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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재의 자승자박 자승자박(自繩自縛)이란 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 자기 자신이 구속되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이르는 한자성어입니다. 제가 지도하는 아이 중 소위 영재라 불러도 될만한 아이가 한 명 있습니다. 오늘은 그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할 예정인데, 이처럼 우수한 학생을 둔 학부모님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라고 여겨져서 제 경험을 공유하려 합니다. 그 아이는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습니다. 쬐꼬만 아이가 밝고 애교 많고 욕심도 많습니다. 얼마나 욕심이 많은가... 하면 수업 후 본 테스트 성적이 맘에 들지 않으면, 기어이 다 고쳐서 재채점을 요구하고, 그것이 100점이 되어서야 집에 가려는 정도입니다. 밖에서 어머니께서 두 시간 가까이 기다린 적도 있습니다. 선생님이 "그만하고 가라, 다..
영재고 졸업 후 재수 저와 미팅을 원하는 분이 있다는 요구에 응해서 오래간만에 대치동으로 가서 원장님 한 분을 만났습니다. 대치동 학원가 메인스트리트에서 재수학원을 운영하시는 원장님인데 뵙고 보니, 안면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서로 나눈 첫마디가 "이 세상 참 좁네요"였습니다. 많은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중 흥미로운 내용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제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 원장님이 운영하는 학원은 영재고 출신 학생 전문 재수학원인데, 작년에도 소수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하셨습니다. 서울 영재고 출신 학생을 서울대 의대 진학시킨 사례와 한과영 출신 학생을 연세대 의대 진학시킨 사례 등등 영재고 출신 학생이 재수를 거쳐 결국은 자신이 원하던 대학에 진학한 여러 사례를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영재고의..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우리는 보통 '아무리 비밀스럽게 한 말도 남의 귀에 들어가기 쉬우니 항상 말조심하라'는 뜻으로 이 속담을 사용합니다. period. 그런데 누군가는 의문을 갖습니다. 왜 하필 '새'이고 왜 하필 '쥐'일까? 왜 많고 많은 가축이나 동물 중 새와 쥐를 조심해야 될까? 낮말을 고양이나 개나 소가 들을 수도 있는데...... 또 밤말을 부엉이나 지나가던 행인이 들으면...... 이 글을 읽는 분 중 이런 생각을 해 보신 적 있나요? 저는 이런 의문을 가진 적이 없는데요. 짐작하셨겠지만 제 친구 이야깁니다. 제 짐작에 이 친구는 단순한 속담의 기원이나 의미 해석을 넘어 세상을 읽고 이해하는 관(觀), 또는 버젼(version)을 새로 세우는 중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단순..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들어봤어? 이런 속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저는 자주 쓰는 말 입니다만...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하네' 주로 상대방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 때' 하는 말로 알고, 쓰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서 '뜯어 먹다'는 '뜯어먹다'로 써서는 안 된다는 주의는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붙여 쓸 경우에는 '뜯다'와 '먹다'라는 두 구성성분이 제3의 의미를 가진 합성어가 되어 '남의 재물 따위를 졸라서 얻거나 억지로 빼앗가 갖다.'라는 의미로 쓰이지만 띄어 쓸 경우에는, "짐승 따위가 채소나 고기를 뜯어 먹는다."라는 의미가 된다는 것입니다. 아침부터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냐?'라고 하실 분이 계실 것 같은데, 엉뚱한 친구에게서 어제 밤 늦게 전화가 또 왔었습니다. 직업은 의사이며, 얼마 전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
왜 하필 '겨'일까? 친구와 통화를 오래 하였습니다. 설 인사도하고 가족들 안부도 묻고 덕담도 하고... 이 친구 뜬금없이 묻습니다. "니...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라는 속담알재?" "응, 알지. 근데 와?" "똥이 더러운 거재? 개는 나쁜 놈으로 치면 될끼고... 그채?" 저는 이 친구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나... 싶어서 계속 대답을 합니다. "응, 그기 뭐?" "근데 수많은 더러운 것 중에서 '똥'과 견줄만한 것으로 '겨'를 갖다 붙였는지 니 아나?" "응? 몰라. 듣고 보니 궁금하긴 하네. 왜 하필 겨인지? 다른 더 더러운 것들을 가져다 붙여도 될낀데..." "고맙다. 이 이야기를 듣고 궁금해 준 사람은 니가 처음이다. 와이프한테도 이야기해 줬다가 꿍사리만 들었다." "뭐라꼬? 근데 이런 씰데..
