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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소식/영재학교뽀개기

사교육비 논란에 대한 또 하나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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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접하고 놀랐던 내용을 먼저 소개드리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교육비 관련 내용을 소개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내용에 대한 짧은 저의 경험과 소견을 곁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작년에 접했던 놀라운 내용이란 최근 3년간 전국 교육청과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과학고 등이 시행한 240여번의 입학전형 평가에서 사교육 유발요인이 있다고 지적된 사례가 단 1건뿐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2020~2022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 영향평가 결과자료를 보면 2020학년도에는 85, 2021학년도에는 78, 2022학년도에는 80개 학교가 평가를 진행했으며, 이 중 최근 3년간 교육청 심사에서 지적된 사교육 유발요인은 2022학년도 서울지역 모 학교의 사례 1건뿐이라고 합니다.

 

고등학교 입학전형 영향 평가는 고입 전형에서 선행학습 등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소가 없는지 사후 점검하는 제도입니다.

지적을 받은 1개 학교는 입학전형 면접 단계에서 교과 지식 및 선행학습과 관련된 질문이 나온 것으로 확인되어 교육청으로부터 개선 권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다른 고등학교들은 입학전형에 사교육 유발요인이 없다고 자체 평가했으며 지역 교육청들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단 하나의 학교만이 지적을 받은 이유로 학교와 교육청이 중학교 내신 사교육이 고교 입학전형을 위한 사교육은 아니라는 해석을 하기 때문이라는데...

이 글을 읽는 분은 내신성적 향상을 위한 사교육은 상기 학교 입학 전형상 자기주도학습 전형만을 위해 사교육을 받은 것으로 보기는 어려워 입학 전형상 사교육 유발요인이 없다고 판단한다는 말에 수긍이 가나요?

더 이해가지 않는 것을 세종과학고등학교의 사례를 예로 들어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세종과학고등학교의 입학전형영향평가를 한 번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 일부를 공유합니다.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탁상공론적인 것인지......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습니다. 

 

맨 마지막 표를 보시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입학전형위원의 100%가 지원한 학생의 자기소개서 가운데 사교육 기관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없다고 답하였음.

지방 소재 과고 입학을 위한 사정까지 잘 모르겠으나, 이야기가 서울 소재 세종과학고등학교라면 다릅니다. 이런 결과를 보고서로 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자기 소개서를 오프라인은 물론이고 심지어 온라인으로 수정 또는 편집, 대리 작성까지 수십만원씩 내고 행해지는 현실은 눈감고 귀막은 건가... 싶습니다. 제 경험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자기소개서를 사교육 기관의 도움없이 작성한 사례를 찾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더 이해가 가지않는 점은 앞선 표에 대한 해석으로는 자기소개서 위한 사교육 참여가 2개월 미만인 학생의 54.72%30만원 미만으로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음이라고 기술해 놓고, 사교육 의존 정도에 대한 평가에서는 이런 기술을 하였다는 점입니다.

학생은 54.72% 정도가 자기 소개서를 위한 사교육을 받았다고 하였지만 입학전형위원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는 건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또 맨 마지막 표에서는 이렇게도 적혀 있습니다. 

입학전형위원의 100%가 면접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사교육 기관의 도움을 받아 면접 연습을 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없다고 답하였음.

학원에서 20분 정도의 모의 면접 1~2차례 진행하는데 수십만원씩 하며, 그런 프로그램 공고를 하면 금방 마감되고, 대기자까지 줄을 섭니다. 모의면접에 강사는 1인, 많게는 4인까지 투입되며, 동영상으로 촬영까지 하여 피드백 해 줍니다.

이 부분에 대한 궁금증도 앞서 지적한 것과 같습니다.

사교육 기간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 비용(면접)’표에 대한 분석으로 면접 준비를 위한 사교육 참여가 2개월 미만인 학생의 51.39%30만원 미만, 27.78%30만원 이상~50만원 미만으로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음.’이었지만 입학전형위원들의 평가는 면접 연습을 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없다니...

