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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아재의 프라이빗_노트/대치동아재 이야기

제1호 학원 창업_두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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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역의 학습 시장(학생과 학부모님의 지향점)은 저의 의도와 괴리가 있었습니다. 그 첫 번째가 선행학습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이었습니다. 차근차근 밟아서 나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학생과 학부모님이 대부분이았습니다. 

그리고 영재고, 과고, 또는 전국단위 자사고 진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거나 굳이 그런 고등학교를 가야 하나? 하는 생각들이 큰 것 같았습니다. 

최초 의도가 '존재하는 시장에 들어가서 이기자'라는 생각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서 그 시장을 먹자'는 것이었지만 제 의도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전략을 수정하느냐, 아니면 밀고 나가느냐의 갈림길에서 저는 밀고 나가는 것을 택하였습니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저와 학생, 학부모님들의 최종 목표는 같았고, 그 최종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상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거든요.

그리고 그 지역에서 만연한 최종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수십년에 걸쳐 제가 제시하는 방법이 만연한 지역보다 결과가 좋지 못하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입증이 되어오고 있었습니다. 바꾼다는 것을 엄두를 내지 못하였거나 바꾸는 방법을 모르거나, 바꿀 수가 없거나... 어떤 이유에서든 더 나은 수단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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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강하게 학생과 학부모님을 향해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많은 자료를 제시하고, 제가 제시하는 방법이 더 우월하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그 과정에서 지치거나 도태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반복하였습니다. 

개원한 지 6개월 만에 원생 200명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4. 고마운 선생님들 이야기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이 하는 일에서 그 일을 집행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복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고마운 두 분의 선생님 이야기를 간단히 하고자 합니다. 

 

선생님 A는 서울대학교 사범대 출신으로 외모도 준수하고 소리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항상 밝은 낯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몸에 밴 사람이었습니다. 그 선생님을 우연히 소개받아 알게 되었고 저의 진심을 전하였습니다. '내가 할 최선을 믿고 나와 함께 이 지역에서 승부를 걸어달라'라고 부탁했습니다. 

어느 학원에서나 월 1,000만 원은 기본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선생님이었지만 고정된 급여 없이 비율제(比率制)로 저와 함께 시작을 해주었습니다. 그 선생님의 첫 달 수익은 45만 원...... 미안했지만 저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싫은 표정 한 번 내지 않고 무던히 버티어 7개월 차에 1,000만 원을 넘긴 수익을 챙겨간 그 선생님은 지금까지 호형호제(呼兄呼弟)하며 지내는 사이입니다. 

 

선생님 B도 고마운 분입니다. 원래 고등부 수업을 하시던 분인데, 초등부 수업부터 고등부 수업까지 전 과정을 맡겼을 때 딱 한 번 인상을 쓰고는 아무 말 없이  제가 원하는 업무를 수행해 주었습니다. 사실 고등부 선생님에게 초, 중등부 수업을 요구하는 자체가 커다란 결례입니다. 

그 와중에도 최초 1개월 차에 혼자 빈 강의실에 앉아있는 것을 저와 같이 안타까워해 주신 분입니다. 그때 제가 그 선생님에게 했던 말은 지금도 둘이 술을 마실 때면 가끔 하는 말입니다.

제가 그 선생님에게 이랬다고 합니다. "아니, 당신이 왜 스트레스를 받아? 원장이 스트레스를 받아야지. 나중에 힘들다고 찡찡거리지 말고 지금 폭 즐기셔!"

 

5. 기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인근에 있는 특성화고등학교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 학교에는 공무원 시험을 대비하는 반이 있는데, 그 반에서 물리 수업을 해 줄 수 있느냐? 는 것이었습니다. 그 반 학생들을 학원으로 불러 물리 수업을 진행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처음 채용한 상담실장님도 기억에 남습니다. 갓 개원한 학원에 한 명 존재하는 실장님이 감당해야 하는 일은 사실 너무 많습니다. 3개월 차에 그 실장님을 서포트하는 행정직원도 뽑아서 지원해드렸지만 너무 힘들어하시다 결국 6개월 만에 퇴사를 하셨습니다.  그 실장님과는 지금도 가끔 만나 회를 안주삼아 소주 한 잔 하는 사이로 지냅니다. 

 

이 글을 쓰다보니 몇 년 전의 일이지만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당시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경험이 저를 더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좋은 동료와 좋은 운이 함께 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