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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아재의 프라이빗_노트/친구, 선후배님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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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우리는 보통 '아무리 비밀스럽게 한 말도 남의 귀에 들어가기 쉬우니 항상 말조심하라'는 뜻으로 이 속담을 사용합니다. period.

그런데 누군가는 의문을 갖습니다.

 

왜 하필 '새'이고 왜 하필 '쥐'일까?

왜 많고 많은 가축이나 동물 중 새와 쥐를 조심해야 될까? 낮말을 고양이나 개나 소가 들을 수도 있는데...... 또 밤말을 부엉이나 지나가던 행인이 들으면......

이 글을 읽는 분 중 이런 생각을 해 보신 적 있나요? 저는 이런 의문을 가진 적이 없는데요. 

짐작하셨겠지만 제 친구 이야깁니다. 제 짐작에 이 친구는 단순한 속담의 기원이나 의미 해석을 넘어 세상을 읽고 이해하는 관(觀), 또는 버젼(version)을 새로 세우는 중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단순한 현상이 아닌 원형의 본질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친구의 소견을 요약하여 옮깁니다. 그것이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고, 이에 더하여 나의 공감능력이 개발되는 것 같습니다.  

 

아래는 제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독자들은 얼마나 공감하시려나요?

 

- 아 래 -

추론하는 법이나 논리적으로 추리하는 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것은 연구해 볼만하다고 여겨진다.

물론 다른 가축도 가능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새와 쥐만이 선택 되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쥐와 새만 탐할 수 있는 것, 쥐와 새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 소재, 또는 쥐와 새가 듣지 못하게 전해야 하는 소재는 무엇일까?

현시대적 상황에서 보면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그것이 이 속담에 내가 착안한 이유이다예를 들어, ‘아들 말 태우면 4촌 된다는 속담이나, ‘신축년에 남편 찾듯 찾아 헤멘다등의 속담이 무슨 뜻인지 알기 위해서는 당시 시대적 배경이나 문화를 모르고 현재의 시각으로만 보면 도통 보이지 않는다.

무릇 모든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듯 속담도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이해를 위해서는 그 속담이 전해지는 시대로 마음을 옮겨가야 된다.

아마도 조선시대 거나 더 먼 시대 일 것이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 중 조심해서 말해야 하고 특히 쥐와 새가 들으면 안 되는 말을 논리적으로 유추해 보는 것이다.

 

짐작컨테 배고픔과의 사투를 벌이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가장 시급한 일이 하루하루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만일 어디서 곡식이 생기거나 확보하게 되면, 우선 다른 사람들 모르게 숨겨서 자과 배우자, 자식들을 최우선으로 먹어야 되는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래야 죽지 않고 살 수 있으니까.

이 속담이 생긴 당시는 기근이 들면 굶어 죽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추후에 이와 관련된 속담들을 찾아서 그 근거로 대어 볼 것이다.

대가족 사회, 또는 준1차집단으로 여겨지는 공동체 내에서 생활하면서 자기 자신과 직계 가족들만 먹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눈치가 보이고 인륜적으로 지탄을 받기 때문에..

그러나 대가족이 또는 이웃들과 나눠 먹자니 다 굶어 죽게 된다. 잘 숨겨서 우리 식구만 먹어야 된다.

 

어디서 곡식을 얻어왔는데 숨기려고 하니 남편은 아내에게 또는 아내는 남편에게 어디다 숨겨라 하고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모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쥐라는 놈이 그것을 먹어치운다.

그래서 쥐가 못 다니는 높은 곳에 올려두면 새라는 놈이 먹어 치운다.

곡식을 있는 그대로 생것으로 날것으로 먹어치우는 동물이 쥐와 새였던 것이다. 고양이나 개는 생쌀이나 생보리같은 것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닭과 소는 대부분 닭장이나 마구간에 갖혀 있다. 그래서 가장 조심해야 될 것은 쥐와 새인 것이다.

어디다 숨겼다고 이야기 할 때 쥐와 새가 듣지 못하게 숨겨야 된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다른 식구나 이웃도 쥐와 새처럼 뒤질 수 있으니, 그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쥐와 새로 비유한 것일 수 있다. 잘 숨겨두고 어디 숨겼는지는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이야기해야 된다.

아뭏튼 쥐와 새 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이야기에 나오는 소재가 곡식이고, 또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이다 보니 이 속담을 이처럼 유추하는 것이 맞고, 더 이상의 그럴싸한 유추는 없을 것 같다.

 

 

독자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친구야. 코로나로 되게 바쁠낀데 환자들은 잘 케어하고 있는 것 맞째? 그리고 이 속담에 대해 네가 모를 만한 거 내가 하나 갈키 줄게" 

"그라고 'Wall have ears'는 우째 이해해야 하노?"

 

이 속담에는 과학적 지식이 숨어 있어요. 소리는 차가운 공기가 있는 쪽으로 휘는 성질이 있어요. 낮에는 지구 표면이 햇빛을 받아 뜨겁기 때문에, 따뜻한 공기가 머물러 있는 땅보다는 차가운 공기가 있는 하늘로 소리가 잘 퍼져 나가요. 그러니 공중을 날고 있는 새가 소리를 잘 들을 수 있겠죠. 이와 반대로 밤에는 지구 표면이 식으면서 땅은 차가워지고 하늘에는 따뜻한 공기가 머물게 돼요. 그래서 소리는 하늘보다 땅으로 잘 퍼져 나가, 땅에 있는 쥐가 소리를 잘 듣게 되지요.
(국어 교과서도 탐내는 맛있는 속담, 2007. 9. 17., 허은실, 배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