그들이 무능한 것인지, 학생들이 영악한 것인지...

이런 보고서를 쓰는 사람도, 이런 보고서를 받고서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사람도 모두모두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이슈

115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재학교와 일반학교의 사교육 실태를 비교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작년 12월 전국 중3 학생 2,091, 1 학생 3,503, ·고교 교사 1,742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는데, 조사 결과 영재학교에 다니는 고1 학생의 43.8%150만원 이상의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는 일반고(7.1%)6.1배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과학고는 38.5%로 일반고의 5.4, 자율형사립고는 29%4, 외고·국제고는 21.7%3배였다고 합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서열화된 고교 체제가 중·고등학생들의 고액 사교육비, 심야 및 주말 사교육 등 수많은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서 특목고와 자사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목고나 자사고가 모두 없어진다면 사교육비는 과연 줄어들까요?

두 가지 정도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먼저 영재학교 다니는 학생들을 위한 강좌를 진행할 수 있는 학원이나 강사는 그 수가 아주 적습니다. 50만명을 위한 학원과 800명을 위한 학원에서 진행하는 수업료 자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영재학교 내신 등을 소화할 수 있는 학원은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강사를 데리고, 수요가 몇몇 되지 않은 수년을 견디고 나서야 제대로 된 학생들의 수요에 맞는 강좌를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급여가 높은 강사를 한 두명의 학생을 데리고 오랜 기간을 버틴 비용을 보전하고싶은 것이야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수강료가 다른 일반고생 대비 강좌보다 비쌀 것입니다. 실제 그렇구요.

한 강좌 당 수강료의 차이가 큽니다.

 

그리고 특목고나 자사고가 모두 없어진다면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목적과 성향에 따른 차이를 무시한 분석입니다.

특목·자사고에서 많은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이라면, 일반고에 있더라도 마찬가지로 사교육을 받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고등학생이 사교육을 받는 보다 더 근본적인 목적은 고입이 아닌 상위 대학 진학입니다. 특목·자사고에 다니는 자체에 사교육의 목적을 두기보다는 의대나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대학 입시를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것입니다.

특목·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서울 강남 서초 등 특목·자사고와 비슷한 교육 열기를 가진 지역 일반고의 사교육비가 높아질게 분명합니다.

어떤 고교 유형에 다니는 학생이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는지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어떤 진로를 위해, 어떤 전형을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을 받는지를 분석해야 유의미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고 봅니다.

 

이는 결국 어떤 목적으로 자사고와 특목고에게 억지로 사교육 유발의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실상은 특목·자사고의 지원자 풀 자체가 의대 혹은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대학 진학을 겨냥한 수월성 교육의 수요로 인해 몰린 학생인 만큼, 통상 사교육에 대한 열망도 더 높은 경향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재학교와 과고의 고액 사교육비 지출이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에 비해 유독 많다는 점은 문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영재학교와 과고의 경우 신입생 입학전형에서 지필평가를 반영, 내신과 면접만을 반영하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와 달리 사교육 유발 요인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들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눈가리고 아웅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목적으로 도입된 2단계 기출문항 공개 역시 출제의도 채점기준 모범답안 등이 포함되지 않은 단순 문제지만 공개하는 정도에 그쳐 본래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기출문제를 소화할 수 있는 선생님이나 강사가 몇몇 소수 학원에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비싼 사교육이 없이는 접근 자체가 어려운 상황을 분명히 보여주는 셈입니다.

 

만약 의대생들의 초중고 사교육비 지출 현황을 조사해 본다면 사교육비 지출이 엄청날 것입니다. 물론 제대로 된 조사라는 전제 하에...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이 사교육을 많이 받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논리라면, 같은 이유로 의대 입시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인하게 될 것입니다.

또 특목·자사고가 폐지된다면 이들이 결국 일반고 상위권을 형성하게 될 텐데, 그때는 일반고를 상위권과 하위권으로 나누어 일반고 상위권이 사교육비를 더 많이 쓴다는 결론을 낼 것인지 의문스럽습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