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입시소식/전국단위자사고뽀개기

자사고 전성시대가 오나?

728x90

뭐만하면 수난시대’, 뭐만하면 전성시대’...... 이런 말을 쓰기도 조심스럽습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폐지 직전까지 몰리며 선호도가 다소 주춤했던 자사고가 다시 전성시대를 되찾을 것으로 보이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첫째, 통합형 수능 실시 이후 격변한 대입환경에 완벽하게 대응하며 경쟁력을 입증했습니다.

서울대 기준으로 수시와 정시의 합격생 수는 외대부고_24+36, 하나고_42+15, 상산고_4+24, 민사고_21+6, 포항제철고_13+9, 천안북일고_12+8, 등등 입니다.

의대-치대-한의대 입시결과는 외대부고 97_27_16, 하나고_13+3+2, 상산고_126+27+23 등등입니다. 중복을 감안하더라도 꽤 좋지요?

 

현재의 정량평가 중심의 평가가 계속해서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대입에서 자사고의 경쟁력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3학년도 대입실적을 분석 해 보면, 전국단위자사고 10개 학교는 모두 서울대 등록자를 많이 배출한 TOP100 고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광역단위자사고의 경우도 23개 학교 중 17개 학교가 TOP100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 해 현역 수능만점자 2명이 모두 전국단위자사고 출신입니다. 한 명은 현대청운고, 또 다른 한 명은 포항제철고 학생으로 두 명 모두 서울대 의대에 진학했습니다.

 

둘째, 정부가 공교육 강화를 위해 자사고를 존치하겠다고 확정하면서 안정적인 지위도 확보했습니다.

자사고 폐지를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에 무더기 지정취소 처분을 내렸던 바 있지만, 이후 벌어진 소송에서 자사고가 모두 승소하게 되면서 오히려 정치 리스크로부터 한 층 자유로워진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사고의 지위를 건드릴 수 없다는 사실을 법 체계에서 입증받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셋째, 영재학교와 과고에 대한 의대진학 제제를 강화되면서 인기가 주춤한 사이, 자사고는 인문, 자연, 약학계열을 불문하고 전 분야의 대학 진학 대비가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프로그램 운영에 자율성이 보장된 학교 유형인 만큼 외부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대입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바뀌든 자사고는 그동안 쌓아왔던 노하우를 집결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네째, 2025학년 고교학점제 도입이 결정된 상황에서, 학생들의 자사고 진학을 망설이게 만들었던 '내신'이 대입에서 상당부분 힘을 잃게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2025년 본격 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고 정해진 만큼 학점을 채우면 졸업을 인정하는 제도입니다.

특히 성취평가제라는 고교학점제의 성적체계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취평가제란 상대평가가 아닌, 학생 개개인이 학교 자체적으로 정한 평가의 기준만 넘기면 학생 비율과 상관없이 모두 A등급을 부여할 수 있는 성격의 평가제도를 뜻합니다.

1에서 배우는 공통과목은 현행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의 점수 산출 방식인 석차 9등급으로 평가하고, 2와 고3에서 배우는 일반선택과목, 진로선택과목, 융합선택과목은 A,B,C,D,E 의 성취도로 평가합니다.

1은 상대평가로, 2와 고3은 절대평가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사실상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서 교과등급 위주의 교과전형은 사실상 힘을 잃게 되는 셈입니다.

최소한의 변별력을 위해 1학년만 상대평가를 적용하고, 2~3학년은 절대평가를 도입하게 되어 내신 위주의 교과전형이 불가능해진 이상 향후 대입은 학종과 정성평가의 확대로 방향을 틀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사고의 정상화로 가장 기대가 되는 대목은 사교육의 감소입니다. 공교육 내에서 수월성 교육을 담당하는 자사고가 상위권 학생들의 사교육 수요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자사고가 수월성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유일한 공교육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전국단위자사고의 경우, 매년 서울대 수시, 정시, 의학계열까지 최상위권 대입에서 고른 실적을 나타내면서 강남 8학군이나 교육특구 진입을 고민하던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문제점이 하나 있습니다.

현재 자사고는 일반고와 동일한 후기 모집을 실시하고 있어서 학생들이 자사고를 지원할 때 불이익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특히 전국단위로 모집하는 전국단위자사고의 경우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탈락 시에는 집에서 먼 거리에 있는 일반고로 배정될 가능성도 커지게 됩니다.

 

영재학교와 과고는 우선선발권을 갖는 반면, 자사고는 우선선발권이 제한된다는 건 논리적이지 않은 행정편의주의적인 선발체제라고 여겨집니다.

물론 일반고 배정을 포기하는 선택도 가능합니다. 후기모집 일반고의 원서를 접수하지 않을 경우 추가모집을 통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나 전기선발 특성화고 등 미달된 학교에 한번 더 지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추가모집에서도 탈락한다면 고교에 진학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난감해 집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고입 선발체제는 학생들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 점만 보완되어도 자사고의 전성시대는 곧 도래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