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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아재의 프라이빗_노트/친구, 선후배님

자살... 유력한 원인 하나와 강력한 예방법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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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친한 친구가 6년 전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살아오면서 가장 커다란 충격이었고, 아픔이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에 만나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둘 사이에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그 친구와 저는 친한 친구이었습니다.

 

그렇게나 일찍 제곁을 떠나려고, 그렇게나 제게 잘해 주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항상 그 친구에게서 받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가끔 고향을 찾아 그 친구 집에 가면 지극정성으로 저를 대접해주고, 심지어 밤에는 아내를 별채로 내려 보내고 항상 저와 함께 안방에서 같이 잠을 잤던 극성스런 친구였습니다.

 

언제나 그 친구를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하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습니다.

그와 같은 안타까운 소식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들려옵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매일 평균 무려 36.6명꼴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고 합니다. ‘인구 10만 명당 고의적 자해에 의한 사망자 수'를 뜻하는 자살률은 26.0(2021년 통계청 기준)이고, OECD에 가입한 38개 회원국 평균(11.1)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압도적 1위라는 불명예도 수년간 이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이 분석한 많은 이유들 가운데 제가 가장 지지하는 이유는 리셋 증후군입니다. ‘리셋 증후군’이란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을 때 리셋버튼을 누르듯이 현실에서도 리셋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증상으로, 현실의 가혹함에서 오는 도피심리가 주요 원인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증상을 잘 보세요)

가입되어 있던 인터넷 사이트를 이유없이 모두 탈퇴한다든지,

필기를 실수하면 수정하기보다 종이를 찢는다든지,

새 직장에 가면 이전 직장과 관련된 전화번호를 다 지운다든지,

친구와 사이가 안 좋아지면 화해를 하는 것이 아니라 SNS를 차단하고 인연을 끊어 버린다든지 하는 증상입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을 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때론 이것이 너무 지나쳐 문제가 되며 외로움, 소외감, 소통 부재 등 마음의 병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인간관계가 능숙하지 못하고, 자존감이 낮은 편인 저도 이런 충동을 마주하는 경우가 많음을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그 경향은 제 친구의 죽음으로부터 더 심해졌습니다. 현실에 대한 불만, 스스로에 대한 실망, (?)을 바꿀 수 없다는 좌절감과 불만... 등이 원인으로 여겨집니다.

 

예방방법으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내용이 크게 와 닿지 않습니다. 그들이 제시하는 방법을 서술해 보겠습니다.

1. 투약 치료를 받는 것보다는 계속하여 주변인들과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호전에 도움이 된다.

2. 건강한 취미 생활과 운동 등을 통하여 스트레스가 누적되지 않도록 관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3. 장단기 목표를 세워 본인이 스스로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경험하고, 잘못된 것은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고치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4. 인터넷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운동 등의 다른 취미 생활을 가져 보고, 중독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한 치료가 필요하다.

이 모두가 그 원인을 제거하라는 너무 실효성없는 대안인 듯하여 지나치고, 최근 흥미로운 방법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국내 1'위기 협상' 전문가 이종화 한림대 국제학부 겸임교수는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그전에 반드시 신호를 보내오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이를 놓치지 않고, 이상한 낌새를 느끼면 '혹시 힘들어서 자살하고 싶은 생각하는 거야?'라고 직접적으로 물어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금기시돼 선뜻 꺼내기 어려운 '자살'이란 말을 먼저 꺼내라니...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그 분이 언급한 자살시도자가 보내는 신호란 것은 평소와 다른 행동 보이는 것 자체가 신호라면서, 명랑한 사람이 갑자기 우울해지면 이상한 신호이고, 반대로 우울한 사람이 갑자기 밝아지는 것도 신호가 될 수 있어 유형화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낌새를 느끼면 직접적으로 '너 지금 힘들어서 자살 생각하는 거야?'라고 물어봐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자살'을 화제로 잘 대화하지 않고, '자살하면 안 돼'라고 교육받왔기 때문에 스스로 쉽게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살시도자 본인이 꺼내기 어려우니까 먼저 '자살' 얘기를 꺼내야 한다는 것이 그 분 주장의 요지입니다.

 

저 이야기를 넘어 아이들에게로 확장해 보고자 합니다. 이 또한 너무나 꺼내기조차 힘든 주제이지만 같이 한 번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형사들이 청소년을 붙잡아 보호자인 부모님한테 연락하면 대부분 '우리 애는 그럴 애가 아니에요'라고 하고, 나머지는 '우리 애가 그랬다면 그건 친구 잘못 만나서'라는 반응이 나온다고 합니다. 다들 공감하시죠?

 

그건 부모님들이 주로 학업이나 성적, 진로 문제 등 관심사항만 지켜보기 때문에 평소 아이의 상황이나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잘 몰라서 행동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과 특히 대화 소재로 자살을 꺼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그것을 여러 가지 문제 해결 방법 중 하나로 간주한다고 합니다. 내가 봉착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힘드니까 자살을 생각하는 거지, 죽을 생각이 있는 게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는 지점이 이곳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자살 생각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하고, 그때서야 자살과 죽음을 동일시하면서 위험을 인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부모노릇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