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내용은 제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다짐이기도 하고, 대치동 소재 학원에서 근무하는 많은 강사와 원장들에게 제안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많이 망설였지만 솔직히 써 보기로 합니다. 대치동 영재고, 과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원과 강사에게 조그만 변화라도 생기기를 바라는 맘입니다.
중등과학은 본래 중학생이 각 학년별로 학습해야하는 교육과정을 일컫습니다.
그리고 대치동에서 중등과학은 영재고나 과고를 진학할 목적으로 학습하는 초등학생들이 선행학습을 진행하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예전 수학경시대회(KMO)나 물리올림피아드, 화학올림피아드 입상 경력이 영재고나 과고 입학전형에서 실질적으로 반영된다는 이유로, 수학의 경우 늦어도 초등 4학년부터, 과학의 경우 초등 5학년부터 본격적인 입시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시기에 수학에 이어 과학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하여, 초등과학 학습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 불문하고 중등과학을 학습하기 시작한 데서 '중등과학'이라는 강좌는 영재고, 과고 진학 희망 학생들의 필수과정이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5학년인 자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갖지 않는 부모님은 없습니다. 학생마다 적성이 다르고 본격적인 학습능력이 발현되는 시기가 다르고, 학습능력의 차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영재학교'라는 이름이 주는 매력과 실재 그 학교들의 진학실적이 그 모든 고려를 차치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영재학교의 입학전형이 진행되는 시기도 희망을 유지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영재고 전형을 마치고 과고 전형이 시작되며, 과고 전형을 마치고 전국단위자사고 전형이 시작되며, 전국단위 자사고 전형이 마칠 즈음에 일반고 전형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모든 고교입시의 꽃을 영재학교로 만드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예전 중등과학 강좌는 영재고, 과고 진학을 위한 본격적인 첫걸음이라는 의의를 가지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은 입시 상황이 바뀌었고, 학생과 학부모님들의 니즈가 분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치동의 중등과학 강좌는 이전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어 안타까운 점이 많습니다.
특히 중등과학 강좌를 진행하는 강사들의 매너리즘이 큰 문제이며, 수업의 퀄리티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이 두 가지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학생과 학부모를 기망하여 학생들의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 객관적인 수치화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쉬쉬하며 숨겨지고 있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강좌로 중학교 1,2,3학년 물리와 화학을 6개월 만에 학습하는 강좌가 있는데, 이에 대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첫째, 6개월 동안 중학교 3년 동안 배워야 할 물리와 화학 파트를 학습한다는 것이 사실 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부분의 학원에서 주1회, 회 당 3시간 수업, 24~25주 만에 이 강좌를 진행하는데, 6개월 단위로 3,000~5,000명으로 추산되는 이 강좌 수강하는 학생 중, 이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학생은 사실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 학생들이 영재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깜(?)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대부분 학생들의 경우 자발적인 학습의지에 의해 수강한다기보다는 학부모님의 강요에 의해 '동원된 학생'들이라는 것입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지루한 교과 위주의 수업을 버티어낼 수가 없습니다. 수업이 어렵다, 선생님이 맘에 안 든다, 선생님이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 등등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이는 곧 퇴원, 즉 학원과 강사의 손실로 다가옵니다.
학부모님들의 요구도 상반되거나 모순됩니다. 재미있고, 심화된 수업을 원합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야 학원을 계속 다니려 할 것이고, 심화수업을 하여야 이어 고등과정의 과학을 공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주일 3시간, 주1회 수업, 24~25주 만에 엄청난 학습량을 마쳐야 하는 수업이 재미있고, 또 심화된 수업이 가능하겠습니까? 그래서 대부분 재미있는 수업으로 흘러갑니다. 심화수업은 그냥 갖다붙이는 수식어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런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이 인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은 자신들이 진행한 중등과학 수업을 수강 한 학생들에게 고등 과학을 이어서 학습하기를 권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수학공부를 더하라든지, 우수한 몇몇 학생들에게조차 고작 고등 화학 수업을 권하기 일쑤입니다(영재고, 과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물리는 넘어야 할 산인데 말이지요).
자신이 행한 수업에 자신이 없는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태는 죄악이라고 여겨집니다. 어린 학생들이 힘들지만 중등과학을 선행하는 이유는 고등 과학을 학습하기 위함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기 때문입니다.
말이 길어졌습니다. 다음에는 위 내용을 정리하고, 그래서 어떻게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맞을지에 대한 제 소견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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