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또는 정신이 조금 불편하신 어머니께서 일상에 대해 무료해 하시는 것이 느껴지고,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미루어 짐작되는 '그리움' 등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자 5월 첫째 주 연휴를 이용하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내와 큰 아이와 함께...
여행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어머니께서 보고 싶어하는 친지분들과의 만남을 위한 자리였습니다.
첫번째 행선지로 대구로 갔습니다. 대구에는 큰이모님 내외와 작은 이모님 내외가 살고 계십니다. 두 집 내외분들을 모시고 식사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행복해 하시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저 또한 행복했습니다.
두번째 행선지는 고향 마산으로 갔습니다. 큰 고모님, 작은 아버지 내외, 작은 고모님 내외, 그리고 그 후세들까지 총 32명이 모인 커다란 만남을 가졌습니다. 전국에서 가족들을 이끌고 참여해 준 동생들에게 고마웠습니다. 제가 장손이기때문에 모두 제 동생들이 맞습니다.
어머니는 너무 기뻐하셨고, 집안 어른들은 제게 많은 덕담과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날씨도 궂고, 몸도 힘들지만 이런 기회를 만든 건 잘했구나'싶었습니다.
마지막 행선지로 조상님들과 아버지가 묻혀 계신 선산으로 갔습니다. 여기서 사달이 납니다.
당일 많은 비와 강풍이 불어서 선산은 저 혼자서 올라가서 조상님과 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도 가고 싶어하시는 줄이야 몰랐겠느냐만 날씨가 궂어 길이 미끄럽고 경사가 심하여 어머니가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열 걸음 이상은 혼자 걷기 힘들어하시고, 스스로 일신상의 현상도 감당하기 힘들어 할 경우가 많을 정도로 신체적인 컨디션이 나쁘기 때문에 그날 어머니께서 선산을 오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제가 업고 선산을 오르는 방법 뿐인데,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심하게 분 날이어서 그럴 수 없었습니다.
전날까지도 어머니께서는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셨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당일 당신이 선상에 오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신 그때부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저와 아내에게 심한 말을 거침없이 하시고, 심지어 손녀에게도 듣기 민망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애초 목적과는 정반대로 어머니는 대노하셨고, 어머니와의 관계는 예전없이 나빠졌습니다. 저도 저의 아내도 많이 지칩니다. 치매걸린 시어머니를 모시는 아내에게 이렇게나 미안했던 적은 없엇습니다.
근원적인 의문이 생깁니다.
"부모님의 사랑이 무조건적이고 바다같이 깊고, 하늘같이 넓다는 것이 사실일까?"
일단 저 자신에게 견주어 생각하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제 아이들에게 실망한 적도 많고, 원망한 적도 많고, 미워한 적도 많습니다. 그때마다 제 자신을 나무랬습니다.
'그렇게 옹졸하고, 그렇게 이기적이어서야 너는 부모될 자격도 없는 놈이야'
그러나 요즘 드는 생각이 많은 다른 부모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치매환자들이 스트레스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자기 자신 위주의 가장 본능적인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죠. 자신위주의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사회화 교육을 받기 전까지의 아이들과, 정신이 흐려지는 노년의 경우 스스로의 본능에 충실한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는 경우를 많이 목도하게 되는 모양입니다.
아니면 수 세기에 걸쳐 진행된 '사회화'라는 명목으로 행해진 세뇌(?)의 부작용일까요?
평생을 저를 위해 양보하고 희생해 오신 어머니...
vs. 그때문에 그 분의 모든 요구를 감당할 수밖에 없었던 나...
그랬던 요 며칠간 어머니는 자기 자식에게 가장 상처를 주고 최대치의 스트레스를 줄 최고의 방법을 모색하는데 자신의 모든 노력을 다하고 계신듯한 느낌입니다.
그제는 '어버이의 날'이었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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