영재고 출신 강사... 믿어도 될까요? _ 2nd 같은 제목으로 전에 썼던 글에 이어서 계속 씁니다. 영재고 출신 학원 강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만든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선을 끈 몇몇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유튜브에 나도는 대부분의 동영상이 그러하듯, 제목의 자극적인 정도와 콘텐츠의 유용성은 반비례하는 모양입니다 이들의 주장은 크게 두가지 견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공부에 특출난 재능을 보인 아이가 아니면 영재고 준비시키지 마세요" vs. "누구든 제대로 된 훈련을 받으면 영재고를 갈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주장의 경우, 옳을 가능성이 크지만 구체적 타당성을 결여한 너무 일반적인 주장이라고 여겨지며, 두 번째 주장의 경우, 소위 '깜'이 되지 않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원에 대한 니즈를 강화시키고 무의미한 희망고문을 자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영재고 출신 강사... 믿어도 될까요? 제가 강사 생활을 할 때 겪었던 가장 충격적인 두 가지 사례를 먼저 소개함으로써 이야기를 이어나가겠습니다. 1. "일개 강사따위가" 저는 어린 시절 집안의 자랑이었습니다. '장손'이라는 타이틀이 있었고,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사촌 동생들이 제 방, 제 책상 뒤에다 밥상을 놓고 공부를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 어른들의 미신 유사한 동기로 말미암은 우스꽝스러운 일이었지만... 하여튼 그랫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그 사촌동생 중 한 명이 중학교 교사가 되었습니다. 언급할 사건은 제가 30대 초반, 초보강사였을 때 즈음입니다. 어느 명절날, 가족 친지들이 모두 모여 TV를 보고 있을 때입니다. TV에서 어떤 학원 소속의 강사가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을 하는 인터뷰 장..
학습장애를 가진 아이 저는 올 2월 공식적으로 은퇴를 했습니다. 뭐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내와 상의하여 그간 운영하던 학원을 모두 정리하고, 정리하지 못한 집 부근에 있는 조그만 학원 하나를 소일거리 삼아 운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8년만에 수업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원생 수에 마음 졸이지 않고, 강사와 학부모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오로지 아이들만 바라보고 아이들 가르치는 재미에 오롯이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20년 이상 학원 생활을 할 때 경험하지 못한 나날들입니다. 욕심을 버리니 이런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믿기지 않습니다. 아내가 싸 준 도시락을 들고 매일매일 학원에 나가 수업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맞이하고, 열심히 수업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편..
바보야, 중요한 것은... 새벽에 카톡이 와 있었습니다. 의사인 친구가 새벽 라운딩을 갔다 와서는 자기 스코어를 기록한 보드찬을 사진 찍어 보내 준 것이었습니다. 74타...... 9시경 확인을 하고 전화를 했습니다. 좋은 스코어를 칭찬하고 가까운 시일 내 라운딩을 제안하면서 한 수 가르쳐 달라고 했습니다. 곧바로 카톡으로 3개의 동영상을 보내왔습니다.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 꼭 보라고 친구는 신신당부까지 하였습니다. 1. 손목 힘빼는 초간단 꿀팁 2. 무조건 돌려 팔에 힘 빼는 방법 3. 8분만 투자하면 10타수를 줄인다 친구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제목을 보고는 피식 웃었습니다. 기시감(旣視感)...... 초간단, 무조건, **만 투자하면... 제가 정말 싫어하는 워딩이거든요 저는 교육업계에서 30년 가까이 지냈습니다. 20..
중학교 내신 "선생님 테스트 문제 어렵게 내지 말아 주세요" "선생님, 제가 틀린 문제를 고치고 갈 테니 고친 점수로 집에 보내주세요" "왜?" "엄마한테 혼난단 말이에요" "엄마에게 잔소리 듣기 싫어서요" "지금 학원에서 보는 테스트에 한 두 문제 더 맞히고 덜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야. 네 실력이 느는 것이 중요한 거야. 선생님이 엄마에게 학원에서 보는 테스트로 야단치지 못하게 부탁드려 줄게" "안돼요. 그럼 제가 더 혼난단 말이에요" 학생들과의 대화 내용입니다. 학원에서 학습한 내용을 수업 후 테스트하고 그 결과를 부모님에게 문자로 알려드리는 서비스를 하는 학원이라면 "그렇구나!" 하실 것입니다. 흔한 경우이거든요. 오랜 시간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부모님과 상의를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상담을 하면 대..