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교육이 아니라 현실적인 입시를 논하는 글을 쓰는 ‘캉샘’의 글을 전합니다. 그 분이 자기의 글은 얼마든지 퍼가도 좋다고 하셔서...
아래 글은 스**** 운영자 강명규선생님이 작성한 글을 내용은 건드리지 않고 분량과 형식만 살짝 다듬어 게재합니다. 내용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대로 게재합니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고 차마 제가 여러 이유로 말하기 어려웠던 부분들을 시원하게 긁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글이 읽기가 편하고 재미있으며 중간중간 촌철살인의 문장들이 많습니다. 내용이 많아 2편으로 나누어 게재합니다.
1. 초등학교 성적표에 점수 및 등수 기재 삭제
- 이제 초등학교에서 아이 실력을 확인할 방법은 거의 없어졌어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도 없고, 성적표에 점수와 등수도 기재되지 않아요. 그 덕분에 아이들 학업 부담이 많이 줄었어요. 하지만 학문적 기초를 닦아야 할 중요시기를 놓치는 아이도 많이 늘었어요.
- 공부 부담이 없으니 학교 가는 아이들 표정이 정말 밝아요. 아이들은 공부를 안 하니 밝고, 엄마는 아이 실력을 모르니 밝아요. 모르면 인생이 행복해져요. 이래서 모르는 게 약이라고 하나 봐요.
- 지역 간 학력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어요. 학교에서 시험을 안 보니 즐겁게 노는 지역과 선행학습 기회로 삼는 지역으로 나뉘고 있거든요. 대치동, 목동, 분당, 평촌 등 학군지에서는 영유를 거쳐 초3~4학년까지 영어의 기본기(ar 5~6 이상, 해리포터 원서 읽기 급)를 쌓은 후 초4~5학년부터 수학에 힘쓰는 게 명문대가는 공식처럼 되고 있어요.
- 예전에는 ‘중3까지 영어를 끝내고 고등학교에서는 수학에 집중하자’였는데 이제는 영어를 끝내는 시기가 더 빨라지고 있어요. 영재고/과학고/전사고/의치한 지망생 사이에서는 초등 졸업 전에 수능 영어와 중등 수학을 끝내고 초6 겨울부터 고등수학을 시작하는 게 공식처럼 됐어요. 초6 겨울에 고등과정 첫 시작을 실력 정석으로 하는 학원도 있어요.
- 이런 이야기를 드리면 욕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헛소리하네. 그런 애들이 얼마나 있다고 그러냐?’면서요. 맞아요. 그런 애들은 퍼센트로 봤을 때 1%도 안 돼요. 그런데 문제는 그 1%만으로 영/과고나 의치한 정원을 채우고 남는다는 거죠. 우리 동네에 별로 없을 뿐 대치동에 가면 저 정도 애들 찾는 게 어렵지 않아요. 빅3 어학원이나 황소 수학학원 직영점 커리큘럼이 저렇거든요.
- 저런 거 다 필요 없다. 초등학교 때는 독서랑 체험이 최고라는 분도 계실 거예요. 맞아요. 저 역시 초등학교 때는 독서와 체험을 통해 공부할 그릇부터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상담하다 보니 공부 많이 한 애가 책도 많이 읽고 체험도 많이 했더라고요.
대치동 엄마들은 공부만 시키고 독서나 체험도 안 시킬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대치동 아이들도 극장에 가서 겨울왕국도 보고 tv로 만화나 드라마도 봐요. 그런데 그걸 영어로 봐요. 다른 애들이 키자니아에서 판사 옷 입고 코스프레 할 때 판검사 아빠 따라 법원에 가고요.
- 저렇게 시켜봤자 이해도 못 하고 애들만 힘들어할 뿐이라고요? 저도 그러면 좋겠어요. 저런 애들 상담하고 저희 집 애들 보면 속 터지거든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우리 애가 이해 못 하는 거지 그 애들은 다 이해하더라고요.
저도 아이들 상담하면서 참 신기해요. 어떻게 이걸 다 따라오지 싶어서요. 그 아이들은 저렇게 시켜서 이해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니까 저렇게 할 수 있는 거예요. 이해 못 하면 학원에서 받아주지도 않거든요. 학원 입학 테스트에서 떨어져요. 돈까지 내고 입학 테스트 봤는데 문자로 불합격 통보받으면 기운이 쭉 빠져요. 잘 나가는 학원에는 보통 애들이 들어갈 수 있는 기초반이 아예 없어요.
- 어릴 때 공부를 너무 많이 시키면 번아웃 돼서 나중에 공부를 못하게 된다고요? 그 말을 널리 퍼트린 유명 정신과 의사가 자기 아들은 어떻게 가르쳐서 어느 학교 보냈는지 아시나요? 특목고,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육감이나 정치인 자녀들이 어느 학교 나왔는지 아시나요? 그들의 말뿐 아니라 행동도 함께 봐주세요. 말과 행동이 다른 경우가 정말 많아요.
