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사는 친구에게서 같이 차 한잔하자고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그날 저녁 집 가까운 만나기로 하고 약속 장소에 갔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저를 보자마자 싱글싱글 웃으며 하는 말이
"야, 네가 그리 달달한 놈이었냐?"는 것입니다.
뭔 소린가 알아보니 아내에게 카톡을 한다는 것이 그 친구에게로 카톡 한 것이었습니다. 거기에는 온갖 닭살 돋는 멘트에서부터 철자를 어그 트려 만든 혀꼬부러지는 문자언어가 적나라하게 구사되어 있었거든요...
아내에게 무심코 카톡을 하고 답이 즉각적으로 오지 않아 그냥 지나쳐버린 사건이었는데, 그 카톡이 친구에게로 간 줄은 친구를 만나 들이대는 친구의 카톡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그리고 차를 마시는 내내 한참을 친구의 놀림을 견디어내야 했었습니다.
친구들에게 저는 아내에게 살가운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 터프가이, 상남자...이미지가 저를 대변하는 것이었고, 그 이미지는 사실 제 아내가 지켜주고 만들어 준 것입니다.
30년 전에 아내를 만나 지금까지 서로의 곁을 지켜주며 잘 살아왔습니다.
당시 대학교 2학년이었던 아내와 갓 임관한 공군 소위가 처음 만나, 7년의 연애 끝에 결혼하고, 많은 부침을 겪으며 살아오면서 한결같이 꼭 붙어 살아왔습니다.
아내의 공이 큽니다.
까칠하고 막무가내식 성격의 저를 인내하고 다독이고 유인하여 좀 더 부드럽고 원만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심지어 언제부터인가는 아내에게 유치한 애교 부리기도 서슴지 않는 사람이 되게 해 주었습니다.
참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리고 사랑스런 존재입니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제가 '아내를 보면 설렌다'라고 이야기하고 그 상대방을 놀라게 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입니다.
저는 아직 아내를 보면 설렙니다. 아내 손을 잡고 싶고, 아내 얼굴을 쓰다듬고 싶고, 아내를 꼭 껴안고 싶습니다.
사랑해서 결혼했으면 이런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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