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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뽀개기/프로그램뽀개기

공부가 왜 싫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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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공부가 재미있으세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아이들이 묻습니다. 글쎄요?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만,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어떠셨나요?

상담을 하다 보면 가끔 학부모님들이 "제 아이는 수학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요"라고 말씀하시는 경우를 종종 맞게 되는데, 이후 아이와 시간을 겪다 보면 대부분의 경우 그 말의 실체가 부모님의 욕심이라는 것을 아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왜 아이들이(제가 어린 시절도 그렀었고요) 공부를 싫어하는지 8가지 정도 이유를 들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 

유전적으로 상당부분 정해지는 지능의 차이와 가정환경, 경제력, 누적 또는 선행 학습량 등의 차이로 학생마다 학습 격차, 또는 학습 능력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학교 학습 체계는 많은 학생들을 일률적으로 지도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중상위권에 맞춰서 수업이 진행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하위권 학생들은 수업 내용을 이해할 수 없어 학교 수업을 싫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선 학교에서는 수준별 수업을 도입해서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영재교육을 제공하고, 하위권 학생들에게는 보충수업 및 인강 등을 제공하지만, 형식적인 경우가 많아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고, 이런 수준별 수업이 오히려 수준의 간극을 더 크게 만든다는 부작용도 큽니다. 

평준화 지역이 아닌 경우, 아예 고등학교부터, 제도적으로 고교 비평준화 제도를 통해 학생들을 분리하며, 고등학교 안에서는 우열반 제도를 실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학은 철저하게 성적순으로 입학하게 되며, 따라서 하위권 학교(고교,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낙인효과와 실망 때문에 학교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가속화되곤 합니다. 

 

2. 

학교 수업의 속도가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빠르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공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학생의 경우라도 현행 학습 및 선행 학습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 과감하게 후행 학습을 해야 하는데, 환경적인 요인과 자존심, 교우 관계 등으로 인하여 후행 학습을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나 초등학교 교재를 보고 있으면, 친구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심지어 놀리는 경우도 많아서 후행학습은 주변 사람들 몰래 공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경우 학습 장소 확보가 쉽지 않고, 어디를 가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입니다.

또 후행 학습을 한다해도, 성공적으로 후행 학습을 해서 성적을 끌어올린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결국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지능과 경제적 여건 차이는 존재하며, 이 와중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 사실상 절대 다수의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격차를 만회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3. 

공부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거나, 공부를 배워야 하는 목적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 상 실제 80%이상의 초/중학생들이, 그리고 절반 정도의 고등학생들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여겨집니다. 공부는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다소 따분하고, 왜 배워야 하며, 어디에 써먹을 수 있는지에 대한 명분을 직관적으로 느끼기 어렵습니다.

나중에 보면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할지언정 정작 공부를 하는 중에는 그것을 깨닫기 어려운 법입니다. 더구나 공부의 성과는 매우 느리게 나타나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어 가며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가 아니라면 하기 싫은 것은 당연합니다. 살면서 하게 될 공부는 대부분 학생의 의지와 흥미보다는 그냥 대학입시, 취업 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공부입니다.

어쩔 수 없이 하는 공부를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이 노력 부족, 성적 미달 등의 이유로 들들 볶으니 더욱 싫어지는 것입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개인의 적성은 무시당하고 출세 또는 생계를 위한 공부만을 강요받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반발감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5. 

공부는 오랜 세월 동안 차근차근 해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국, 영, 수처럼 중요 과목일수록 더욱 그러합니다. 그런데 시기를 놓쳐 기본기가 부족할 경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견고하고 더 높은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좌절하게 되지요.

 

6. 

학년이 오를수록 배워야 하는 내용의 분량과 난이도는 급증하는데 비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업은 상위권 위주로 타깃을 잡아 진행하기 때문에 중/하위권 학생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흥미를 잃기 쉽습니다.

노력하려 해도 기본기가 없으니 어디부터 시작해서 내용을 이해하고 암기하고 문제를 풀어야 할 지 감조차 못 잡습니다. 일정한 노력을 경주한다고 하더라도 또 새로운 내용을 배워야 하고... 점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집니다. 이를 해내기 위한 시간관리와 자기관리가 매우 어렵고 점차 공부가 두려워지며,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가지 못할 경우 엄청난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7.

경제적으로 취약한 경우 공부에 대한 금전적 투자를 망설이게 되며, 가정불화와 같은 환경적인 요인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구들도 대개는 비슷한 처지이므로 학습 분위기도 잘 조성되지 않고 수업 외에 자습시간을 마련하기도 어려우며, 환경을 개선하려면 또 경제적인 부분이 발목을 잡아 결국 악순환에 빠지며 어려운 공부를 따라가기도 힘들어집니다.

현실적으로 사교육을 받아야 효율적으로 공부를 해낼 수 있는데, 경제적으로 취약하다면 이것도 어렵기 때문에 격차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입니다.

8.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공부는 시험을 넘을 것을 요구합니다. 문제는 이 시험을 넘지 못하면 얼마나 노력을 했든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는 점입니다. 

시험이라는 관문을 넘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경쟁의 패배자들로서 사회로부터 조롱과 멸시를 받습니다. 학생들의 좌절과 분노가 생기는 근본적인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평가에서 떨어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허무, 즉 내가 한 노력이 시험이라는 좁은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다는 불안감이 공부를 더 싫어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핑계다"

라고 말하는 이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제 부모님도 그러하셨습니다. 

제 친구 중에도, 제가 가르쳤던 아이들 중에도 보란 듯이 상기 8가지를 극복하고 우뚝 일어 선 사례가 있습니다. 비록 그 수가 미미하지만요......

여러분은 어떤 부모님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