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미팅을 원하는 분이 있다는 요구에 응해서 오래간만에 대치동으로 가서 원장님 한 분을 만났습니다. 대치동 학원가 메인스트리트에서 재수학원을 운영하시는 원장님인데 뵙고 보니, 안면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서로 나눈 첫마디가 "이 세상 참 좁네요"였습니다.
많은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중 흥미로운 내용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제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 원장님이 운영하는 학원은 영재고 출신 학생 전문 재수학원인데, 작년에도 소수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하셨습니다.
서울 영재고 출신 학생을 서울대 의대 진학시킨 사례와 한과영 출신 학생을 연세대 의대 진학시킨 사례 등등 영재고 출신 학생이 재수를 거쳐 결국은 자신이 원하던 대학에 진학한 여러 사례를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영재고의 경우 학교 당 인원 수가 적고 대치동 학원가에서 수학한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한 추적이 어려운 것이 아니어서 이 글을 쓰기도 조심스럽습니다.
원장님과의 이야기 중 재작년 수능시험 수리영역 7등급을 받은 학생이 작년에 높은 1등급 성적을 받았다는 이야기나, 재작년 영어 4등급을 받은 학생이 작년에 만점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기본 역량 자체가 월등하여 제대로 방향만 제시해 주어도 성적이 일취월장한다는 점이 공통점이라 했습니다.
원장님과의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그 아이들은 하나같이 재수를 거쳐 의대로 진학을 하였을까?'
의사라는 직업이 그렇게 매력적인 직업인가?
‘대한의사협회 윤리강령과 윤리지침’ 총강 제3조(의사의 사명과 본분)를 보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의사는 고귀한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보전하고 증진하는 숭고한 사명의 수행을 삶의 본분으로 삼아, 모든 의학 지식과 기술을 인류의 복리 증진을 위하여 사용하여야 한다.'
숭고한 사명, 그런 사명의 수행, 인류의 복리 증진...
자신이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이 자격에 닿아, 그러한 사명을 수행할 수 있다면 그 삶은 가치가 있겠다... 싶지만 제가 보아 온 수많은 의사들은 그러한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았고, 더구나 의대를 진학하려는 학생과 인터뷰를 해 본다면 더 안타까운 맘이 듭니다.
사실 법조인이 되어 이 땅위에 법과 정의를 세우겠다며 법조인이 된 사람들의 대부분도 그러한 초심을 잃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년을 넘기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만...
AI가 의료계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세상이 곧 올 텐데 그 세상에서도 의사라는 직업이 그들에게 매력적일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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