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2020년 최초로 실시되는 전국연합모의고사가 실시된 날이었습니다. 아침부터 학교에 가서 모의고사지를 받아와서는 집에서 각자 모의고사를 치르는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살다 보니 이런 식으로 모의고사를 치르는 것도 보게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아침 식사 자리에서 아들놈이 "오늘 나 모의고사 보니까 시끄럽게 하지 말아 주세요.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가, 딸아이에게서 "우리 집에서 네가 젤로 시끄러워. 너만 조용하면 돼"라고 타박을 받았습니다. ㅎㅎ
그러고는 자신의 방에서 1교시 국어 모의고사를 보는 장면을 보고 출근하였습니다.
소확행
소확행이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로, 일본의 한 소설가가 만든 신조어라고 합니다.
솔직히 저는 나이 40대 중반에 이를 때까지 '소확행'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능력에 비해 욕심은 많았고 무슨 일을 하든지 내가 욕심낸 만큼 되는 일이 없었고 그래서 저는 제 자신에 대해 그리고 나머지 다른 일에 있어서도 행복을 느끼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것이 저를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더 노력하게하는 동력은 되었지만 자존감은 낮았고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행상 얼굴에 미소를 띠고 행복해하는 아내와 딸, 아들과 함께 지내면서 이런 스스로에 대한 회의가 들고, 욕심을 내어 뭔가를 이루려 하기보다 하루하루 행복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자신으로 변하고자 합니다.
퇴근해서 집으로 왔는데 아들 놈이 뛰어나와 저를 맞으면서 "아빠, 저 영어 2등급이에요"라고 환하게 웃으며 자랑하는 것입니다. "그래? 잘했네. 국어랑 수학은?" 이렇게 물으니 "그건 묻지 말아 주세요"라고 답했습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마 국어와 수학은 성적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영어 2등급 받은 것이 자기는 나름대로 기뻤나 봅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저는 항상 전과목 만점이 목표였습니다. 거기서 한 문제 한 문제가 추가로(?) 더 틀릴 때마다 무척이나 괴로와하며 자신을 혹사시키곤 하였습니다. 제가 시험으로 기뻤거나 자신에게 자랑스러웠던 적은 당연히 없었죠. 과연 '그게 올바른 삶이었나'를 생각해보면 '아니었다!'가 답인 것 같습니다.
제 아들은 밝습니다.
제 아들은 얼굴에 미소가 항상 고여 있습니다.
제 아들은 착하고 긍정적입니다.
제 아들은 친구들이랑 잘 지냅니다.
제 아들은 매사에 고마워합니다.
제 아들은 처음 받아 본 영어 2등급에 기뻐합니다.
제 아들은 행복할 것 같습니다.
제 아들은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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