- 물론, 번아웃 돼서 안 좋아지는 아이도 있어요. 그런데 초등 때 신나게 놀면 공부습관이 안 잡혀 도태되는 아이가 훨씬 많아요. 뒤늦게 마음잡고 공부하려 했더니 진도가 안 맞아서 학원에서도 안 받아줘요. 인강으로 공부시키려고 했더니 엉덩이가 들썩거려 앉아있지를 못하고요.
- 초등학교 때는 부모를 무서워하며 말을 듣는 척이라도 하지만 중학생이 돼서 사춘기가 오면 그냥 한숨만 나와요. 그래서 초등학교 때 뭐라도 시켜놓는 게 나아요. 초등학교 때 선행해 놓으면 중학교 때 사춘기가 와도 어떻게든 수습이 돼요. 그런데 공부는 나중에 해도 된다며 초등학교 때 놀게만 하면 사춘기 때 발생한 학업결손이 대학 갈 때까지 발목을 잡아요.
- 초등학교 3~4학년 정도 되면 공부 자존감이 생겨요. 내가 공부를 잘한다, 못한다 뿐 아니라 다른 친구와 비교하며 스스로 서열을 매기는 거죠. 그리고 공부 자존감이 고착되면 바꾸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스스로 머리 위에 유리천장을 만들거든요. ‘엄마, 쟤하고 나는 달라.’라면서요. 조기교육의 장점 중 하나는 아이의 공부 자존감을 높여준다는 거예요. 근자감이 넘칠 시기에 ‘으쌰으쌰’ 하며 진도를 뽑아놓으면 자기가 진짜 잘하는 줄 알고 의기양양해지죠. 그리고 그 자신감이 공부를 재미있게 만들어줘요. 공부가 재미없는 가장 큰 이유는 공부를 못하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착각일지라도 자기가 공부를 잘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게 좋아요.
※ 초등 학부모를 위한 제안
- 수학은 두뇌발달 단계에 맞춰 교육과정이 짜여있어요. 그래서 타고난 아이들이 아니면 수학 선행은 천천히 하는 게 좋아요. 남들이 다 선행한다고 무리하게 따라가는 것은 공부를 싫어하게 만드는 지름길이 될 수 있어요.
- 영어는 언어이기 때문에 재미있게 배울 방법이 많아요. tv로 예능 프로 볼 시간에 we bare bears를 보여주고, 빤스맨 읽을 시간에 captain underpants(빤스맨 영어원서)를 읽게 해주세요. 영어는 많이 듣고 많이 읽기만 해도 실력이 느는데 많이 하려면 재미있어야 해요. 그래서 초등 영어는 좋은 학원보다 재미있는 방법을 찾아주는 게 훨씬 좋아요.
- 영어문법은 초6 겨울이나 중1 자유학년 때 가르쳐도 늦지 않아요. 어차피 그 때까지는 시험을 안 보니까요. 초등학교 때 영어 실력만 제대로 쌓아놔도 중학교 때 수학에 집중할 수 있어서 공부하기가 한결 수월해져요.
- 수학은 연산에 신경을 많이 써주세요. 요즘 초등 수학의 대세는 창의사고력 수학이에요. 아이들이 수학 공부할 때 가장 싫어하는 게 연산 반복인데 성적표에 점수와 등수가 사라지니 연산에 대한 중요성이 간과되기 시작한 거죠. 그 틈을 파고든 게 창의사고력 수학이에요. 수학 공부를 시키고 싶은 부모의 생리와 연산을 싫어하는 아이들의 생리를 잘 파고든 사교육 상품이에요.
- 물론, 창의사고력 수학을 통해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해요. 하지만 수학의 기본은 여전히 연산이에요. 연산이라는 기초가 부실하면 창의사고력 할아버지가 와도 문제가 생겨요. 게다가 연산은 수학 감이 안 좋은 아이도 반복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실력을 올릴 수 있어요.
- 기하(도형)에 대한 감을 키우기 위해 종이접기와 블록 만들기를 많이 하게 하는 것도 좋아요. 연산을 시켜보면 대수 파트에 대한 재능을, 종이접기나 블럭 만들기를 시켜보면 기하 파트에 대한 재능을 엿볼 수 있어요. 대수는 반복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기하는 타고난 재능이 정말 큰 영향을 미치더군요. 머리 속으로 그림이 잘 안 그려져서요.
- 영재학교나 과학고는 열심히만 한다고 갈 수 있는 학교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타고난 재능이 좋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노력도 열심히 해야 가는 학교죠. 재능도 뛰어넘을 만큼 열심히 노력하면 되지 않냐고요? 네. 그러면 가능합니다. 그런데 노력도 재능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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