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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소식/대입

서울대가 공개한 서울대 학종으로 들어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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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 학부모님과 두 시간 넘게 상담을 진행하였는데요, 초등학교 6학년 진학 예정인 학생에게 없는 답또는 확정할 수 없는 답을 요구하셔서 진땀을 뺐습니다. 그리고 그 학부모님은 학종으로 자신의 아이를 서울대에 보내겠다며 구체적인 학습로드맵과 액션플랜을 요구하셨습니다.

 

드라마 SKY캐슬의 영향 때문인지 요즘 들어 상대적으로 중/장기적인 마스터플랜과 각 단계별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요구하는 부모님들이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제가 얼마 전 설명회에서 진행한 내용 중 일부를 가지고 포스팅을 진행할까 합니다.

그리고 아래 포스팅 내용은 대부분의 학원에서 전형적으로 실시하는 소위 진학 성공자들을 그 학원의 프로그램의 홍보와 묶어 진행하는 설명회의 틀을 벗어나고자, 객관적인 사실에 터잡아 내용을 전개하고자 합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서울대의 학생부 위주 입시 체제는 낯선 정성평가를 대입의 주류로 올려놓았습니다.

 

학종은 교과와 비교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면서 2년 반 가량의 성장과정을 입체적 다면적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전형이라는 점에서 서울대가 추구하는 인재를 선발하는 데 가장 적합한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가 추구하는 인재상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이며, 이는 창의융합인재, 자기주도적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 인재, 소통하고 협력하는 인재를 이르는 것입니다.

 

학종은 1차 서류전형으로 2배수 정도를 선발하고, 2차 면접과 서류평가를 일괄합산하는 방식으로 선발합니다. 서울대가 그나마 수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대외적으로 보인다는 점은 설명회에서도 언급을 했었지요.

 

서울대 학종의 서류평가는 "다수 평가자에 의한 다단계 평가 시스템"입니다. 충분한 준비과정을 통해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평가자가 여러 단계를 거쳐 평가하며 협의하는 방식으로 평가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수의 평가자가 전형 준비에서부터 최종 합격자 선발까지 여러 단계에 걸쳐 평가 협의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합격자를 결정합니다.

 

단계별로 다수의 평가자가 참여하기 때문에 한 개인의 주관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여지를 배제하고 있답니다. 현재 26명의 전임입학사정관과 서울대 교수로 구성된 110여 명의 위촉입학사정관이 선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준비단계까지 고려하면 총 6단계로 진행되어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 서울대측의 입장입니다.

 

특히 20131호가 발간되어 올해 5호째를 맞고 있는 서울대 입학본보의 웹진 "아로리"와 매년 발간하는 "학생부종합전형 안내 책자"는 구체적 학종의 매커니즘을 설명하는 동시에 일반고 사례들을 중심으로 "금수저전형" 등 학종 논란을 논박해왔습니다.

 

특히 작년 서울대가 웹진 "아로리"를 통해 공개한 서울대 수시 합격생 9명의 서류는 여건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일반고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학종시대에 적응할 수 있을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서울대가 강조하는 "활동"의 의미는 비교나 스펙이 아닌, 고교교육과정 내 "학습활동"입니다. 내신이 얼마인가, 수상실적이 몇 개인가 등 정량적 잣대보다는 자기소개서 문항인 "학업노력 및 학습경험", "의미있는 활동" 상에서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단순 교과학습을 넘어선 각자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가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기술되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습니다.

 

최근 학종시대를 향한 일반고 위축 우려의 시선이 가득하지만, 서울대 합격사례를 통해 "일반고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신감과 함께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인 사례를 적시하고 있습니다.

 

대치동아재가 "아로리"를 한번 살펴 보았습니다.

 

일반고 출신 9명 합격생의 서류를 종합한 결과, 서울대에 합격하려면 반드시 1등급이어야 하는 건 아니며 교과에 따라 2등급인 경우도 있었으며, 심지어 4등급까지도 있었습니다. 내신은 분명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반드시 "1등급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닌 셈입니다.

 

그리고 교내 수상 경력도 우리가 걱정할 만한 수준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충남출신 A학생의 경우 내신이 4.00까지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기출신 B학생의 경우 국어와 영어는 1학년 때 각 1.50 1.00이었던 것이 3학년 때 공히 2.00으로 밀려난 경우도 있었습니다.

 

학교 내 학습활동과 독서활동이 연결된 사례는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충남출신 C학생의 경우 학교 학습활동과 연계된 독서활동을 펼친 대표 사례입니다. 독서이후 또 다시 학습활동으로 이어진 점도 중요하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책에서 생긴 궁금증을 또 다른 책으로 풀어낸 경우도 주목할 만합니다. 부산출신 D학생은 우연히 알게된 황병승 시인의 시에 흥미를 느껴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황병승)"을 찾아 읽다 해석 부분에서 막히자, 수전 손택의 메타 비평 "해석에 반대한다"를 읽으며 지식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교과서 안에서 해결하지 못한 궁금증을 독서활동을 통해 풀어낸 지식의 확장 가능성 역시 좋은 평가를 얻는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평소 일기예보에 관심이 있던 서울출신 E학생은 세부과정이 다뤄지지 않은 교과서에서 채우지 못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일기예보를 믿을 수 있을까?(로베르 사두르니)"를 읽으며 진로를 결정하기에 이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교내 수상도 앞서 말한 것처럼 많은 수의 수상이 결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수상 개수보다는 교내 학습 할동을 통해 지식을 확장해나가는 과정이 더 부각되는 특징입니다.

 

소개된 9명 학생들은 대부분 4~6개의 수상실적입니다. 고교들은 대회를 많이 만드는 것보다는 수업방식을 다양화하고 학생주도적으로 학습활동을 해나갈 수 있는 체제 마련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서울대의 이러한 공정한 학생 선발을 위한 부단한 노력과 공개된 자료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더 많은 부분을 감추기 위한 연막작전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공된 정보는 받아들이고 이면의 연막작전인지 여부는 미래지향적이고 건설적인 전략을 모색하는 단계에서 굳이 신경을 쓸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학생의 노력과 더불어 강조되어지고 촉구되어져야 하는 것이 학교의 노력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학종을 따라잡느라 얼마나 많은 정규동아리를 운영하며, 얼마나 많은 자율동아리와 R&E 동아리를 조성하며, 여러 다양한 활동에 나선 학생들을 따라 잡느라 학급담임은 물론 교과담임까지 모든 교사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노력하는 학교와 선생님의 노력이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하여 얼마나 많은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 수시, 특히 학종으로 좋은 결과를 내는 학교를 분석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노력하는 학교에 대한 분석자료를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