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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아재의 프라이빗_노트/마이 패밀리

영어공부... 이대로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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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놈이 진학할 고등학교가 정해지고, 2월 18일 반배치고사가 진행된다고 공고가 뜨자 아들놈의 심경에도 '걱정' 이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했나 봅니다. 고등학교가 주는 압박감이 17년 천하태평 인생을 누렸던 아들놈의 심경에 변화를 일으키다니 놀랍습니다. 

 

아들놈 왈, "아빠, 수학은 자신있고, 국어는 하면 될 것 같은데, 영어는 어쩌면 되요?" 영어 강사 출신이 애비가 공부하자, 공부하자 노래를 불러도 마냥 영어가 싫다던 놈이, 마냥 싫어만 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체득한 모양입니다. 아들놈이 영어를 싫어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커다란 이유 중의 하나는 아들놈은 언어학습에 필요한 언어공동체의 약속을 수용하기가 어렵고 표준화된 사고패턴을 수용하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수학과 과학의 경우 문제에 대해 논리적으로 접근을 하고 또 분명한 답이 존재하지만, 언어 학습의 경우 오랜 세월을 거쳐 합의된 약속을 계승함과 동시에 '가장 적절한' 사고의 패턴을 익히는 것이어서 심리적으로도 충돌되는 상황이 많았나 봅니다. 

 

지난 해 11월, 아들놈과 함께 아들놈의 구체적인 진로를 정한 다음 영어 공부를 시켜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막막했습니다. 20년 가까이 다른 아이들의 영어를 가르쳐왔고, 그 수업에 대해서는 자신으로부터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님들로부터 극찬(? ^^)을 받아 왔었지만, 제 경험칙과 철학과 학습으로부터 나온 다소 정형화된 수업을 제 아들놈에게 갖다대기가 망설여졌습니다. 

 

욕심이 더 생기고, 절박함이 더 크고, 낭비되는 시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강박이 스스로의 교수법에 대해 반성을 가져왔고, 또 제게 아이들을 맡겼던 수많은 학부모님들의 절박한 마음을 그 당시에는 왜 그 정도밖에 공감하지 못했었나... 하는 반성을 가져왔습니다.  

 

일단 단어를 익히도록 요구했습니다. 영어공부는 단어가 8할을 좌우한다지 않습니까. 제가 아들놈에게 요구한 단어 학습법은 제가 그간 아이들에게 지도했던 것보다 더 집요했습니다. 각 단어마다 그 단어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지요. 이런 학습법이 체화되어져 있지 않으면 영어 공부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영어공부가 끝이 안보이게 된다는 것을 저는 잘 알기 때문입니다. 

 

"뭐지?"  하시는 분을 위해 두 단어를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charge'와 'bar'.

 

 'charge'라는 단어를 사전을 찾아보면  명사로서 1 요금, 2 기소, 고발, 3 비난, 4 책임, 동사로서 1 (요금값을) 청구하다[주라고 하다], 2 기소하다, 고소하다, 3 비난하다, 4 책임지우다... 등으로 나열되어져 있습니다. 이것을 학생들이 외우기는 힘듧니다. 

그러나  'charge'라는 단어에다  '뭔가를 얹는 것, 뭔가를 부과하는 것'이라는 이미지를 씌우게 되면,  규칙이나 법에 위반되었을 경우 부과하는 요금, 벌금의 의미가 나올 수 있고, 위법을 저지른 사람에게 민사/ 형사적인 책임을 부과하기 위한 절차의 첫 단계로 고발이나 기소가 이루어질 수 있고, 회장이 되거나 팀장이 되면 그 직책에 맞는 뭔가를 부과하는 것이 권한을 주거나 책임을 지운다는 의미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charge'라는 단어는  'charge'라는 단어가 되는 것입니다.

 

'bar'라는 단어를 사전을 찾아보면 1 술집, 2 막대기, 3 창살, 4 장애물 등으로 나와있습니다. 'bar'라는 단어에 순번을 매겨 이렇게 익히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bar'라는 단어의 가장 기본적인 의미인 '막대기'를 가지고 이 의미들을 만들어 내는 시도를 해 보면 이 단어의 활용이 쉽고 익히기도 쉽습니다.  막대기는 경계를 짓거나 차단을 할 수 있는 도구이지요. 그래서 막대기와 장애물, 동사로는 '막다', '방해하다' 정도의 의미를 이끌어 낼 수 있고, ,일정한 공간에 바를 설치하고 주인과 손님의 경계를 준 술집, 판사와 그 외의 사람들의 공간으로 구획한 법정... 등의 의미를 유추해 낼 수 있는 것입니다. 

 

11월, 12월, 그리고 지금까지 이러한 이미지 만들기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어휘책을 두바퀴 정도 돌렸습니다. 참! 빈번하게 쓰이는 전치사와 부사 24개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 작업도 병행했습니다. 그동안 테스트 볼 때마다 아들놈도 저도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설 연휴를 맞아 18일에 치를 시험 준비를 한 번 해보자면서 처음으로 문제풀이를 시도했습니다. 

 

"아빠, 단어만 맨날 이렇게 외어서 영어 공부가 되요? 불안한대요." 아직 문제를 다룰 만한 실력과 시기가 아닌 줄을 알지만 이런 아들놈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어제부터 문제풀이를 시작했습니다. 

 

좌절.... 

 

강사로서 제가 가르친 어떤 아이도 제 아들놈처럼 따라오지 못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부과한 과제를 이행하는 정도도, 수업에 집중하는 정도도 이런 적이 없었습니다. 제 아들놈이 벽처럼 느껴졌습니다. 제 아들놈이 너무나 부족한 탓일까를 계속해서 반문하였습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 아님 다른 이유가 있을까? 

 

어제와 오늘 합해서 14시간 여 동안 씨름을 하다 드는 생각. 다른 아이들이 가르쳐 준 것을 모르면 이해가 되고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래, 한 번에 이걸 다 이해하면 천재일게다.' '이 정도는 틀려줘야 선생이 끼어들 공간이 있지' '이 정도 시간에 이 많은 것을 이해하고 문제를 푼다는 것은 있을 수 없어'

 

그러나 제 아들놈의 경우 '한 번 설명을 해 주었는데 왜 모르지?' '이 정도를 알려 주었으면 이런 문제들은 풀어 내야 당연한 것 아닌가?' '왜 수업에 집중을 않아 같은 설명을 반복해야 하나?' 이런 맘이 드는 것입니다. 

 

결국 저의 욕심 탓입니다. 그리고 이전으로 거슬러 가자면 저의 노력이 지금 아들놈에게 행하는 만큼은 아니었던가 봅니다. 두 가지 중 어떤 경우에 해당하더라도 저의 잘못입니다. 그리고 지금 그 잘못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이 지나고 내일 또 아들놈과의 영어 공부를 할 것입니다. 오늘보다 더 나은 자신과 아들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