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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소식/영재학교뽀개기

영재학교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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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학교에 합격하기만 하면 만사형통일까요? 합격한다고 무조건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는 게 아니라 엄연히 합격 후에도 같은 합격생들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입학해서 학습할 내용을 미리 학습시킨다고 합격 후에도 학원 뺑뺑이를 도는 학생들이 상당수입니다.

특히, 한국과학영재학교 등 일부 학교는 교과서가 원서이므로, 자녀들이 적응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 다수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학원으로 밀어넣습니다. 특히 수도권 학생들이 이런 경향이 강한데 그 이유는 우선 수도권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학원 만능주의에 길들여진 경우가 많은 데다가, 실제로 영재학교 교육과정을 선행하는 학원은 거의 대치동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영재교육마저 사교육에 의존한다는 점에서는 분명 부정적인 현상이지만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당장 학원들은 영재학교 내신 선행을 하지 않으면 입학 후 하위권으로 전락한다고 공포심 조장 마케팅을 하고, 학부모님들은 거기에 넘어가는 게 현실인데. 영재학교도 결국 대한민국 교육의 폐단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학년 최상위권을 확보하는 학생 중 절반 정도는 하이탑 이상의 교과 과정을 학원가에서 배우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최상위권 대부분은 입학 후에 스스로 책과 논문을 읽으며 공부하였다고 합니다. 

모 과학영재학교의 설명회에서 한 교사분은 "사실 뛰어난 학생들이 일반적인 교육과정을 받고 있는 것은 낭비이고 사교육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닦으려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 학생들이 영재학교를 와서 더 심화된 교육을 받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장점이 공부가 아닌데도 학원에서 허송세월을 보내는 아이들이 더 안쓰럽다." 라는 말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결국 실력 있는 학생이 일반 과정을 뛰어넘은 선행을 하고 좋은 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당연하고, 공부가 소질이 아닌 학생들은 다른 경로를 모색해야 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편협적 교육정책 때문에 이러한 폐단이 생기는 것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영재학교가 점차 서울대 입시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은 쉬쉬하는 진실일 수 있습니다. 대구과학고등학교는 특히 교육과정 중 특색 사업에 대놓고 대학 입시를 명시해놓는 등 영재 육성의 원 의미에서 벗어나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진정한 영재교육을 받으려고 들어가는 걸 소망하던 학생과 학부모님들에게 이러한 정책 선회는 비수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큰 문제인 이유는 또 있습니다. 과학고등학교가 기존에 있었음에도 과학영재학교를 신설한 것은 과학고등학교가 지나치게 많이 설립되고, 학부모들의 요구 등으로 인해 원래의 의미를 잃고 대학 입시의 장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신설한 과학영재학교마저 정치인들과 학부모들의 핌피 현상으로 인해 영재학교의 수가 당초 계획보다 늘어나면서 점차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영재학교를 대체할 다른 학교를 신설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인 것 깉습니다.

사실 영재학교 학생들이라고 이를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영재학교 역사가 상당히 긴 학교들에서는 단골로 나오는 토론 주제가 영재학교의 목적 변질입니다. 특히 그러한 영재학교에는 '우리 학교는 입시 위주의 기존 한국 교육으로부터 자유로웠다 '며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학생들은 학교가 점점 대입 중심으로 변화흑화하는 것에 대해 대외적으로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며, 일부 학부모들과 교사들도 이에 동의합니다. 어찌되었든 기대할 건 결국 학생들과 교사들의 자정작용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과학고등학교 등의 고등학교는 기존 일반 고등학교의 커리큘럼을 따라야 해서 더 빠르게 변질되었지만, 영재학교는 애초에 고등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고유의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으며, 그 커리큘럼은 대학 입시와는 아직 큰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재학교에서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여전히 실험 과목을 제대로 운용하고 있고, 모든 수학 및 과학 과목들은 대학 입시에서 요구하는 것이 아닌 학문의 본질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또한 각 학교마다 존재하는 독자적인 학생 연구 프로그램 역시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의 발전에 있어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이 엄청난 중요성을 가진 연구를 직접 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어찌됐든 대학 입학을 앞두는 만큼 대학 진학 때문에 학생들이 학점에 울고 웃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 자체는 영재를 위한 영재교육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것이 영재학교에 대한 기대이며 영재학교의 존재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