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의 일본을 대하는 태도나 일본과의 관계에서 터져 나오는 현상들을 볼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제가 어릴 적만 하더라도 일본은 대단한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제 고향 마산에는 일본이 만든 자유수출단지가 있었고, 많은 형님과 누나들이 그곳에서 일했습니다. 오염처리 시설을 갖추지 않은 그 회사가 내뿜는 오수로 인하여 이은상선생님이 작사, 김동진선생님이 작곡한 ‘가고파’의 대상이었던 '마산 푸른 앞바다'는 갈색으로 변할 지경이었습니다.
일제 카세트를 하나 가진 아이는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일제 샤프펜슬을 가진 아이는 전교생을 통틀어 한 두 명에 불과했습니다.
1980년대 당시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을 앞질렀고 세계 10대 기업의 80%가 일본 기업이었으니까요.
이런 일본이었지만, 우리는 일본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일본을 무시하는 유일한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일본이 예전같지 않다는 소리가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집니다. 사실 성장률, 임금수준 등 여러 객관적 지표들은 일본의 쇠퇴를 분명하게 드러내줍니다. 이런 모습은 전후 미국을 압도할 만큼 잘 나가던 모습과 극명하게 대비되어 더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미 일본은 맛이 간 나라이기 때문에 무시해도 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과거 일본의 만행과 현재 일본이 우리에게 구는 태도(사실 한결같이 이렇게 굴었습니다만...)를 보면 심정적으로 '그럴만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리하고도 싶습니다.
일본이 수십년간 쇠락하고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저런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제 생각으로는 미국의 탓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1930년대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일본이 후발주자로서 핸디캡을 벗어나려 도전했을 때 태평양 전쟁을 거치면서 미국이 군사적으로 일본을 눌렀습니다. 이후 일본은 미국 헤게모니를 인정하고 그 체제를 고개 숙여 받아들이면서 전후 70년간 고도성장을 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경제적으로 미국의 통제 범위를 넘어설 만큼 커질 가능성이 생기게 되자, 미국이 1985년 '플라자 합의' 때 환율 조정을 통해 일본 경제를 주저 앉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후 또 미일 반도체 협정을 통해 일본 반도체가 미국을 능가하는 것도 막았던 것도 피니쉬블로를 먹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짓을 우리가 지금 감당해야 하는 것 같아 우려가 됩니다만, 우리는 일본처럼 당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지금 미중패권 경쟁하고 비슷한 일이 당시 미일 간에 벌어졌던 것인데, 이때는 일본이 군사적으로 완전히 미국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인 양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여겨집니다. 다만 지금 중국은 일본처럼 그렇게 물러날 생각이 없는 것이고요..
어쨌든 저는 일본은 미국이 강제한 두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버블이 생겼고 그 버블이 터지면서 소위 말하는 ‘잃어버린 30년’에 진입하게 됐다고 보는 견해에 가장 지지를 보냅니다.
이외에도 일본의 쇠락으로 여러 요인을 들 수 있습니다만, 꼽고 싶은 것은 인구문제입니다.. 메이지 유신 때나 고도성장 때 일본은 전 세계에서 가장 젊은 인구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나라가 되었습니다.
아! 일본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도 같은 상황입니다.
최근 우리의 일본에 대한 감정이 악화되면서, 거기에 더하여 앞서 언급한 일본의 쇠락현상에 과집중하여 '일본의 몰락'과 같은 이야기들을 많이들 하시는데 이건 위험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밉다고 해서 일본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건 우리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썩어도 준치라고...
저는 우리나라도 이제 일본만 한 선진국이 되었기 때문에 좀 더 성숙하고 객관적인 자세로 일본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시와 과대평가를 왔다 갔다 하는 대일 인식으로는 우리에게 득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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