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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소식/대입

영어 절대평가가 부른 착시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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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필드에서 활약할 때 영어 강사였다는 것은 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를 아시는 분들은 지금도 가끔 제가 영어에 대한 문의를 하곤 하십니다.

오늘은 수능 영어가 절대 평가화된 의미와,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절대평가 도입이 단순히 수능 영어 문항을 쉽게 출제한다는 의미가 아니며, 학생들이 필요한 수준의 영어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지난 201412월 교육부가 수능영어 절대평가에 대한 관련 자료를 발표하면서 밝힌 내용입니다.

 

이에 대한 1차적인 시장의 반응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종전에는 1문제 차이로 등급이 갈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였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들도 어떻게 해서든 한 문제라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영어 절대평가 발표이후, 가장 어렵다고 여겨지는 빈칸 추론 문제를 위해 하루 몇 시간씩 투자하던 학생들이 3점짜리 문항 2~3개는 틀려도 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빈칸추론과 씨름하느니 그 시간에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옳다고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절대평가가 처음으로 시행된 2018학년도의 1등급 비율이 10%를 넘기면서 수험생들 사이에는 영어는 상위 등급을 받기가 수월할 것이라는 심리적 요인이 작용합니다.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문제가 쉽게 출제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공부를 게을리 한 수험생들은 2019학년도 수능에서 처절한 실패를 경험하게 됩니다.

 

등급

점수

2018학년도 수능비율(%)

2019학년도 수능비율(%)

1

90

10.03

5.30

2

80

19.65

14.34

3

70

25.43

18.51

 

절대평가 시행 2년차를 맞은 영어 영역은 절대평가 시행 이전보다도 학생들에게 더 힘들게 다가왔습니다. 1등급 비율이 이 정도일 것을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면이 몇몇 있습니다. 문제의 난이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6월 모의고사보다는 물론이고 9월 모의고사보다 더 쉽다고 느꼈습니다.(1등급은, 6월 모의고사 4.19%, 9월 모의고사 7.9%)

 

그래서 수능 1등급의 비율이 이렇게나 낮아진 이유를 일반적인 분석과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행하고자 합니다.

 

1. 소위 넘사벽문제들이 없어지고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높아진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여겨집니다.

 

절대평가로 실시되면서 교사조차 끙끙댈 정도로 내용과 언어에서 어려운 문항들이 사라졌습니다. 이유는 절대평가의 룰을 따르니 최상위권 학생들의 변별이란 부담이 없어졌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등급 간 비율은 맞춰야 하므로 어느 정도의 난이도를 갖춘 문항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결국 어느 정도 해석은 되지만 답이 틀려버리는 문항들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2. 평가원은 난이도 조절에 성공하는 경우가 극히 희박합니다.

 

절대평가의 취지와 방향을 평가원이 모를 리 없습니다. 2018학년도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고, 2019학년도에도 그 기조를 유지하려 한 것 같기는 합니다.

 

6월 모의고사가 어려워지긴 했지만, 9월모의고사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수능은 문항들만으로 보면 예년처럼 가려 했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평가원이 출제를 할 때 9월보다 조금만 더 어렵게 내려고 한 게, 학생들에겐 매우 크게 와 닿았다고 여겨집니다.

 

3. 학업역량의 저하

 

지필평가에서 요구하는 문해력이 조금씩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엔 종이에 인쇄된 글을 읽고 종이에 글을 쓰는 방식뿐이었다면, 이젠 활자 외에도 다중 감각을 융합하는 방식들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지필평가 방식만으로 학업 역량을 판단한다는 전제부터 되짚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국민 공론화 과정에서 나타났고, 숙명여고에서 터진 사태에서 촉발되었으며, 일부에서 제기했던 '공정성을 위한 수능 강화'라는 사회 분위기의 영향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8학년도 문제에서는 '절대평가'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2019학년도 문제에서는 '공정성을 위한 변별력'에 초점을 맞춘 것 같습니다.

 

4. 마지막으로 1교시 국어에서 얻은 데미지가 영어시험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쪼꼼(?) 해 봅니다.

 


영어는 쉬워도 문제, 어려워도 문제입니다.

 

영어 문제가 쉬우면 국어와 수학영역의 반영 비중이 높아지므로 유의해야 할 점이 생길뿐더러, 1등급을 받지 못할 경우 타격이 매우 큽니다.

 

2018 정시 서울 지역 주요 대학의 영어 반영 비율을 계산해 보면 국어, 수학_가형, 과탐 영역의 표준점수가 같은 자연계열 지원의 영어 2등급 수험생이 1등급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과목별 점수는 연세대의 경우 국어 5, 수학 3.33, 과탐 3.33점에 달합니다.

 

등급 간 점수 차가 최종 수능 반영 점수에 미치는 영향이 꽤나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고려해 보아도, 전략적인 접근을 찾아 헤매기 보다는,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한 문제라도 더 풀어보는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