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강사 생활을 할 때 겪었던 가장 충격적인 두 가지 사례를 먼저 소개함으로써 이야기를 이어나가겠습니다.
1. "일개 강사따위가"
저는 어린 시절 집안의 자랑이었습니다. '장손'이라는 타이틀이 있었고,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사촌 동생들이 제 방, 제 책상 뒤에다 밥상을 놓고 공부를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 어른들의 미신 유사한 동기로 말미암은 우스꽝스러운 일이었지만... 하여튼 그랫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그 사촌동생 중 한 명이 중학교 교사가 되었습니다.
언급할 사건은 제가 30대 초반, 초보강사였을 때 즈음입니다. 어느 명절날, 가족 친지들이 모두 모여 TV를 보고 있을 때입니다. TV에서 어떤 학원 소속의 강사가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을 하는 인터뷰 장면이 있었는데, 이를 보면서 삼촌께서 한 마디 하십니다.
"일개 강사 따위가......"
일개(一介)란 '보잘것없는 한낱'이란 의미인데,
심지어 저의 부모님이 계신 자리에서, 강사인 저를 면전에 두고 하신 말이라 부모님께 미안하고 스스로에게는 커다란 수치로 여겨졌습니다.
2. "그럼 선생님은 왜 강사 하세요?"
고3 담당 강사 시절입니다. 다른 학년을 대할 때보다 고3을 대할 경우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를 위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많이 합니다.
그날도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대학 가자', '좋은 대학에 진학하면 이러이러한 좋은 기회가 많다'. '이러이러한 정신 자세로 공부하여야 한다' 등등
그때, 당시 가장 아끼던 학생 중 한 명이 무심코 한 마디 던집니다.
"그럼 선생님은 왜 강사 하세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은 듯 슬기로운 대처를 하고 수업을 이어갔어야 했지만, 당시 저는 지금보다 더 어리석었던지 책을 들고 교실을 나왔고, 교무실에서 한참을 울다가 바로 집으로 와버렸습니다. '강사 생활을 접겠다'라고 중얼거리면서...
'내가 지금 속한 포지션이 어딜까?', '저 질문을 하는 아이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제가 예전에 학원을 운영하던 당시 영재고 출신 강사가 있었고, 별도 사업적인 모색을 위해 이들의 커뮤니티와 접촉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재고 출신 강사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여겨졌고 영재고 출신으로서 사교육 시장에 뛰어든 몇몇 다른 이들은 원시적인 플랫폼으로 아마추어적인 행태로 접근하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러나 불과 2~3년이 지난 지금은 영재고 출신 강사들이 많이 보이고 유튜브에서도 동영상을 통해 쉽게 만난 수 있습니다.
저에게 강사란
나이로 인해 대다수의 기회가 차단됨으로써 생계를 위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직업
누구에게도 밝히고 싶지 않았던 나의 직업이자, 그로 말미암은 열등감에서 10여 년 헤어 나올 수 없었던 직업이었습니다. 저에게 강사 다움은 강사가 된 10년이 지난 후였음이 안타까운 점입니다.
아직도 학원계에서 강사들끼리 이런 자조적인 이야기도 하기는 합니다. "**대 나오면 뭐해? 그래 봐야 학원 강사인데..."
본론으로 들어서 영재고를 졸업하고 학원 강사를 선택한 그들의 맘은 무엇일까요?
한 해 서울대에 40만 수험생 중 4천 명이 들어간다고 봤을 때 그들은 상위 1%에 해당하는 수재들입니다.
서울 영재고, 경기 영재고, 부산 영재고 도합 4백 명 정도의 인원을 선발한다고 하면 그들은 상위 0.1%에 해당하는 그야말로 '공부의 신'이라고 할만한 사람입니다.
이들이 학원 강사가 된 이유는 무엇이며, 학원 강사가 된 이들이 갖는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가 궁금해졌습니다.
본디 글재주가 없는 사람이 오래간만에 글을 쓰니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고 잘 써지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마무리는 다음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양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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