성적으로 이어집니다.


다음은 강남구 어느 중학교 3학년 시험 문제입니다. 이 내용은 고등학교 교과서(천재교육)에도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이런 심화문제를 학교 내신에서 경험하고 심화 학습을 하는 아이들과, 쉬운 학교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데 목표를 두고 심화문제는 풀지 않고 유형별 문제풀이만 반복하는 학생과는 나중에 얼마나 확연한 차이를 보일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중등 심화 학습은 고등 수학 성적은 물론, 수능 수학 성적까지 좌우합니다. 수능은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같은 문제를 풉니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시험 난이도가 쉬우니 쉽게 공부해도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심화 문제를 풀어내는 힘은 결코 단기간에 길러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꾸준히 심화문제를 접하고 사고력을 키워야만 고등학교 진학 후 수학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얻어서 좋은 대학에 가야 하는 경쟁구도의 입시제도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 아이 들은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학교 내신 시험에서 혹은 수능에서 출제되는 고난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반드시 '심화 학습'이 필요합니다심화 학습은 중하위권에게도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수학 심화 학습은 상위권 학생들만이 하는 것이라는 오해는 고교 진학 후 수학에 어려움을 느끼고 수학 성적이 오르지 않아서 수학을 포기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습니다.


물론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심화 학습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의 수준보다 조금만 더 한 발자국을 내디딘다는 생각으로 아이에게 맞는 수준의 문제들을 선택하여 꾸준히 풀게 해야 합니다.


저학년이라면 좋은 수학 도서를 통해 심화 학습을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초등학교 때는 어느 정도 수업만 따라가도 학교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는 문제풀이만 반복했던 학생과 심화 학습을 해온 학생이 확연한 실력 차이를 보일 것입니다.진도 나가는데 중점을 두고 빠르게 개념만 훑고 가는 학습이 아니라 반복학습과 심화 학습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