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신을 섬기면 복을 받는다"
어린 시절부터 세뇌당하는 것처럼 들어 온 이야기인데요......
자손들에게 잊혀지기 싫었던 이유일까요?
기득권을 영구적으로 가지고 싶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제 조부모님의 장손(長孫)이고 숙부님들에게는 장조카입니다. 1년에 4번 제사를 지내고 설과 추석에 각각 차례를 지냅니다.
제 어머니는 더 많은 횟수의 차례를 지냈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배려로 저의 아내는 설과 추석을 합쳐서 6번으로 횟수를 줄였습니다.
지금까지 관성적으로 지내왔지만, 여러 면에서 힘들고 아내의 눈치도 보입니다. 무엇보다 제 아들이 저와 같은 수고(?)를 겪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합니다.
오늘 출근길 차안에서 들은 내용입니다.
누군가가 법륜스님에게 묻습니다.
“제사를 지내야 합니까?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조상님들이 화를 내어 자손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납니까?”
법륜스님이 답합니다. “당신이 지내고 싶으면 지내고, 지내고 싶지 않으면 지내지 마시오”
몇 번을 같은 질문을 하고 같은 대답을 합니다. 질문하는 아주머니의 심경이 이해됩니다. 제사를 지내기 싫은데, 그러면 자손들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동병상련의 심경으로 계속 법륜스님의 명쾌한 답을 기대하며 귀를 곤두세웁니다.
“제사를 지낸다는 것은 좋은 것이요. 그러나 그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오.
살인이나 강도나, 남을 때리거나, 술 먹고 횡포를 부린거나... 하는 것들은 나쁜 것이오. 그런 것은 하지 말아야 하오.
그러나 착한 일을 하면 좋은 것이고, 착한 일을 하지 않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소.
마음이 내키면 제사를 지내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지내지 않으면 되는 것이요”
스님의 말씀이 제가 원하던 답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선택의 무게가 더해진다는 느낌입니다.
조상의 덕을 많이 본 사람은 명절에 외국 여행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남아 제사를 지낸다는 우스게 소리...
또 우리 조상님들은 너무나 약한 존재들인 것 같습니다.
제사를 지낼 때 문을 열어 두어야 올 수 있으시고, 심지어 제사 중 수저도 옮겨 놓아드려야 음식을 드십니다.
그런 조상님들이 어떻게 자손들의 앞날을 좋게 또는 안 좋게 할 수 있느냐... 싶기도 합니다.
제 어머니는 제사를 지낼 때마다 이렇게 읊조립니다.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 이번에 **에게 ****일이 생겼습니다. 이 일을 잘 헤쳐 나갈 수 있게 지혜와 힘을 주시고...... 이 후손들이 모두 건강하도록 지켜주세요"
이건 기도문과 흡사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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