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23일 발표되었습니다.
그 핵심 사안은 영재학교 입학전형에서의 상위교육과정 출제 금지입니다.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영재교육을 위해 지정되고 설립된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입학전형에서 중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가 출제되는 등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입니다.
이 소식을 관련 선생님과 공우하였더니 다들 피식 웃습니다. 말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수학의 경우 문제가 상위교육과정에서 출제되었다는 것을 알아채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반면, 과학의 경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과학의 경우는 중학교에서 나온 개념을 가지고 얼마든지 고등학교 과정에서 학습되는 내용으로 확장시키고 심화시키기 쉽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실상 수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개념의 확장을 통한 문제 출제는 상위교육과정의 것에 다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작년 11월, 교육부는 '영재학교/과학고 입학전형 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영재학교 간 중복지원 금지가 주된 골자였습니다.
실제 2021 입학전형에서는 1단계 합격자 9,304명 중 40% 이상이 중복 합격하였습니다. 2022학년부터는 영재학교 1개교만을 선택해 지원해야 하며, 학교별 1단계 지원규모 축소를 통해 보다 심도 깊은 서류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또 이번에는 영재학교 입학전형에서 상위교육과정의 문제를 출제 금지한다는 '영재교육진행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26일부터 4월7일까지 입법 예고하고, 각계 의견을 청취한다고 합니다. 입학전형에서 선행학습과정 문제가 출제되는 등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긴 한데......
영재학교가 대입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으니, 선호가 커지고, 많은 수요를 거르기 위해서 변별력을 갖춘 시험이 필요하고, 그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고... 이 순환고리를 없앨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법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실제 2021학년 영재학교 응시생 설문조사 결과, 응시생의 78%가 학원을 비롯한 사교육을 통해 영재학교 입시를 준비했다고 하는데 저는 선호도가 높은 영재학교 세 곳의 경우 95%가 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2019학년 설문에서도 영재학교에 입학한 70.1%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 바 있으며, 서울영재고와 경기영재고의 합격자 중 49.5%가 대치동 출신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 대목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영재학교 입학문제 수준을 감당할만한 선생님이 가장 많이 모여있고, 가장 치열하게 연구하고 경쟁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점은 영재학교 입시에서 성공하고 실패한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영재학교 진학이 '의대가는 채널'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저도 몇 차례 언급한 적 있습니다.
2019대입에서 전국 영재학교 8개교는 61명(7.5%)이 의대에 진학하였고, 그중 서울영재고는 23.8%(31명)의 의대진학율을 기록하여 졸업생 4명 중 1명이 의대에 진학한 모습입니다.
더구나 수학과 과학에 대한 영재교육이 이뤄지는 영재학교 특성상 정시 지원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재학교 학생이 의대를 준비한다는 것은 곧 재수를 준비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매년 서울대 정시에서 영재학교 출신 N수생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합니다.
영재고는 아니지만, 과고 졸업생들만 모아 재수반을 운영하는 학원이 대치동에 있는데, 한 달 수강료도 수강료이거니와 그 반의 최상위권 대학 합격률은 놀라울 정도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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